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평균적인 부부와 비교할 때, 우리는 부부간에 어느정도 대화를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와이프 : 우린 미주알 고주알이지.

우리 부부는 대화가 많은 편에 속하는거 같다.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부부의 경우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대화 외에 우리는 보조수단을 많이 이용한다.
처음에는 편지가 그 기능을 많이 담당했다..
그때는 벼게밑과 화장대가 우리 편지의 우편함이었다.
내용은 말로 다하지 못한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표현이다.
학년이 바뀔때면 난 꼭 집사람의 학교로 편지를 보냈다.
주로, 새로 담임을 맡게된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요즘은 이메일이 편지의 역할을 대신 한다.

대화에 있어 필요조건은 [꺼리] 와 [시간]이다.

입이 가벼운 사람일수록 꺼리는 많다.
나는 입이 가벼운 남자다.
집사람과 마주 앉으면 그날 내게 일어난 이야기가 다 나온다.
심지어는 이발소가서 안마받은 이야기, 룸살롱에서 옆에 앉은 아가씨 이야기까지...
거기에 대해 덧붙인다면, 룸살롱 갔다는 이야기를 하면 집사람이 꼭 묻는게 있다.
아가씨 팁을 줬느냐.  그러면서 덧붙인다.
줄 돈이 없거나 주는게 아까우면 가질 말던지, 이왕 갔으면 줄건 줘야하지 않느냐. 그런데 나오는 여자들 목적이 뭔대...
처음에 이 말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난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내가 단골로 다녔던 룸살롱, 단란주점, 식당의 주인들 대부분이 여자지만  집사람이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끔 옛 단골집을 오래만에 간다고 하면, 집사람이 사장 갖다주라고 떡을 맞춰줄 정도니까...  

하지만 어디서든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역시 집사람에게 얘기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결혼생활 20년동안 내가 갖고있는 고민이나 내가 겪는 갈등에 대해서는 얘기해본 적이 없다.
고리타분한 생각이겠지만, 집안의 모든 좋지못한 문제에 대한 고통은
결론이 날 때 까지는 혼자 감내하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혼자 해도 충분한 걱정거리를 불필요하게 가족들이 미리 알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음은 시간인데,

신혼초 우리는 갓난아이를 재워놓고 심야영화를 많이 봤다.
TV영화나 비디오가 아닌 극장을 많이 찾았다.
요즘 우리의 고민은 아이들 눈치 안채게 영화보는 것이다. 
딸아이가 고등학교때, 딸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기 모르게 본 영화티켓이 집구석에서 발견될 때 제일 배신감을 느낀단다.

또하나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은 쇼핑을 같이 하는 것이다.
쇼핑만큼 집사람의 소비패턴과 기호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없다.
먹거리 장을 따라 나서면 아이들의 취향과 기호식품까지 알 수 있다.
엄마들은 자신의 취향보다 아이들의 취향을 우선 생각하기 때문이다.

쇼핑은 부부에게 많은 대화의 소재와 시간을 제공해 준다.  

딸아이가 중학생때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 자기 부모가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 고 하더란다.
아무생각없이 손을 번쩍들고 둘러보니 자기밖에 없더라나...

우리의 질문 : 네가 볼 때 엄마 아빠가 천생연분인거 같니???

딸의 대답 : 그렇지않어??  근데 왜 다른 애들은 손드는 애가 없지...

우리의 행복한 대답 : 그게 다 니가 주책이란 얘기야.

그렇더라도  우린 서로에게 물었다.
' 우린 그래도 성공한 부분가비여...'

딸애는 지금도 그런다.  엄마 아빠 사는거 보면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집사람은 묻는다. ' 야~~ 엄마 아빠 싸우는거 봐도 그런 생각이 드냐??? '
딸래미의 대답이 걸작이다.
' 그게 다 사는 재미지~~~  그런 것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냐...'

집사람의 엉뚱한 걱정은,  딸아이가 세상 남편의 표준을 아빠로 보기 때문에 나중이 걱정된단다.
나에겐 좀 과분한 표현이긴 한데,  어쨌던,
딸애에 의해 붙여진 우리부부의 영예스런 별명은 [못 말리는 한쌍의 바퀴벌레] 다.


그런데,  요즘은 전에 비해 대화가 상당히 줄었다. 
샤브미를 비롯해 새로운 일을 벌리며,  [대화꺼리]는 많아졌는데,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또 하나 느낀 것은 대화에 있어 필요조건은 [꺼리] 와 [시간]뿐 만이 아니라,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

안그래도 시간이 많이 즐었는데,  게다가 피곤하니 바로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일요일인 어제도 거의 하루를 잠으로 보냈다.

그래서 요즘 집사람에게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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