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지키고싶은 가치를 담아보는 것도 괜찮지않을까..

江河 2011. 2. 15. 14:05

대학 동아리 홈피에 올린 글에, 누가 "강하선생.. " 운운하며 댓글을 달아 놓았는데,
댓글을 올린 이가 [도방하]라고 되어 있다.

도방하는 또 누구?
알아보니 모 대학 법대학장으로 있는 동기다.

전화를 걸어 의미를 물으니, 중국 고사에 나오는 [내려놓는다]는 의미란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한자가 궁금했다.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보아서는 [하]는 내리다의 [下]일거 같고,
[방]은 놓는다의 [放]일거 같은데..  그럼 [도]는 뭐지?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도]는 도시 할 때 그 [都]야. 그게 [모두]라는 의미란다. 그러니까 [모두 내려놓는다]는 의미지."


그 단어에 뭔가 끌리는 느낌이 있어 좀 더 알아보았더니, 인터넷에 이런 내용이 있다.  

흑씨l(黑氏)라는 수행자가 석존에게 꽃 공양을 하려고 오동꽃 두 송이를 들고 왔다.
부처님이 이를 보고 조용히 불렀다.

- 선인아..
> 예.
- 놓아버려라.

그는 손에 들고있는 꽃을 버렸다.

- 놓아버려라.
> 빈손인데, 무얼 또 놓습니까?
- 놓아버려라.

모든 집착을 버리는게 放下라면, 내려놓는다는 마음까지 내려놓는 都放下가 禪家(선가)의 제일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얼 가려서 내려놓는 것은 放下가 아니라, 간택이요 분별이라고 가르친다. 


그 친구는, 어느 날 문득 '이제 슬슬 내려놓으며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도방하]를 필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름 외에 號(호)라는게 있다.  
원래 사전적 의미의 號는 허물없이 사용하기 위해 지은 이름인데,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저명한 인사들이나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약간은 권위적인 호칭으로 인식되어 범인들이 사용하면 왠지 주제넘게 여겨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온라인문화의 활성화로 많은 사람들이 닉네임 혹은 필명이라는, 
본명 외의 다른 호칭들을 많이 애용하게 됐는데, 이게 사실 호(號)와 다를 바 없다.
단지, 앞선 시대의 분들이 한자문화를 기반으로 했다면, 요즘은 영어 등
다양한 표기법에 의한 작명을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號, nickname, 필명(筆名)... 
무엇이 됐던 각자가 자신을 표현하고픈 호칭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자신이 늘 내세우고 남들에 의해 불려지는 애칭에,
스스로 견지하고싶은 가치, 삶의 지표를 담아보는건 어떨까..

특히, 삶의 전환점을 돌은 시점이라서인지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친구도 그래서 어느 날 [도방하]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 친구와의 뒷 이야기.

- 너는 강하가 무슨 의미라 그랬지?
> 큰 내 강(江)  물 하(河). 그냥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자는 의미..
   그러고보니 이제 너하고는 [하 브러더스]네. 도방하.. 강하.. 
- 줄여서 하하지. 
> 그러네.. 우리가 하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