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와 함께 한 지가 만으로 4년 7개월이다.
태어난 지 만 3개월 째 우리 집에 와 엄마 곁에서 떨어진 슬픔과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틀 정도를 꼬박 침대 밑 컴컴한 구석에서 꼼짝도 안하던 녀석.
그리고는 사나흘이 지난 후 살그머니 나와서는 경계의 눈빛으로 거실의 우리가 앉은 맞은 편
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빙빙 돌며 나름대로 새로운 상황을 탐색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러.던. 녀.석.이..
떠~억 하니 다리를 벌린 채, 배 맛사지를 받으며 흐물흐물 무아지경의 세계로..
꼬맹이에게는 우리 부부가 우주다.
어렸을 적 불렀던 아명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어느 덧 나이가 든 성묘임에도 다 큰 녀석에게
여전히 꼬맹이라고 부르는게 가끔 미안하게 생각될 때도 있는데, 이 녀석은 이름 값을 하려는지
응석이 더 느는 거 같다. 하지만, 어떤 때는 이름 값보다 나이 값을 내세워 자기 마음에 안들 때는
잉~잉~ 거리며 항의하기도 하고 큰 소리로 강하게 주장을 표출하기도 한다.
다른 고양이를 대해본 적이 없어 비교는 안되는데, 꼬맹이는 스킨쉽을 좋아한다.
때문에 늘 우리 부부 중 누군가의 옆에 몸을 밀착시키는 걸 좋아하는데, 몸을 밀착시키는 건
스킨쉽을 요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엉덩이를 토닥여 달라거나 배를 만져 달라는 거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그렇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꼬맹이와 함께
하면서 우리끼리 통하는 놀이의 애칭이 있다. 꼬맹이가 좋아는 것 중, 엉덩이를 토닥여 달라는 건
[토닥이], 배를 만져 달라는 건 [배맛사지], 또 허공에서 흔들어 껑충껑충 뛰게 하는 건 [빠샥이]라
히는데, [빠샥이]이는 흔드는 천을 만지면 빠삭거리데서 만든 이름이다.
꼬맹이의 요구 방법은 명확하고 한결같다.
허벅지에 엉덩이를 밀착시킨 채 엎드리면 [토닥이]인데, 모른 척 하고 있으면 고개를 돌려 한번
바라본다. 그래도 모른 척 하면 한번 더 바라보고, 또 모른 척하면 "냐옹~" 하며 구두로 칭얼된다.
신기한 건, 그래도 모른 척 하면 더 이상 조르지 않고 슬그머니 다른 데로 간다는 거.
딴 생각을 하는 등 해줄 의사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모양이다.
장난삼아 모른 척 하다가 그런 모습을 보면 괜히 안스러워 "해줄께 이리 와~" 하고 부르면,
그냥 오긴 좀 그런지 잠시 스윽 쳐다보다가, 못 이기는 척 톨톨거리며 잰걸음으로 냉큼 다시
옆으로 오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이쁜지...^^
옆에 와서 옆으로 누워 다리를 약간 비스듬히 놓으면 [배 맛사지]를 해달라는건데,
요것도 행동 패턴은 [토닥이]와 동일하다. 꼬맹이는 평소 혼자 옆으로 누울 때는 두 뒷다리를
비스듬히 하는 법이 거의 없다. 항상 두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 놓는다.
[빠샥이]이는 앞의 두 경우보다 좀더 적극적이다. 눈치를 보지 않고 앞에서 잉잉~ 거린다.
그 외, 화장실 앞에서 우리를 바라보면 세면대에 물을 받아 달라는 뜻이고, 자기 화장실 앞에서
바라볼 때는 화장실 청소를 해달라는 요구다. 꼬맹이는 바닥에 놓아주는 물은 안 먹는다.
꼭 세면대에 물을 받아주거나, 혹은, 볼이 넓은 그릇에 담아 식탁이나 화장대에 올려줘야 먹는다.
근데, 이게 좋은 점이 있다. 물을 먹을 때 마다 점프를 해야하니 다리 근육운동이 된다는 거.
스스로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건지...
꼬맹이의 식습관도 재밌다.
꼬맹이는 우리가 밥을 먹으면 꼭 자기도 가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 잠을 자기 전에도 반드시
밥을 먹는다. 우리가 잠자리에 누우면 꼬맹이는 꼭 밥을 먹으러 가는데, 그걸 보고 꼬맹이도
이제 자려는 걸 알 정도다. 또 하나 꼬맹이가 반드시 챙기는 게 있다.
사료의 경우, 분명히 아직 일정량이 남아있음에도 어느 정도 떨어져간다 싶으면 꼭 미리
채워달라고 요구한다는 거. 혹시라도 우리가 보충을 안해주고 나가서 언제 들어올지 몰라
사전에 미리 대비를 하는 모습이다.
꼬맹이는, 자기가 뭔가 요구사항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인을 보냈는데, 우리가 알아채질 못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꼭 와서는 발목을 문다. 그리고, 다른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쉽게 포기를 하면서, 발목을 물 때는 우리가 싫어하는 표시를 내도 굉장히 집요하게 반복해서 그런다.
크게 화를 내는 모양새를 취하면 그때서야 뻘쭘한 표정으로 그만 두는데, 그런 무안해 하는 모습이
측은해 꼬맹이의 필수 품목을 챙겨보면 꼭 뭔가 하나는 부족한 게 있다.
그러니, 발목을 물 때는 뭔가 나름대로 급하거나 불안한 게 있다는 표시다.
꼬맹이와 함께 이런 생활습관을 서로 반복해 나가면서, 아내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럼~ 그럼~ 그렇게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지.. 멍청하게 가만 있으면 안되지.
우리 꼬맹이는 이렇게 영리해서 너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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