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산다는건...
의미가 더 했던 시종회
江河
2011. 4. 18. 01:55
지난 금요일 시종회 모임이 있었다.
시종회는 삼성생명 교육부서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의 친목모임이다.
물론, 동시대에 삼성생명 교육부서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지만,
당시 교육본부장으로서 교육부서 수장이셨던 이시용 사장님을 가까이서 함께 모셨던 사람들이
어찌어찌 모임을 만들어 매분기 정기적으로 자리를 함께 한지 벌써 10년 이상이 되었다.
현 시종회 멤버는 열 명인데, 이번 모임에는 반가운 얼굴 두 사람이 함께 했다.
당초 시종회 멤버였으나 미국으로 이민간 임광균 회원이 일시 귀국하여 모처럼 자리를 함께 했고,
교육부 초기인 1978년 입사하여 일편단심 교육부에만 근무하다 퇴직한 삼성생명 교육부서의 산증인
노춘실氏가 참석하여 모임을 더 뜻깊게 만들었다. 저 화려한(?)멤버 중 교육부서 근무로 노춘실氏보다
빠른 사람이 없으니 그 존재의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미 지천명의 나이이고,
얼굴본지 십수년이 넘었음에도 스스럼없이 "~씨"를 뺀 이름만의 호칭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당시 얼마나 격의없이 지냈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상하관계로 이뤄진 모임, 특히, 소수의 정해진 멤버들의 친목모임은 모임의 좌장을 회장으로 모시고
다른 멤버들이 돌아가며 총무를 맡는게 대개의 경우인데, 시종회는 모든 회원들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는다.
그런 윤번제로 인해 금년부터 내가 회장으로 모임을 주선한다.
년초 모임에서 회장을 맡으며 이런 우스개말을 했었다.
"80년대 말 대리로, 그리고, 과장으로 이시용 사장님을 모실 때만 해도,
제가 이시용 사장님이 회원으로 계신 조직의 수장이 될거라는걸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시종회가 내게 준 의미가 하나 있다.
대개 나이를 먹는다는게 왠지 억울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시종회를 하면서 나이를 먹는다는게 좋을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종회 멤버 열 명 중 회사 입사 서열로 따지면 내가 끝에서 두번째다. 함께 근무할 당시
이시용 사장님은 전무셨고, 강종태 상무님은 부장,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대리 혹은 과장이었다.
나보다 선배들은 같이 대리로 혹은 과장으로 근무했었기에 선배라도 별 거리감은 없었지만,
부장과 특히, 임원은 체감적인 신분상의 격차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특히 그 시절엔 그랬다.
앞에 가면 자세는 거의 복지부동 상태이고, 아랫사람이 할 수 있는 대화는 거의가 "예" 뿐이다.
그런 시절을 겪었던 관계인데...
요즘 시종회에서는 이시용 사장님의 말씀에 회원들이 "예" 로 끝나는 경우가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꼭 한마디씩 뭔가 토를 단다. 전엔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대꾸도 하고 반론도 편다.
그럴 때면 이 사장님은 늘 빙그시 웃으시거나, 혹은 "그만 하지~" 하시며 소극적(?) 방어를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이를 먹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편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이시용 사장님에 대해 하나 더.
이 사장님은 무척이나 치밀하고 빈틈이 없으신 분이시다.
특히, 아래 사람에겐 엄청나게 엄한 상사셨다. 이 사장님을 5년간 모셨다고 하면,
"당신 맷집이 엄청 좋은 모양" 이라는 말과, "일은 제대로 배웠겠다" 는 말을 들을 정도다.
내 주변의 앞선 분들을 보면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두가지 유형이 있는거 같다.
아집이 강해지거나, 유해지거나.. 이분법적 논리로만 보면, 이시용 사장님은 후자시다.
그렇게 꼼꼼하시던 분이 상당히 유해지셨다. 시종회 분위기가 갈수록 편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모임의 좌장이신지라, 모였을 때 첫잔을 들면서, 혹은 마지막 잔을 들면서
"덕담 한말씀 해주시죠.." 하고 권언을 드리면, 그때마다 "회장이 해야지, 왜 내가 해~" 하시며 낮추신다.
이시용 사장님~ 사장님은 영원한 저희 보스십니다.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