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허전한 느낌의 Meatpacking Distric
뉴욕 삼일 째. 확실히 우린 여행 체질인 듯하다.
하루종일 걷고 들어와 사진 정리를 하고 밤 1시가 넘어 잠이 드는데도 일어나는 시간은 집에서 보다 훨씬 이르다.
아내도 같은 소릴 한다. 집에서 보다 컨디션이 좋은 걸 보면 우린 계속 여행을 다녀야 하나 보다고.
지연이는 공연 준비로 오후 1시쯤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해 오전엔 아내와 둘이 Meatpacking을 둘러보기로 했다.
9th Ave와 10th Ave 사이의 12st에서 14st까지의 블럭인 Meatpacking Distric은 예전에 도축장이 몰려 있던 곳인데,
맨해튼의 개발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한다. 도축장이 있어서 이름도 Meatpacking인 모양이다.
도심 재개발이 되면서 기존의 토박이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은 어디든 똑같은 숙명이다.
뭔가 아직은 Manhattan 같지 않은 어색함..
간판을 보면 여기 갤러리가 있다는 얘긴데, 입구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갤러리 입장을 위해 대기중인지..
건물 외벽의 색이 바래고, 부착된 철구조물에 녹이 슬어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 다시 언급하겠지만,
여기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이 사람들은 뭐든 본연의 기능을 중시해, 기능과 관계없는 부수적인 것에는 무감각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Meatpacking Distric의 모습은 좋게 말해 상당히 고전적이다.
로마의 골목을 연상케 하는 벽돌포장도 Meatpacking Distric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
맨 위 사진 갤러리 건물 오른쪽에도 임대 간판이 보였는데, 이런 걸 보면 이 지역이 아직은 인지도가 떨어지는건지..
뭔가 대단해 보이는 것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으려하지 말고, 거리의 소소한 것들을 요모조모 살피며 걷다보면
어디서든 의외로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은 많다.
어느 카페의 바깥에 걸려있는 것.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에 사람들이 적어놓은 것 중에는 재미난 것들도 많다.
누구와 결혼을 하고 싶기도 하고, 키스나 섹스를 원하기도 하고, 세계여행을 원하는가 하면, 아빠에게 할 말도 있단다.
같은 칸에 누구는 뉴욕에서 살고 싶다고, 또 누구는 뉴욕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얼추 자기 덩치만한 개는 밥을 먹였을까..??
미국뿐 아니라 서구 사람들이 참 재밌는게 이 노천식당 선호 선향이다.
우리 개념으로는 자동차 도로가 바로 인접해있어 시끄럽기도 하고,
또 위생상 먼지 날리는 곳에서 식사할 생각이 별로 안들거 같은데도 이들은 밖을 좋아한다.
햇살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이렇게 공개된 곳을 좋아하는 성향이 개방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