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일본의 지진 참사를 바라보는 착찹한 심경

江河 2011. 3. 16. 14:52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커다란 참사가 일어났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어지는 원전의 위험설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경악하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 
직접 대재앙의 피해를 입은 일본은 국가 초비상사태이며, 현재의 피해상황은 물론,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 세계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V를 통해 보여지는 일본의 모습은 정말 참담하다. 
마치 영화에서 CG로 만들어 보여지는 모습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실로 충격이다.
영상으로만 보아도 충격적인데, 실제 현실로 저 상황을 맞은 사람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국내 언론에서는 연일 현장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 지진으로 흔들리는 건물의 모습, 피해 현장의 여러 모습들, 
그 각각의 현장 속 일본인들의 모습까지..

그리고, 그런 모습들 속에서 세계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애닯은 마음과 함께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슬픔을 억누르는 모습들, 약탈과 사재기 등 무질서와는 거리가 먼, 그 와중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정부와 공무원들의 지시에 따르는 시민의식,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잘 훈련된 모습 등,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은 타인의 눈에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사고시 마다 통곡하고 절규하는 모습을 부각하는 우리 언론과, 상황을 팩트 위주로 이끌어가는
일본 언론이 비교되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참으로 미묘한 애증의 나라다.
강제징용이나 정신대, 국보급 문화재의 유출 등 식민지시대의 여러가지 폐해는 아직도 논란이 많고,
독도로 인한 영토 문제와 교과서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일본은 그들의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다.
그러면서도 일본문화나 일본제품에 대한 우리의 선호도는 무척 높은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여행을 즐기고, 일본인들과 친분을 맺고 있으면서 역사와 영토문제에 대해서 냉정해지는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생각이나 개인 성품에 따라 호불호의 극명한 차이는 있다.
때문에 이번 일본의 대참사를 지극히 편협되게 보는 시각도 있는거 같다.
한마디로 "그렇게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더니 천벌을 받았다" 는 시각이다.

과거 1세기 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국에 피해를 준건 변명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우리는 그들에게 외침을 받았다. 그렇더라도 오늘의 재앙에 대해 지난 역사와
결부시켜 감정을 표현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의 일본인들이 입고 있는 참담한 피해를 그들의 조상이 행한 행동에 빗대어
권선징악이니 인과응보라고 결부시키는건 너무도 잔인하고 편협하지 않는가.
물론, 아직도 정치가와 극우집단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행했던 행동에 대해 당위성을 주창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수많은 일본인들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건 존중받아야 하며, 그 틀이 무너졌을 때는 서로가 도와 그 틀을 복원시켜야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어느 한구석에라도 존재한다면, 언젠가는 공동체가 형성된다.
일제 강점기 때도 한국인을 배려하고 도우려는 일본인은 있었을테고, 지금도 왜곡된 역사에 대해
부끄러워 하며 한국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본인들이 있다.

지금 일본의 고통을 즐기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가 경멸하는 일본 극우집단과 다를게 없지않은가.
세계 각국과 같이 우리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구호방안을 모색하는거 같다.
그중 의미있는건 한류스타들의 기부행렬. 10억을 기부한 배용준을 비롯해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배우와 가수 등 많은 연예인들이 일본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본인들에게 사랑받은 보답을 하겠다는 이런 마음들이 양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본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 아주 작은 우려가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이런 참사를 통해, 일본의 일부 과격 우익단체가, 과거 역사 속 자기 선조들이 그토록 한반도를 탐했던 사실을,
자국과 후세를 위한 선견지명이었다고 생각하며 그 실패를 아쉬워하지는 않을런지, 아울러, 앞으로 국가 존립과
민족의 생존을 위한 영토 확보를 생각하며 또 다른 정벌론을 원모(遠謀)하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건 우리라도 그럴 수 있는 민족의 생존본능이다.

이런 우려가 쓸데없는 기우가 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일본에 더 이상의 재난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연의 변화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예방과 대비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그 어떤 경우라도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도록 우리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