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뻔한? fun한!!!

젊게 산다는 것

江河 2010. 2. 28. 14:41

어제 직장에서 모시고있던 분의 따님 결혼식에 다녀왔다.
직장을 그만둔 후 옛 직장동료들의 모임에 거의 발을 끊고 지내는 이유로
이런 경조사가 내게는 모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직장동료들과의 모임에 발을 끊고 지내는건 달리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남자들 모이면 군대이야기만 한다는 식으로, 20년을 함께 한 사람들이 모이면
의례 그 시절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주를 이루게 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면 내게 대해 많이들 궁금해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 제법 안테나가 높다고 인지되던 사람이
안테나를 완전히 접고 사는게 이상한 모양이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나에 대한 반응이 재밌다.
 
대체로 두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하는 첫마디는 살이 많이 빠졌다는거. 
"살이 빠진거야?  살을 뺀거야??"  (운동을 너무 많이 하나...)

또 하나는, 어떻게 점점 젊어지냔다.
"와인집을 해서 그런가.. 패션이 완전 청춘이네.. 연예인 스타일이야.."

그런데, 그 다음 사람의 말이 흥미롭다.
"이형이 원래 예전에도 그런 면이 있었지.."


집에 와서 집사람에게 그 말을 전하며 물었다.
"회사생활을 할 때 똑같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는데도 내가 좀 다르게 보였나보지..??"
집사람의 말, "같은 양복을 입어도 당신이 느낌이 좀 다르긴했지..."

글쎄...  이런 생각이 든다.
옷차림의 느낌이 달라봐야 뭐가 그리 다르겠나...
다른게 있다면 생각의 기준이나 행동이 다를 수는 있겠지.

호기심이 많고 장난끼가 많은 성격 탓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소한 것에도 엉뚱한 발상과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남들에게는 조금 더 자유분방하게 보여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먼저 나이가 드시는 분들을 보면 대개 두가지 유형이 있다.
그렇게 꼬장꼬장 하시던 분이 나이가 드시며 유해지시는 분이 계시고,
반대로 나이가 드시며 더 자신의 틀이 굳어지며 아집이 강해지시는 분도 본다.

전자의 분은 만날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진다.
새로운 모습을 보는거 같아 즐거운 반면, 후자의 분은 함께 하기가 점점 부담스럽다.


나이가 들면서 굳어지는게 있으면 유연해지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신체는 어쩔 수 없이 굳어지더라도, 사고만큼은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젊게 사는 비결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