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꼬맹이

꼬맹이와 미적분의 3일간의 동거 1

江河 2009. 8. 31. 01:42

7월 하순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지연이의 선배가 지연이에게 부탁을 하더란다.
급히 3일정도 지방을 다녀와야 하는데, 고양이 한마리만 맡아줄 수 있느냐고.

혼자 사는 선배가 키우는 고양이가 아직 어린 남매 두마리인데, 
차마 두마리를 다 맡기기가 미안해서 한마리만 지연이에게 부탁하는거란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집사람.
" 얘~~ 남매라는데, 안 맡으면 안 맡고, 맡으려면 두마리 다 데리고 오라 그래야지,
  새끼 남매라는데 어떻게 한마리만 데려오니..."

그렇게 해서 갑자기 우리 집에 오게 된 요놈들.

   

요 녀석이 적분이.




그리고 얘가 미분이.

적분이가 숫놈이고, 미분이가 암놈인데, 실제 서열은 어찌되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적분이를 오빠라고 칭했다.  이것도 편견인가?

동물도 보편적으로 숫놈이 암놈보다 배포가 큰 모양인지, 적분이는 낯선 곳에 와서도 당당한데,
미분이는 일단 소파 밑으로 몸을 숨긴다. 


그런데, 고양이 이름이 미분 적분..  미적분??
참.. 고양이 이름으로는 특이한 이름인데, 작명 동기가 재밌다.

고양이를 키우는 지연이의 선배가 과학고를 나왔는데, 수학을 그렇게 좋아해서 미분 적분이라 했다는 것.
더 흥미로운건, 그 선배가 공대를 다니다, 중도에 중앙대 연극과 신입생으로 입학을 했단다.
확실히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때 와는 달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적극적인가 보다.

혼자 사는 남자가 고양이에게 예쁜 옷까지 입힌걸 보면 감성이 공대보다는 연극이 맞는거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 탐색전을 마치고 몸을 드러낸 미분이.

얘는 뭐하다 그랬는지 다리가 부러져 기브스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기브스를 하고도
얼마나 잘 돌아다니는지 정신이 없다.  기브스한 다리를 끌고 뛰어다니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고,
침대에도 자유롭게 오르락 내린다.


우리가 미적분을 맡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꼬맹이의 반응.
근 2년간을 동족 구경을 못하고 혼자서만 생활한 꼬맹이가 늘 불쌍했는데, 
잠시라도 동족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아울러, 혼자서만 살아온 꼬맹이가 동족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하여간 이렇게 꼬맹이와 미적분 남매의 동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