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language=JavaScript></SCRIPT> | | | | | | 일본 <산케이신문>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로 한국에 '스포츠 애국주의'가 퍼지고 있다고 21일자에 보도했다.
<노컷뉴스>에 보도된 이 기사는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가 쓴 글로 'WBC도 한류(韓流) 과시'란 제목을 달고 있다.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는 이 기사에서 '연일 한국 매스컴이 총동원돼 승리 소식을 알리면서 마치 세계가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포츠가 스포츠로 끝나지 않는 것이 한국의 스포츠 애국주의'라고 정의했다.
TV를 중심으로 모든 미디어가 연일 '애국'을 부추겼고, 그 결과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서울 도심이나 각 지역 구장에서 대형화면을 보며 '국기 패션'을 몸에 감싸고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스포츠 애국주의'는 보수와 혁신, 좌우 이념과 무관하게 '좌파 언론인 <한겨레신문>마저 사설을 통해 대회 결과에 흥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 언론들이 WBC를 'World Best Corea'(세계 최고 대한민국)로 해석하거나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애국 전사'로 표현한 점도 이같은 맥락과 닿아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또 '한국 스포츠는 국가와 국민을 짊어지고 외국과 싸울 때 집중력이 강해져 더욱 힘을 발휘한다'며 '특히 상대가 일본이라면 민족적 대항 심리로 그 힘이 한층 커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문은 '모든 매체에서 연일 이어진 '이겼다' '이겼다' 식의 보도에 외국인들은 사실 조금 지쳤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기사 내용에 대해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에게 몇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 스포츠 애국주의.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스포츠는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거의 유일한 매체다. 이 때문에 순수함을 표방하는 올림픽에서조차 메달리스트의 국기를 게양하고 금메달리스트의 국가를 연주한다. 프로든 아마추어 경기든 모든 공식 국가대항전의 경기 전 의식에 국가연주는 일반화되어 있다.
문제는 그런 스포츠를 국가가 정략적으로 이용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히틀러는 올림픽을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데 이용하려 했다. 5공화국 시절 전두환 대통령은 프로야구를 창설함으로써 정권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
당장 이번 WBC에서도 대회를 창설하고 주관한 미국은 자국의 우승을 위하여 모든 편법을 다 동원했으며, 심지어는 다른 나라의 경기 전 행사에도 미국의 국가를 연주하는 억지를 보였다.
이번 대회 동안 한국이 그런 정치적 영향을 받았거나, 편법을 사용한 적이 있는가. 구로다 기자는 미국에 대해서는 왜 이런 말을 하지 못하는가?
○ 연일 한국 매스컴이 총동원돼 승리 소식을 알리면서…
누구나 생각지도 않았던 결과를 접하게 되면 들뜨기 마련이다. 특히, 약자가 자기가 도저히 안될 것 같은 버거운 상대를 제압하면 심장이 짜릿할 정도로 흥분이 된다. 그건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다.
만약 일본이 미국을 눌렀다면 일본 역시 난리가 났을 거다. 일본이 한국에 두번 패한 후 세번만에 이겼을 때 그때 일본 매스컴도 난리가 났다. 당초 예선 통과를 우려하던 한국이 도저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일본과 미국을 꺾었는데, 난리가 나는 게 당연하다. 만약, 월드컵에서 일본이 같은 조의 브라질을 꺾는다면 일본 매스컴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 마치 세계가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건 우리가 조장한 게 아니다. 한국이 미국을 제압하는 대회 최대의 이변을 일으키자 미국의 전 언론이 한국을 대회의 중심에 세워 놓았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본을 두번이나 제압한 것도 미국 언론이 새삼 부각을 시켰다. 일본이 질투를 느낀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서울 도심이나 각 지역 구장에서 대형화면을 보며 '국기 패션'을 몸에 감싸고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구로다 기자는 유럽을 전혀 가보지 않았거나, 유럽에 대해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 시 유럽의 축구팬들의 행보는 대단하다. 경기 결과에 따라 밤새 폭죽이 터지거나 거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가 된다. 국기 패션 역시 그렇다. 외국에서는 이미 국기 보디페인팅이 수년 전부터 일반화되어 있다.
지난 2002 월드컵 때 한국의 거리응원 문화에 대해 세계가 놀랐다. 그리고 그 성숙함에 세계가 격찬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 이같은 '스포츠 애국주의'는 보수와 혁신, 좌우 이념과 무관하게 '좌파 언론인 한겨레신문마저 사설을 통해 대회 결과에 흥분했다'
이말이야말로 기자의 인식이 의심스럽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기자의 표현대로라면 스포츠도 이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말인가? 미국과 중국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이른바 '핑퐁외교'였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꼬일 때마다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한 것도 스포츠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축구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구로다 기자의 표현대로라면 이념이 다른 국가나 단체끼리는 운동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 한국 스포츠는 국가와 국민을 짊어지고 외국과 싸울 때 집중력이 강해져 더욱 힘을 발휘한다
그건 제대로 짚었다. 그것이 국민성이다. 그리고 민족의 특성이다. 나아가 애국심의 일종이다. 지난 WBC에서 한국의 메이저리거들은 모두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일부 일본이나 미국의 언론에서 한국의 선전은 병역 면제 혜택이라는 '당근' 때문이었다고 선수들의 투혼을 평가 절하했지만 대표선수들의 절반 이상은 이미 올림픽 동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전원 국가대표팀에 흔쾌히 참여했다.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미국은 국가가 출전을 원했음에도 빠진 선수가 있다. 이것이 한국스포츠 그리고 한국의 힘이다. 한국인은 국가에 대한 열정이 있다.
○ 특히 상대가 일본이라면 민족적 대항 심리로 그 힘이 한층 커진다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는 구로다 기자가 정녕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한국과의 준결승전이 열리기 전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만큼은 일본이 꼭 이겨주길 바란다'는 언론사와의 인터뷰 모습이 TV에 나온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로다 기자는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외교인지 또는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한 바 있는데 상대가 일본이라면 그 힘이 한층 커지는 이유가 그의 말 속에 있다.
○ 모든 매체에서 연일 이어진 '이겼다' '이겼다' 식의 보도에 외국인들은 사실 조금 지쳤다
한국의 언론 매체가 진 걸 이겼다고 했는가? 한국의 모든 매체는 진실만을 보도했다. 오히려 한국의 김인식 감독은 두번을 이기고도 '여전히 일본이 한 수 위'라고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인정했다.
또 외국인들이 조금 지쳤다고 했는데,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모든 외국인들이 한국의 야구소식만 들여다 볼 정도로 그렇게 한가하거나, 한국야구에 관심이 많다고 보지 않는다. 자국의 승전보에 유난히 집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한국야구의 승전 소식이 다소 짜증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치로 선수의 망언 보도에 많이 지쳐 있다. 구로다 기자는 혹시 WBC에서 보여준 한국야구의 선전에 짜증이 났던 건 아닌가? | | | 2006-03-23 16:42 | ⓒ 2006 OhmyNews | | | ![]() ![]() ![]() | | 내가 편집국장이라면...? | ![]() | | 이제 네티즌들의 추천으로 오마이뉴스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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