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산다는건...

올림픽과 메달의 의미 - 이규혁 선수에게 박수를...

江河 2010. 2. 22. 00:00




13세의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되어 다섯번의 올림픽 참가를 비롯해
20년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한 이규혁 선수.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그의 기자회견은 많은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선수는 선수로서의 느낌이 있다며,
시합 당일 아침 메달을 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안되는 것에 도전한다는게 너무 슬펐다" 고 했다.

그리고, 후배들이 고마워한다는 말에,
오히려 후배들에게 배운게 많았다며, 이어진 말에 마음이 울컥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


20년간 월드컵 등 수많은 대회에서의 우승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독 올림픽에서만큼은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이규혁 선수.

올림픽이 뭐길래...

각종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올림픽 금메달만 못한 것은 왜 일까? 
그것은 관심과 이목의 집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권위있는 대회라도 전 세계 언론을 한번에 집중시키지 못한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나 관심도도 그렇다. 
축구 월드컵이 있지만, 아마추어가 아니니 열외로 하자.

하지만 올림픽의 경우 표현 그대로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제대로 깔린 멍석이다.
그러니, 다른 유수의 대회에서 열번 우승한 것 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더 화제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고,
이슈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우리가 20년간 각종 대회에서 우승 메달을 거머진 이규혁보다
올림픽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신예 모태범에게 더 환호하는 것 만 보더라도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망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재밌는(?) 현상은,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거다.

기록경기의 경우도 은메달은 1등을 놓친 아쉬움이 있지만,
동메달은 4위의 추격을 따돌렸다는 안도가 있다.

토너먼트방식에서는 희비가 더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승에서 진 은메달리스는 마지막 경기의 패자로 환희를 맛볼 여지가 없다.
하지만, 3,4위 결정전에서 승리한 동메달리스트는 자신의 마지막 경기 승자로  짜릿한 희열을 맛본다.
분명 은메달리스트는 2위고, 동메달리스트는 그보다 뒤처진 3위 임에도 
경기를 마친 직후의 격한 감정은 아쉬움과 환희의 극과 극이다.


세상사가 다 그런거 같다.
모의고사성적이 아무리 좋았어도 수능성적이 나쁘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다 한들, 결과가 없는 과정은 허탈함만 남길 뿐이다.
하물며 체력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의 특성상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을 경우의 회한은 두고두고 남을 수 밖에 없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난다" 는 이규혁 선수의 목메인 말과 눈물은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규혁 선수..

당신에게 비록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당신이 가지지 못한 메달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 당신을 우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그들이 스케이트화를 신었고,
당신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 왔기에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입니다.

일반인에겐 당신이 쉽게 잊혀지더라도
메달을 딴 그들에게 당신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남겠지만, 당신은
당신을 대신한 사람의 우상이라는 사실이 조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년간 태극기를 달고 대한민국을 대표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