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지연이의 도전을 바라보는 마음

江河 2009. 2. 3. 16:11
오늘 지연이가 미국으로 간다.

작년 7개월여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남은 학기 학업과 함께
졸업작품 연출과 유학갈 대학원선정 및 지원에 집중하던 지연이.
자기가 있을 곳은 오로지 뉴욕뿐이라는 철칙(?)하에 Columbia University와 New School University를 비롯해
4개 대학에 지원서를 냈는데, 콜럼비아대학에서 가장 먼저 인터뷰 요청이 온 것이다.

인터뷰일정은 2월 14~15일이지만, 학교 분위기도 익힐겸 여유를 두고 나가는데,
뉴스쿨은 아직 확정이 안됐지만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인터뷰 일정이 3월 중순이라
어쩌면 한달보름여 뉴욕에 머무를거 같다.
나머지 두군데는 인터뷰 일정이 4월이라 마지막 학기 수업 때문에 아예 포기한듯 하다.


사실 지연이가 대학원진학을 목표로 학교를 알아보면서부터 나도 고민이 많았다.
병역의무를 마친 재원이도 금년에는 당연히 복학을 해서 학업을 마쳐야하니
안그래도 환율이 마냥 치솟는 시점에서 둘의 유학비용이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연이에게 지금 우리 집의 경제적 현실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하고, 
대학원을 가더라도 네임밸류보다 장학금 수혜가 가능한 대학, 아울러 경제적인 면도 감안하여
꼭 동부만이 아닌 서부나 중부에 있는 대학도 고려하길 권유했다.
특히 라스베가스 같은 경우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 기법을 동원한 무대연출로 
장래성이 더 있지않겠느냐는 나름대로의 의견도 제시했지만, 지연이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래도 자기가 설 곳은 뉴욕이란다.  그러면서 일단 보내만주면 그 이후로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니
어쩌겠는가...

콜럼비아에서 인터뷰를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고도 서로는 표정관리하느라 바빴다.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에서 비록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받아줄 수도 있는 대상자로 1차 인정을 받았다는게
분명 서로 축하해야할 기쁜 일임이 분명한데도, 지연이는 부모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뻐하지 못하고,
우린 학비에 대한 부담으로 축하해주지도 못했다.  내가 집사람에게 건넨 첫마디는 이랬다.
"면접한번 하는데 무슨 태평양 건너있는 사람까지 오라 그러냐...??" 

결과가 어찌될지도 모를 면접을 보기위해 항공권 등을 예매하며 미안한 눈치를 보이던 지연이가
얼마 전에는 슬쩍 말을 던진다. 
"그래도 면접비용은 벌어놓고 가요..."
마지막 학기 학년장학금을 받았단다.



유학을 가는 것도 아닌데 혼자 공항으로 가겠다는 지연이.
 
나 : 잘 다녀와라.  인터뷰 잘 하고..
딸 : 네~~  꼭 합격하고 오겠습니다.
나 : 합격만 해서는 안되고..  장학금까지 받아와.

그러니...  안되길 바란다는 것도 말도 안되고, 되도 걱정이고...
정말 가장 바람직한건 장학금을 받고 들어가는건데, 욕심이 과한거겠지...

문제는, 콜럼비아는 그냥 합격이 되고, 다른 곳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그럴경우 우리는 지연이에게 어떤 선택을 권할 것이며, 또 지연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데도 안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는걸 보면
지연이에 대한 과신과 우월감에 젖은 쓸데없는 자만심인지,
아님 지연의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인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기대감을 갖게되는 것은, 지연이는 여지껏 늘 자신이 추구하던 길을 걸어왔다는 
여태까지의 경험때문인거 같다.


지연아~~  함께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
잘 될거야..   넌 항상 네 꿈을 현실화시키는 능력을 보여왔으니까.
아빠는 그런 네가 늘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