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국내여행

결혼기념일을 맞아 다녀온 지리산 1

江河 2008. 10. 23. 03:47
명색이 결혼 25주년인데, 남들처럼 해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넘어가기는 뭔가 서운해 주말에 집사람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토요일을 걸쳐 다녀오면 교통이나 숙박이 너무 복잡할거 같아 일요일을 끼고 
월요일까지 양일간 다녀왔는데, 역시 모두가 한가한게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려갈 때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을 지나 논산방면의 고속도로로 방향을 잡았다.
11시 전에 집에서 출발해 지리산 가족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3시반쯤.

여장을 풀고 문수사로 향했다.



추수철이 지난듯 하지만, 일부 들판은 아직도 황금물결이다.
금년은 대풍이라는데, 농민들의생활은 풍년만큼 풍족스럽지 못한거 같아 안타깝다.
사실 지금 내가 남의 걱정할 때도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 많이 본 풍경.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도 이렇게 널어놓고 있는데, 여기서 순박한 정서가 느껴진다.
자동차가 피해가겄지... 하는.

근데, 궁금한건, 바람이 불면 저게 어케되나...??




골목의 담장에는 감들이 줄기줄기 영글어가고 있다.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시골이니 가능한거겠지...
오랜만에 시골의 정취를 보게되는 것이 정겹다.


문수사 입구를 접어들자 암자를 받치고있는 축대에 눈길이 간다.



나 찾아봐라~~~

부처님은 꼭 대웅전에서 정색을 하며 계신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계신 부처님이 마치 문수사의 스님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계신듯 정겹게 느껴지는데,
부처님을 저기 모시려한 아니디어를 내신 스님은 어떤 분이실까..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주지스님의 성품도 궁금하다.





문수사는 참 조용하고 소박한 절이다.
주변의 유명한 화엄사나 쌍계사처럼 규모가 크지도 않고 찾는 발길도 적지만,
그래서 더 푸근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특이한건 이곳에 반달곰이 있다는 것이다.
저게 반달곰 우리인데, 저 안에 반달곰 네마리가 있다.




얘네들은 어떻게 여길 오게됐는지...
작은 철망우리 안에서 서성거리는 녀석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산중턱에 제방을 쌓아 만든 문수저수지.

서울에서는 단지 비 온지가 좀 됐다는 것 외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가뭄이 여간 심각하게 아니다.  완전히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말랐다.


배가 고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화엄사 입구에 있는 백화회관.



이게 9천원하는 정식.
찬이 무려 40여가지가 나온다는 특정식이 궁금했지만, 우리 둘이서는 무리다..
거의 모든 반찬을 비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오늘의 마무리 일과인 온천욕을 즐길 차례다.

때를 밀어주는 사람을 듣기좋은 표현으로 뭐라 그러더라...
바디크리너는 화장품의 일종 같고, 자동차를 닦는걸 세차라고 하니 洗身士라고 하면 안되나..
하여간 그 일을 하는 젊은 청년이 막 손님을 마치고 나가길래, 예약을 할까 하다가
쉴 여유를 주기위해 20분쯤 후에 찾으니 청년은 보이질 않고 실내관리를 하는 분이 준비를 하고 탕으로 들어온다. 
젊은 친구는 어디 갔지.. 싶다가, 대부분 둘이서 함께 일을 하니 그냥 몸을 맡겨 놓았는데...

첫단계부터 일반적인 수순과는 다르다.
대부분 손을 잡아 손등부터 시작을 하고, 상체를 마친 후 하체로 넘어가는데,
이 양반은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를 한번에 훑어나간다.
또, 부위(?)가 넘어갈 때 마다 수분이 증발된 피부를 감안하여 물을 뿌리는게 일반적인데,
이 양반은 뒤집어 몸의 뒷부분을 끝낼 때 까지 물이란걸 뿌리질 않는다.
여기가 사막도 아니고, 널린게 물린데 왜 이리 물에 인색한지...
껍질 다 벗겨지는줄 알았다.

이 양반 초짜구나...  전문가가 퇴근하니 날 잡았구나..  그리고, 난 그의 실습용 희생자고.
하지만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불안한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뒤집은 상태에서 뒤통수에 샴푸를 샴푸를 뿌리더니 머리를 감긴다.
어??  이건 다른데선 안하던 서비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뒤집더니 이번엔 면도를 해준다.
가만...  이거 면도기는 새거 맞는거야??

압권은 그 다음.

나를 일으켜 앉히더니만, 물동이에 물을 하나가득 담아 머리 위에 사정없이 내려붓는다.
그러기를 몇차례.  인색했던 물을 한꺼번에 머리에 다 쏟아붓는다.  이건 너무 심한거 아냐??
이 양반 오늘 어리버리한 사람 만났으니 다행이지, 까칠한 양반 만났으면 어쩔뻔했어...

집사람도 이야길 듣더니 깔깔 웃는다. 그러면서 한마디, "그건 너무 심했다.."


맥주 한캔과 함께 이렇게 결혼기념여행의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