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꿈을 잃지않아 고맙다

江河 2009. 3. 31. 15:34

금년에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려던 지연이의 당초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2월에 미국으로 들어가 치른 면접에서 실패한 것이다.

누구보다 많이 상심한건 당연히 지연이 본인이다.
집으로 통지되어온 결과를 내게 전해들은 지연이는 많이 울었다.
집사람이나 내가 할 수 있는건, 최종 면접대상 26명 안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기본역량은 인정받았으니
기회는 다시 있을거라는 위로뿐.
당연히 본인은 기대를 많이 했겠지만, 최종 면접대상자가 모두 이미 대학졸업후
현업에서 경력을 쌓고있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나는 어느정도 기대를 접었던게 사실이다.

지연이는 귀국하기 전부터 실패 후 다음 단계에 대한 생각을 이미 하고 들어왔다.
때문에 귀국한 바로 다음 날부터 본인이 연출을 맡은 마지막 공연에 대해 미국행으로 공백이 생겼던 
부재중 연습과정을 챙기면서 새로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 서류를 떼는 등 부산하다.

지연이는 일단 어학능력을 더 키우고 새로운 방향모색을 준비하는 기간도 가질겸
미국대학으로의 학사편입을 생각하는듯 하다.  목표로 하는 대학도 이미 정해놓은거 같다.
지연이는 자기 진로와 장래에 대해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하고 또 나름대로 결정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 지연이의 뉴욕에 대한 집념이 가장 큰 요인인거 같다.

유학갈 학교를 선정하는 우선적인 기준도 뉴욕이고, 장래 생활기반도 당연히 뉴욕이다.
꼭 뉴욕이어야 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지연이에게는 의미가 없다. 
유학대상지는 수도 없이 많다. 유럽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도 뉴욕 이외의 곳도 많다.
또 곳곳마다 각각의 장점과 강점들이 있으며, 게중에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지연이에게 그런 비교는 의미가 없다.  뉴욕은 지연이에게 우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뉴욕이 지연이 삶의 주 공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또 지연이가 뉴욕에서 자기 꿈을 펼치며 그곳에서 평생을 산다 하더라도 섭섭함은 없다.
그게 지연이의 캐릭터에 맞다는걸 알고, 그럼으로써 지연이 삶이 더 윤택해질거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의 집사람이나 나의 생각은 지연이와 조금 다르다.
장래 지연이 삶의 선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성원하지만,
그 장래를 일궈나가는 과정에서 지금 지연이가 바로 뉴욕으로 가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거 같다.

아직 지연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공연을 앞둔 연극으로 머리 속이 복잡할 지연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몰입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할게 많은 아이에게 지금 그런 화두를 던진다는게 논의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조금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면 지연이는 내 블로그에 들어와 이 글을 볼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의 블로그를 종종 들어와 아빠의 일상이나 생각을 읽고가니까.
때문에 지연이가 이 글을 보게된다면, 우리와 이야기하기 전에 뭔가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면 서로 준비된 논의를 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느닷없이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게되어 서로의 생각만 이야기하기보다
부모가 자기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있다는걸 알고, 그것이 무엇일까를 예측해보고,
그럼에도 자기 계획을 밀고나갈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생각한 후 이야기를 하면 더 좋지않을까...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방법론을 떠나 지연이에게 전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
 
목표는 일시적으로 좌절됐지만, 꿈은 잃지않는 네가 늘 자랑스럽다고.
그리고 그런 모습이 부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