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河 2009. 3. 16. 22:59
설마.. 했다.
그런 선택을 할거라곤 생각지않았다.
커다란 꿈을 가졌었고 아직도 그 꿈을 완전히 버리지않은 것 같았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4.29보선에서 전주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는 정동영 前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이야기다.

대선에서 실패한 뒤 그는 이어진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입문지이자 고향인 전주를 떠나 서울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까지는 정치인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 정치적 수순이었다.
그런데 총선에서 역시 맞불을 편 한나라당 정몽준후보에게도 패해 낙선을 한 후 미국으로 몸을 피한 그가
이번 재보선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계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적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야 누구나 늘 거창하게 내걸지만 결국은 정치가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정점인 대선후보, 그것도 군소정당이나 무소속도 아닌 유력정당의 대선후보라면 달라야한다.
국회의원으로 만족하는 정치인을 직업중의 샐러리맨에 비유한다면 대선후보를 지낸 정치인은 사업가가 되어야한다

샐러리맨이라면 굳이 힘든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냥 쉽게 가면 된다.
샐러리맨을 폄하하는게 아니라 결과에 따른 선택이 아무래도 오너보다는 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샐러리맨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보다는 결과물이 다소 작더라도 안정성에 비중을 두게 된다.

하지만 오너의 경우는 다르다.
물론 오너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다르겠지만, 평상시에는 안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상황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높은 위험성에 과감히 도전을 한다.
큰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이 큰 그릇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큰 승부를 걸지 못하는 오너는 큰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큰 승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큰 그릇은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방송앵커로 인기가 있었던 정동영氏는 전국 최다득표로 각광을 받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리고 빠른 판단력과 적절한 처세로 화려하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나갔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판단과 변신에 대해서는 논하고싶지않다.
그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또 그를 지지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떠나, 어쨌든 그가 한 국가의 대통령후보까지 됐다는건 어떤 형태로든 능력이 입증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그가 이번 재보선에서 지난 총선의 지역구로 선택한 동작乙을 떠나 다시 전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고향에서 새출발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분열이 아닌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고는 것이 출마의 辯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의 전주 출마를 놓고 벌써부터 민주당에서는 말이 많다.
민주당 내부 뿐만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지하는 계층들도 인터넷에서 찬반이 엇갈린다.
덧셈의 정치를 하고자 한 선택이 시작도 전에 뺄셈과 나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총선 유세과정에서 지역민들에게 "동작乙에 뼈를 묻겠다" 고 수없이 공언했다.
동작동 국립묘지의 위치가 동작甲인지 동작乙인지도 모르겠고, 정치인의 국립묘지 안장기준이 뭔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동작乙에 뼈가 묻힐거같지는 않다. 

아니, 어쩜 자신의 그 말조차 기억못할거 같으니 그 말은 빼더라도, 적어도 덧셈의 공식은 알아야할거 같다.
전주는 누가 출마를 해도 민주당 몫이라는건 대한민국 유권자라면 누구나 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그가 정말 덧셈의 정치를 하려면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에서 민주당 의석 하나를 더할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럴 때 사람들은 결과와 무관하게 그의 충정을 이해하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전주를 선택한 그의 결정은 가장 안전한 선택인 동시에 가장 불안한 선택이다.
전주는 국회의원으로서 재기하기 위한 그에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이다.
하지만,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누가 그에게서 강하고 굳건한 승부사의 면모를 느낄 것인가.

그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자칫 정치인으로서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노무현 前대통령과 대비된다. 대통령으로서의 성공이라든가 자질을 논하기 전에 그 과정이 그렇다.
노무현 前대통령은 늘 세상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정치인으로서 쉬운 길보다는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작은 가능성에 도전했다.
실패의 확률이 더 크다는걸 그라고 몰랐겠는가. 
그럼에도 그가 좁은 길을 선택한 것은, 그게 실은 밑지는게 아니라 최소한 본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은 실패한들 창피할 것도 없다. 
이기면 영웅이 되지만, 지더라도 승부사의 이미지를 남기게 된다.
사람들은 승부에 초월해보이는 승부사에 차츰 호감을 갖게 되고, 한번쯤은 그와 함께 승부를 걸어보고 싶어한다.
그게 사람들의 묘한 심리이며, 그걸 알며 기다리는 시간이 그릇의 크기와 비례한다.


백제의 장수 계백은 지는 싸움임을 알고도 황산벌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정동영氏가 민주당, 나아가 한국정치의 밀알이 되고자한다면 전주에 씨를 뿌리는게 맞다.
하지만, 결코 [밀알]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는 짧은 수 보다 먼 수를 바라보면서
지는 싸움에 과감히 승부를 걸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