재원이가 알아야 할 정수근의 교훈
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009. 9. 12. 03:10 |정수근.
교타자이며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플레이와 수비능력도 뛰어난,
왠만한 야구팬이면 모두 인정하는 야구센스를 갖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다.
그런 정수근 선수가 9월 1일 아침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내용은 이랬다.
정수근 선수가 8월 31일 밤 11시가 넘어 부산의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웃통을 벗어제치고 소란을 폈다.
종업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특별한 상황이 없어,
문제가 생기면 다시 신고하겠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경찰은 철수했다.
보도된 내용만으로 보면 상황은 단순했고, 그만큼 기사도 간단했다.
보도가 나간 뒤, 혼자 조용히 맥주 두잔을 마셨을 뿐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정수근의 해명과 반론이 바로 있었지만, 언론은 정수근의 해명을 양치기 소년의 말로 치부하는 분위기였고,
여론은 이미 정수근에 대한 비난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수근이 계속 억울함을 호소했음에도,
소속팀인 롯데구단은 사건발생 24시간도 안된 보도 당일인 9월 1일 오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정수근을 구단에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9월 3일 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정수근에게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신고를 했던 종업원의, 롯데가 플레이오프를 위한 4강에 드느냐 마느냐 하는 절박한 순간에
술을 마시는 정수근이 얄미워 신고를 했을 뿐, 특별히 문제될 만한 상황은 없었다는 양심선언(?)과 함께
정수근에게 미안하다는 공개사과까지 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져 여론이라는 스펀지에 흡수된 다음이었다.
이번 일은 내가 봐도 정수근에게는 무척이나 억울한 일이다.
종업원의 허위신고로 인한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절차를 무시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인해 선수 생명이 끊길 위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까지 확대된 원인에는 정수근 자신의 과거 이력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을
본인도 부인하지 못한다. 야구팬들이 야구선수로서의 그의 자질과 함께 그에 대해
또 하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음주로 인해 그가 행했던 서너차례의 불미스러운 과거 전력이다.
작년에도 그는 음주로 인한 부적절한 행위로 KBO로 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근 1년여 만인 금년 8월 복귀했는데, 몇번에 걸쳐 그에게 깊히 새겨진 [음주 문제아]라는 주홍글씨가,
가벼운 맥주 두잔이 [복귀 후 불과 한달도 안된 선수의 반성할 줄 모르는 습관적 음주 사고]로
변질되는 마녀사냥의 그물이 된 것이다.
재원이와 통화를 하면서 정수근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재원이가 그 소식을 모를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빠.. 그건 정수근이 정말 억울한거 아닌가?" 라고 반문하는 재원이에게 다음과 같이 들려줬다.
그래.. 이번 건은 아빠가 봐도 정수근이 무척이나 분하고 억울한 일이다.
가볍게 맥주 두잔 마셨을 뿐인데, 종업원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퇴출까지 당했으니까.
그런데, 시즌 중에 술 마시는 선수가 어디 정수근 한명 뿐이겠어?
시합 전 날 음주를 했다고 퇴출 결정을 내렸다는데,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날
속상한 마음에 기분전환 삼아 가볍게 술 한잔 하는 경우가 다른 선수는 없었겠니?
하지만, 김현수나 김태균, 아니면, 송진우가 그랬어도 종업원이 신고를 했을까??
그리고 구단에서도 구단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그렇게 빨리 퇴출을 시킬까?
문제는 그게 정수근이기 때문이야. 정수근은 이미 음주로 인한 전과가 많잖아.
평소 음주 사고가 많았으니까, 이번에도 [정수근] [술] 하니까 언론도, 팬도, 구단도
자초지종을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무조건 "또야??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하고
일방적으로 나쁜 놈을 만들어 버린거지. 그 종업원도 그랬잖아..
팀이 긴박한 상황에서 술 때문에 징계를 당했던 정수근이 밤 늦게 또 술 마시는게 얄미워서 그랬다고.
정수근이 아무리 아니라고 결백을 호소해도 정수근은 이미 거짓말장이 양치기 소년이 돼버린거야.
또, 투수가 공을 던지다보면 본의 아니게 타자가 맞기도 하잖아.
근데, 다른 투수들이 타자를 맞추면 그냥 넘어갈 것도, 서승화가 맞추면 말들이 많잖아.
그 이유는 너도 알지? 타자를 맞춘 다음 서승화의 행동 때문에 빈볼에 대한 시비가 많았으니까.
그러니까.. 재원아.. 네가 알아야 하는게 있어.
이번 일을, 단순히 정수근이 억울하겠다.. 하고만 생각할게 아니라,
평소 이미지라는게 상당히 중요한거구나.. 하는 교훈을 얻어야 해.
김현수라면 괜찮았을 일도 정수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거야.
정수근의 뭐 때문에? 과거 전력 때문에.
너도 이제 군대까지 다녀왔으니 그곳에서 선배보다 후배가 많은 고참에 속할거 아니냐..
예전에는 전부 너보다 선배들이니까 실수를 하더라도 '어려서 그렇지..' 하면서 귀엽게 넘길 일도,
후배들은 그렇게 안보지. 오히려 '저 형 왜 저래?' 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이제는 네 이미지 관리를 잘 해야 해.
남들에게 좋지못한 모습을 보였을 때, "재원이형 왠일이야.. 저런 모습 처음 봐." 하는 것과,
"아~~ 정말.. 또야? 어떻게 매번 저러냐..." 하는건 전혀 다르니까.
그리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보여지는 네 모습이 네 삶의 모습이 되는거고,
그게 사회인으로서 너를 규정짓는 네 인격이 되는거라는걸 명심하고.
또 하나, 앞으로 이런 기사나 가십거리를 보더라도 그 자체로 지나치지 말고,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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