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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님의 휴대폰

江河 2009. 9. 14. 19:15

독신으로 혼자 사시는 고모님이 계시다.
아버님의 바로 아래 동생이신데,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시다 정년퇴직을 하시고
여든을 바라보는 일흔 후반이 되신 연세지만 혼자 대전에서 사신다.

독신으로 사시다보니 조카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데, 
어려서부터 이 고모님에게 유난히 정을 많이 받았다.


지난 8월. 
어머님의 팔순 모임 때 동생 준범이가 이 고모님의 휴대폰을 새로 구입해서 가져왔다. 
그리고 내민 휴대폰 하나.




세상에...
이 기종은 내가 90년대 중반 쯤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된 연유인지 들어보니, 
가족모임시 고모님이 사용하시는 휴대폰을 보시고 마음이 심란하셨던 어머니가,
동생에게 고모 휴대폰이 너무 오래됐다는 이야기를 하신 모양이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휴대폰을 수시로 바꿔드리는 동생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나이드신 고모님이 사용하시기 편한 모델을 미리 구입하여
어머님 팔순 때 모두 식사를 하시는 시간을 이용하여 인근 대리점에 가서 기기변경을 해와 건네드렸다.

그리고 저 휴대폰을 내게 내밀며 한마디.
"여태까지 이걸 쓰셨네.."

언제부터 사용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괜히 내 맘이 찡하다.
혼자 사시면서 어려서 부터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시며 즐거워 하시던 분이었는데,
당신의 휴대폰은 이렇게 십수년이 넘은걸 사용하고 계시다니.

IT 제품에 관심이 많은 동생 준범이는 우리 식구들의 모든 전자제품에 대한 어드바이저이자 공급원이다.
특히 재원이나 지연이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카메라 렌즈 등에 대해 - 아닌 말로 말만 잘하면 -
삼촌으로부터 모든걸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얼리어댑터 기질이 있는 준범이에게 고모의 휴대폰은 경악이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꺼이 고모의 휴대폰을 교체해준 준범이가 고맙고 흐뭇하다.


며칠 전 작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서산에 다녀왔는데, 고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몸이 불편하시다는 말씀을 듣고 문안 전화를 드렸다.

"고모가 가장 사랑하는 큰조카..." 라는 인사에 반가이 화답해 주시는 고모님.
"아이구~~ 영원한 총각 우리 장조카...  전화줘서 너무 고마워.."

그러고보니 몇년 전 대전으로 한번 찾아뵌 이후로는 서울이나 당진 모임에서만 뵌거 같다.
한번 대전으로 찾아뵈야겠다.

어렸을 때, 방학 때면 올라오셔서 남대문시장 등을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사주시던 고모님.

내 추억의 한장을 주신 사랑하는 우리 고모...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