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2월 30일 금요일.
2005년도 이제 이틀 남았다.
금년엔 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 토요일이라,  정말 한해가 깔끔하게 끝나는 기분이다.
사실은 각자의 일이 깔끔하게 끝나야 하는데...

오늘이 각 기업체에서는 종무식을 하는 날이지만, 
내 경우에는 아직 근무일이 하루가 남았다.

금년 한해 난 뭘했나... 하고, 나름대로 생각을 해본다.
내 개인의, 그리고 가족의 주요 뉴스라고 할까...


우선,  멋모르고 시작한 식당이 아무래도 2005년 나의 가장 큰 이슈다.

많은 어려움과 손실이 있었지만, 그래도 1년을 버텨온게 스스로는 꿈만 같다.
그래도 연말 마무리가 잘 되고 있는거 같아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샤브미를 운영하면서, 전혀 생소했던 분야에도 조금씩 안목을 높일 수 있었고,
샤브미 식구들을 통해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내겐 좋은 경험이다.

물론 샤브미를 드나드는 사람들과 접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법을 익힌 것도 좋은 교훈이다.
알게모르게 이 근처 사람들과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고,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게된 것도 소득이겠지.


둘째, 집사람의 학교 이전.

집사람은 공립학교 교사인지라 5년마다 학교를 옮긴다.
금년 초에 강남의 역삼중학교에서 강북의 금호중학교로 전근을 갔는데,
처음엔 무척 고생을 하는거 같았다.
출퇴근시간도 그렇지만, 그보다 아이들의 환경수준이 워낙 차이가 나서
그것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참 힘들었던거 같다.

그래도 방학하는 날, 아이들이 십시일반 어려운 용돈을 모아 건네준,
강남에서도 못 받아본 내의 선물을 받고는, 1년간 아이들에게 쏟은 마음이 전해진거 같아 기쁘다고
무척이나 흐뭇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다.


세째는, 딸아이의 성취.

금년에 대학에 진학하여 어려서부터의 희망대로 연극연출을 공부하게된 딸아이는
금년 한해를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방학도 없고, 잠도 없고, 가족도 없고, 그리고 개인시간마저 잃은 채,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더니
이제는 선배들이 서로 잡아끄는 스탭으로 인정받는거 같다.

1학기 때는 성적은 등한시한 채 일에만 끌려다니더니, 그래도 2학기 때는
학점관리까지 해가며 학창시절의 균형을 잡아가는거 같아 다행이다.


네째, 아들의 다양한 이색경험과 성장.

작년 년말 미국에서 돌연한 폭력사고에 휘말려 재판까지 받은 아들녀석.
그래도 혼자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4개월여에 걸친 재판까지 해가며
자기가 저지른 일을 스스로 마무리하고 들어온 아이가 한편으론 대견하다.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군입대를 위해 귀국 후에도, 군말 안하고 샤브미에서 일을 하며 그만둔 직원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꿔줬고,
자기가 희망하던 카츄사에 합격하여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있다.


다섯째, 임대업에 대한 공부.

금년 한해동안 가장 내 골치를 썩혔던 일은 빌딩의 임대였다.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로서는 정말 힘들었던 과정이었다.

경제상황에 따른 환경변화와 시장논리를 모른 채 부동산 컨설팅회사의 원론적인 얘기만 믿고 따르다
숱한 시행착오를 범하다 보니 이제야 뭔가 깨달음(?)이 온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흐름을 이해했다면 벌써 임대가 완료됐을텐대,  아쉬움이 많은만큼 많이 배운 기간이었다.


여섯째, 내가 운영하는 동호회의 최우수동호회 3연패.

사실 이것은 좀 쑥쓰러운 일이다.
내가 잘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기보다, 길 가다 주운 불로소득과 같은 느낌이 드니까...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특별한 노력없이도 3연패를 했다는 것으로써
우리에게 이만한 저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성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동호회에 가장 부실했던 1년이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민망하고 회원들에게도 송구스러운 한해가 되고 있다.


일곱째, 블로그의 개설

샤브미에 붙어 있느라 골프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손을 댄 것이 블로그였다.
그냥 하루하루를 맹숭맹숭하게 지내기도 그렇고, 뭔가 낙서라도 하고싶어 블로그를 개설하게 됐는데,
당초 의도했던 것 보다 많은 소득이 있었던거 같다.

하루하루의 일상과 스쳐가는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던거 외에,
많은 사람들의 몰랐던 생각과 생활을 느끼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해서도 좀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뜻하지도 않게 샤브미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한 몫을 단단히 해주었다.


여덟째, 인간관계의 외연 확대.

살아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기존의 알던 사람과 더 친밀해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금년에도 행복했던 한 해였던거 같다.

식당을 하면서 자주 들르는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분을 쌓게 되고,
블로그를 통해 미지의 사람들과도 서로 교감을 나누고,
또 순번제이긴 하나 고등학교 동기회의 작은 역할을 맡다보니
소원했던 친구들과의 잦은 연락을 통해 새로운 정을 쌓기도 하고,
동호회에서도 새로운 정을 많이 쌓은 한해였다.


한참을 적은거 같은데, 다시 읽어보니 별 것도 아니네...

그런거보면 한해가 별로 의미가 없었던거 같기도 하고,
그냥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특별한 문제없이 무난한 1년이 됐던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간이 참 정신없이 빨리 갔다.

내년에도 이렇게 지루하지 않은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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