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내 머리임에도 내겐 선택권이 없다니..

江河 2011. 6. 21. 14:36

방학을 맞아 귀국한 지연이가 공항에서 내게 던진 첫 말.
"아빠 머리가 그게 뭐야~ 당장 아빠 머리부터 손봐야겠어."

그리고 지난 주말 지연이에 이끌려 미용실을 가게 된다.
"아빠에겐 선택권이 없어. 내 뜻대로 할거야. 아주 짧게.."

흠~  어쩌자는건지..  내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나도 궁금하다.

 


오래만에 지연이와 함께 한 사진.
언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었나.. 
이제 완연히 숙녀 티가 나는데, 아직도 아빠와 빙수 먹으러 다니니..

저 머리가 헤어샾으로 향하는 도중, 그러니까, 변경 직전의 모습인데,
내가 보기엔 괜찮구만, 저 머리가 대체 뭐가 문제라는거야?


미용실에 들어가 지연이가 부원장과 뭔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들려오는 단어.. [퍼머]..  @ㅁ@~

나 : 퍼머를 한다고요?
부원장 : 따님께서 아버님은 선택권이 없으시다는데요~

그리고, 얼마 뒤...

 


이게 뭔 모습인지..  상당히 낯선 상황에 처한 내 모습.

커트만 하는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더구나, 내 머리임에도 내겐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다니...

이렇게 제법 지루할만한 시간이 흐른 후, 

 

 
정작 퍼머를 한다던 지연이는 저렇게 좌측에서 머리 손질만 하고 있고,
엉뚱하게도 퍼머의 유탄은 내게 튀었다.

흥미로운건, 퍼머 머리에 대한 상반된 반응.

남자들은 대부분 별 반응을 안 보인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긴 한데, 그런 반응을 보이면 내가 무안해 할까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것도 나름대로 나에 대한 배려다.

여성들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젊어 보인다는 등, 퍼머가 잘 나왔다는 등, 심지어 아무데서 한거 같지 않은데 어디서 했느냐는 등..   
아마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의 차이인거 같다.

이제 1주일이 지나 처음보다는 덜 하지만, 아직도 스스로는 영 어색하다.
마치 영구가 벙거지 하나 뒤집어쓰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어울린다며 조금 지나면 훨씬 자연스럽고 더 멋있을거라는 여자분들의 격려에
어색함을 조금씩 덜어간다.

내 머리에 그렇게 큰 돈 써보긴 처음이라는 말에 대한 모든 여자분들의 반응은 똑같다.
"엄청 싸게 하신거예요~  여자들 머리 좀 길면 두배 세배 이상 들어요.." 
WOW~ 여자들 돈 많이 벌어야겠다.. 


어제는 거래은행에 들러 여직원들에게
정말 젊게 산다면서, 변신의 끝이 궁금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맨 위 변경 전 사진과 비교해가며 지금 퍼머 머리가 훨씬 낫단다.
자초지종을 듣고는, 따님의 감각이 대단하다는 평과 함께. 

지연이의 말.
"아빠~ 딸내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