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세를 내라고 ???
최근 정부가 낸 세제개편안을 뉴스에서 접하고는, 조금은 뜨악한 생각이 든다.
정부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에 대응할 목적으로,
지금까지 부양가족이 1명 이하인 근로자가 기본공제 외에 추가로 공제받던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미성년 자녀 2명 이상 근로자에 대한 [다자녀 추가공제] 제도를 도입한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독신자가 받던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결국 독신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솔로들은 세부담이 늘면서 [독신세]가 생겼다고 비아냥 거릴만도하다.
최근 들어 결혼을 기피하는 독신주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결혼을 안하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에겐 각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족을 이루며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 혼자 하고싶은 것을 하며 편안하게 살겠다는 가치관 때문에 안 할 수도 있고,
결혼은 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역시 결혼을 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이성에게 호감을 얻지 못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로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내세우며,
차라리 가치관에 따른 조세기준을 다시 제정하라고 주창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개편안에 따르면, 연소득 약 4천만원 수준일 경우, 독신자는 17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단다.
열심히 일해 결혼자금을 모아 결혼을 준비하는, 즉,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은,
절세를 하여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웃지 못할 딜레마에 빠질지도 모른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뜩이나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 판에 염장을 지르냐고 할 것이다.
결혼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이혼도 제대로 못할 판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아이의 양육권을 가지고 계산기도 열심히 두드려 보아야 한다.
옛말이 다 정답은 아니지만,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결혼이나 출산이나 이혼은 모두가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인데, 이를 세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뺐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송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의 세태 대로라면, 앞으로 위헌소송이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무부처인 재경부에 의하면, 현행 4인가구 대비 독신가구의 추가 세부담 정도는 우리나라가 1.3%포인트로
미국·독일은 물론 OECD 평균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적고,
특히 독신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 최고 2배 이상 세후 생계비 수준이 높은 등 불합리한 부분이 개선된 결과일 뿐이라고 한다.
모든 문제에는 해법이 있게 나름이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방법에 따라 불만을 최소화될 수도 있고, 불만이 고조될 수도 있다.
저출산이 문제라면 [소수자 추가공제]를 유지하면서 [다자녀 추가공제]를 도입한다면 불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럴 경우, 자꾸 그렇게 빼주기만 하면, 그럼 부족한 재원은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잡한 세제문제에는 일반인이 모르는 부분도 많다.
누군가를 청부살인 할 때는 잠자고 있을 때 죽여주는게 살인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다.
굳이 의식을 깨워 놓고 죽인다는 것은 원한이 있을 때나 행하는 잔인한 살인이다.
모르고 당하는게 알고 당하는거 보다 맘은 편하다는 얘기다.
그게 고도의 정치일지도 모른다.
이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결혼중매 관련 사업자는 동기부여 할 말이 생겨 좋겠다.
최근 바다이야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각계각층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연일 제기되고 있는데,
이 개편안을 접하며,
혹시... 결혼중매사업 업계의 로비가 있었던거 아냐...??? 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스로의 농담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