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재원이의 미국 본토 입성기

江河 2009. 8. 5. 22:47
LA에 도착한 재원이에게서 메일이 왔다.
재원이는 LA에서 3일 정도 머문 후 Tempe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 블로그에서 자기에 대한 글을 읽은 재원이의 메일 내용.

4년만에 본토 땅을 밟은 느낌??
사실 전체적으로는 꼭 집에 온듯한 느낌이야...
LA 에 왔는데도 이정도니 애리조나를 가면 오죽할까??
그치만 돌아다니다 보면 영어로 복잡하게 적혀서 걸려있는 삼류 feel 의 광고판..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을 때 순간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게 아직은 조금 어색하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편안한 느낌이야..ㅋ
 
(중략)

원서기도 그러고 나 떠나기 2~3일전에 만난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
넌 원가 '이거다' 싶은게 있으면 정말 무섭고 집요하고 저렇게까지 할필요 있나... 할정도로 파고드는 면이 있다고..
뭐 인정하긴 하는데...
글쎄.. 나도 그게 무엇이든 간에 최대한 빨리 '그것이' 보였으면 좋겠네..
 
암튼.. 기억할께여.. 아빠가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해준말...
'많이 생각하라는'....


집에 온 느낌이라니 다행이네..
근데, LA가 집에 온 느낌이라면, 애리조나로 가면 침실에 들어간 느낌이 들라나..





재원이가 떠나던 날, 공교롭게도 그날부터 출근을 하게된 지연이는 
공항까지 함께 가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아쉽게 생각했다.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 남매는 집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OZ광고를 저렇게 확실하게 하면 뭐좀 없나..^^)



학원을 퇴사하고 한달 정도 까사미오 일을 돕던 재원이.

지난 토요일,
떠나기 이틀 전이고, 까사미오에서도 마지막이라 집사람도 일찍 들어와 떠날 준비를 하고 쉬라고 했다.
나 역시 11시쯤 들어가라 했음에도 재원이는 1시 영업종료시 까지 까사미오에 남아 마무리를 한 후,
직원들을 포옹하면서 마지막 정을 나눴다. 
주말이라 까사미오에 나와있던 동생도 그런 조카가 흐뭇했던 모양이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무리를 해줘 고맙단다. (삼촌이 건네준 전별금에 코를 꿴건 아니겠지. ^&^~)

손님도 별로 없는데 그 시간까지 있을 필요가 뭐 있느냐고 집사람이 그랬지만,
사실 집사람이 재원이의 가장 좋은 점으로 꼽는게 바로 재원이의 이런 면이다.
사소하게 생각되는 부분에 마지막까지 흐트러짐이 없고, 함께 했던 주위 사람들에게 정을 표하는 마음.

떠나기 전, 까사미오에서 일하다 돈까스집을 오픈한 병일이의 가게까지 찾아가 인사를 하고,
역시 까사미오에서 일하다 복학후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중인 주일이의 병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학원을 그만두고도 학원에서 요청이 오면 재원이는 자기 볼일에 앞서 주중이건 주말이건
수시로 학원에 나가 학원 일을 도왔다.
슬쩍 "이미 그만뒀는데 뭐하러 나가?  떠날 준비로 바쁘다고 미안하다 그러고 말지." 라고 하면,
오죽하면 그만둔 사람을 부르겠냐며 급해서 부르는데 어떻게 그러느냔다.  
일하는 보수는 어떻게 계산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 걸작이다.
"몰라.. 주면 받고, 안 주면 할 수 없지 뭐.."


이게 재원이다.
그런데, 재원이의 이런 부분이 집사람과 나를 더 안타깝게 만든다.
저게 뭔가 장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마음만 먹으면 나무랄데가 없는 놈인데..

부모의 마음은 다 이런건가 보다.
늘 자식의 부족해보이는 한 부분이 커보이는...


그나저나..  음주시 대리기사가 없어진게 제일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