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사람 사람들

나이먹음을 즐겁게 해준 임주숙, 장경선 동문.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4. 13. 10:55

 


수요일,  나를 찾는 전화가 있었다.

'상범이兄~~  나...'
'어~~ 주숙이구나... 왠일이야??'
'장경선 언니 알아요?  오늘 같이 가려고...'  



임주숙 (사진 왼쪽)

대학써클인 YRC 1년 여후배다.
학창시절부터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아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동기들과 후배들에게도 두루 인기가 좋았던 동문.

학교를 졸업하고는 통 연락이 끊겼고, 언젠가 미국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재작년 불쑥 샤브미를 찾았다.  남편과 함께 완전히 귀국했단다.  

졸업과 함께 30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을 각자 보냈음에도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호칭은 [상범형]과 [주숙이]였다. 
임주숙氏의 부군과 자녀들이  혹시 조금 불쾌하실지도 모르나,
그만큼 아내와 엄마가 모든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넉넉하신 분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그 옛날 20대 초반의 호칭을 50이 넘은 지금,
그것도 고작 1년 차이인 사이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겨운 일이다.

여하튼, 귀국 후 가끔 친구들과 샤브미를 들르곤 했는데,
이 날은 정말 뜻밖의 사람과 동행했다.



장경선 (사진 오른쪽)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억은 75년인거 같다.
남학생들의 시선을 끌만한 외모였지만, 늘 생초롬하고 말이 거의 없던 탓에
써클 동기 남학생들마저 쉽게 말을 나눠본 사람이 없었던 여학생이었다. 

그런 친구를 32년만에 만난 것이다.
젊어서 같이 생활을 하던 때도 별로 말을 나눠본 기억이 없는데,
더구나 30년이 넘은 세월의 흐름 다음에 무슨 말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런데... 
세월의 풍화작용은 자연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마저도 연마(
磨)시키는 모양이다.
그 긴시간의 흐름만큼 이 친구도 엄청 변해있었다.
어찌나 말을 스스럼없이 편하게 잘 하는지...
그 믿기지않는 변화의 신기함에 나는 계속 웃고만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것은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며,
오히려 삶을 참 편하게 해주는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즐겁게 나이들어감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