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꼬맹이
꼬맹이와 미적분의 3일간의 동거 2
江河
2009. 9. 1. 21:02
꼬맹이와 미적분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문제는 기득권을 주장하며 자기 영역을 고수하려는 꼬맹이의 의지에 반해
미분이와 적분이 두 녀석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체구도 비교가 안되고, 어찌됐던 꼬맹이가 터줏대감 임에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다.
재밌는건 적분이가 탐색전을 마친 후 꼬맹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기세 싸움을 벌이는 도중,
미분이는 조용히 지연이의 방에서 오빠의 선전을 기원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더라는 것.
꼬맹이가 즐겨 사용하는 휴식 장소인 미건 위에 적분이가 자리 잡았다.
- 야~~ 거긴 내 쉼터야. 내려와.
> 그런게 어딨어.. 먼저 자리 잡으면 임자지.
- 뭐?? 쪼끄만게.. 너 안 내려가? 내려가라 그랬지..!!!
> 안 내려가면.. 어쩔건데... 못가~~
와... 오빠 쎄게 나가네.. 저러다 맞는거 아니야..
> 덩치로 겁주면 겁 먹을줄 알고... 난 덩치로 밀어부치는게 제일 싫더라.
- 우이~씨~ 뭐 저런 놈이 있지... 말이 안통하네.. 그렇다고 줘팰 수도 없고. 내가 왜 이렇게 됐나 그래..
자기 자리에서 밀려나 머리를 끄적이며 머쓱해하는 꼬맹이.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면, 가끔 체구에서 비교가 안되는 작은 아이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아이에게 기를 쓰고 대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기한건, 이럴 경우 덩치 큰 아이는 주먹을 쥔 채 "어~휴~~ 이걸 그냥..." 이란 말만 반복하며
의외로 작은 아이를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응징할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용어(?)로 소위 깡다구로 표현되는 기개에 질리는 것이다.
死卽生 生卽死 (사즉생 생즉사 - 죽기로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재원이도 이런 유형이었는데, 미분이와 적분이가 이런 타입이다.
대적할 상대없이 혼자만 조용히 살아온 꼬맹이에게는 이런 모습이 상당히 생소했던 모양이다.
앞발로 툭툭 치다가도 적분이가 발톱을 세운 채 인상을 쓰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
당황스런 표정으로 흠칫 두어발 뒤로 물러 머뭇거리다 외면하고 만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그런 꼬맹이의 모습을 보니 괜히 속상하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