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산다는건...

홍초주와 함께한 12월 [세월애]

江河 2010. 12. 21. 16:03

온라인에서 골프동호회를 만들어 5년간 방장 노릇을 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내 것이 아니기에 다른 회원에게 방장을 넘겼는데,
2년 후 다시 내게로 그 자리가 넘어왔다.

한때 회원이 100명이 넘었었고, 정기 라운딩에만 30명이 넘을 정도로 커버린 조직을
다시 맡기엔 나의 여건이 너무 힘겨워 사퇴를 하려 했지만, 회원들의 요구가 컸다.
하지만, 대충하는걸 싫어하는 성격이 이미 여건이 안되는 나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동호회 탈퇴.
내가 만들어 키운 동호회에 누구보다 애정이 컸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작년 년말의 이야기다.


동호회 탈회 후 망고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고가 많았는데, 가까운 사람들끼리 정이나 나누자고...
그렇게 두어번 만남을 가진 후, 또 한번의 만남에서 간매가 제의를 했다.

이렇게 불규칙하게 만날게 아니라, 날을 정해놓고 만나자는..
날을 정해 놓으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강제성없이 그냥 한두명이라도 시간나는 사람끼리 만나
살아가는 정담을 나누자는 말에 모두 오케이.

마침 그 날이 세번째 월요일이라 매월 번째 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모임의 이름은 자연히 [세월에]가 되었는데, 그 후,
세월이 흘러 나이가 먹더라도 가는 세월을 사랑하며 정을 나누자는 의미로
세월을 사랑하는 모임 [세월愛]가 되었다.

그 세월애의 12월 모임이 세번째 월요일인 20일 신사동 [진동횟집]에서 있었다.
판다가 거의 주인이다시피한 이 집에서 우리는 특별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좌로부터, 하나로님, 해탈, 재벌, 백로, 판다, 망고님, 나, KS.

이 날의 술은 홍초주.
홍초와 소주를 합성한 술인데, 소주잔으로 홍초 석 잔과 소주 두 병을 섞었음에도
붉은 색이 예쁘게 나오고, 술 맛도 달착지근하며 부담없이 잘 넘어간다.

이 날의 하일라이트는 망고님 부부.
부군의 회사 송년모임도 이 곳에서 있어 서로 깜짝 놀라셨다고.
몇번의 회동으로 우리 멤버들에게도 친숙한 부군께서도 잠시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모임에 처음 참석하신 하나로님.
이런 모임이 있는줄 몰랐다가 동호회 정모에 KS와 함께 카풀을 하며
내 안부를 묻다가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혹여라도 방장으로 있던 사람이 동호회를 탈퇴 후 밖에서 다른 모임을 만들어
 회원들을 규합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 동호회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았고,
 또, 우리끼리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그 하나로님이 이렇게 재밌는 모임이 있는걸 몰랐다며 아주 즐거워 하시는걸 보면서,
역시 정이 가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편하다는걸 새삼 느꼈다.


어제의 건배 구호는 늘 변함없자는 의미의 "세월을 사랑하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