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산다는건...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야식배달부
江河
2011. 2. 6. 03:14
이번 설 연휴는 매일 한번씩 눈물샘이 찡한 자극을 받았다.
MBC의 설 특집 [쎄시봉]에서 이장희가 낭독한 우정의 편지가 뭉클하게 와닿더니,
SBS [스타킹 스페셜]에서 김승일이라는 야식배달부가 나를 눈물나게 만들었고,
[스타킹 200회 특집]에서는 시각장애 소년소녀합창단이 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세 프로 모두 사람이 주는 아름다움과 감동에 행복했던 순간이었지만,
제 삼자인 내게도 크게 회한이 남는 사람은 김승일이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그에 대해 이야기 하면,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프로에서 주최하는 노래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노래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그는, 성악 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임에도
한양대 성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니다, 어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1학년을 마치고 대학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해군에 입대 후, 건군 50주년 호국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그로 인해
해군 해외순방 공연팀에 선발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지만, 늦둥이인 자신 때문에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다시는 노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후, 수원의 야식집에서 7년째 야식 배달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그의 핸드폰에 저장된,
그의 노래를 들은 야식집 사장의 제보로 스타킹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의 노래에 대해 "말도 안되는 목소리~" 라며, "최고의 악기가 먼지에 묻혀 있었다" 고 경탄을 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김인혜 교수(뉴욕타임즈가 격찬한 동양인 최초 줄리어드 성악과 교수란다)는
그의 인생역경을 듣고는 그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인혜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김인혜 교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를 오페라나 콘서트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자신의 꿈이 묻혔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애잔한 눈빛으로 노래를 부르는 TV 속 그를 바라보며 아내와 내가
동시에 안타깝게 원망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한양대 96학번 당시 성악과 교수들이다.
장학생으로 입학했을 정도라면, 그만한 재능이 있다는걸 많은 교수들이 인정했을텐데,
그런 재능있는 제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음에도 그의 행적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
스스로 참 스승이기를 거부한, 월급받고 하루하루 지식만 전달한 직장인에 지나지 않았다는게 아닌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게 군자 3락이라는 맹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야식업소 사장이 놀라고, 같은 성악과 교수가 경탄한 재능을 무심히 흘려버린 그 교수들은
대체 어떤 재능을 중시하며, 또 어떤 제자에게 애정을 보이는지, 참 궁금한 답답함을 느꼈다.
꿈을 포기한 서른 셋이라고 보기에는,
그는 아직 너무 해맑은 얼굴과 함께 맑고 순수한 눈빛을 간직하고 있었다.
100일 후 더욱 놀라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장담하며, 그에 대한 레슨을 담당한 김인혜 교수.
정말 100일 후 그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스타킹 무대에 나서게 될지 자못 기대가 크다.
아울러, 그의 미뤄졌던 꿈이 펼쳐질 제 2의 삶에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