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모 양세종 윤세정
나의 폴더/사람 사람들 2009. 8. 22. 14:00 |
18년전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로 재직 중인 연그린 후배 박창모 교수가 잠시 귀국했다는 소식을
연그린 홈페이지에서 보았다,
귀국 환영회를 겸한 동기모임 후 지방에 있는 동문들을 만나기 위해 대전과 광주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제 몇몇 후배들과 함께 까사미오를 찾아왔다.
좌측의 박창모와 최길영은 나보다 1년 후배.
이번에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박창모에게는 내가 잊지못하는 미안함(?)이 있다.
이 친구가 신입생시절, 그러니까 내가 2학년 때.
당시 써클에서 매주 금요일 회보를 발간하였는데, 1학년 세명과 내가 편집위원이었다.
당시는 기름종이에 철필로 글을 써서 등사잉크를 뿌려 롤러로 밀면서 인쇄를 하던 시절.
그런데, 언젠가 한번은 회보 발간에 제일 바쁜 목요일 저녁에 1학년들이 아무도 안보이는 것이다.
안절부절 하다 혼자 씩씩대며 작업을 하고 있는데, 7시가 좀 지나 세명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게 아닌가.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후배들의 늦은 사유를 들어보니, 축구연고전을 보느라 효창운동장에 갔었다는 것.
세 친구들 모두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후배들이었는데, 하물며 연고전이었으니...
운동을 좋아하는 나로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머리 끝까지 열이 받아있는 상태였다.
"너희들 정신이 있는 놈들이야.. 없는 놈들이야. 지금 이 시간이 어떤 시간인데 축구장을 갔다와?
연고전은 너희만 보고싶냐? 그리고, 그렇더라도 그럼 사전에 말이라도 하고 가야할거 아냐.."
그리고는 모두 엎어놓고 소위 말하는 빠따를 친 적이 있다.
축구 잘 보고 미안한 마음 가득 담고 들어왔던 후배들은 졸지에 엉덩이에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는
입들이 댓발은 튀어나왔던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 같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인터넷에 동영상 돌았겠지.
" 너 그거 기억하냐?" 하고 물었더니, 박 교수의 대답이 걸작이다.
"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아니.. 그랬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았을텐데..."
이야기를 듣고있던 다른 후배들의 반응.
- 그런건 보통 때린 사람은 잊어먹고 맞은 사람이 기억을 하는 법인데, 형들은 반대네..
- 한마디로 덜 맞았다는 얘기지.. 그 정도가지고는 맞은 축도 아니라는..
- 상범이형이 마음이 약해서 맞은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걸 기억하고 있는거야.
근데, 생각난 김에... 그때 사전에 연고전을 갔다오겠다고 말을 했으면 내가 허락을 했을까... 글~쎄~~~
박창모 옆의 최길영 - 정말 참 세상을 편하게 사는 친구.
학창시절 펜싱선수 출신인 이 친구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배면 선배 후배면 후배 누구에게도 격의없이 대하고, 그만큼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이 친구와 함께 있으면 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창모의 한국 체류기간동안 모든 곳을 동행하며 기사를 자청할 정도로 우정을 과시하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내 옆의 윤세정과 양세종 은 나보다 3년 후배.
야구 청소년국가대표를 역임한 두 사람은 연세대학교 야구부 출신으로 윤세정은 졸업 후 제일은행에 입단했고,
양세종은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오비베어스에서 활약하며 승리타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늘 마음 한 켠에 정을 담아놓고 있는 후배들인데,
특히 세종이를 생각할 때 마다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오비베어스의 4번타자로 승리타점상 까지 수상할 정도로 찬스에 강한 클러치타자였던 그가
군 복무를 마치고 한창 더 기량을 펼쳐보일 시기에 생각보다 빨리 조기 은퇴를 결정한게 늘 마음 아프다.
뜻하지 않았던 후배들의 방문 - 그렇게 함께 한 3시간은 정말 행복한 추억여행이었다.
누가 먼저 제안하여 함께 나를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미국에서 몇년 만에 잠시 귀국하여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를 보고자 했던 창모의 마음이 고맙고,
나를 보고자했던 마음에 기꺼이 동참해 정겨운 분위기를 선물해준 세종이와 세정이에게도 고맙다.
그러고보니 창모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전했어야 했는데,
너무 반가운 마음에 미처 생각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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