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아이들에게 바라는 마음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1. 11:11
재원이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대학입학시 재원이에게 들려줬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못간 것이 미안해서 대학주변 환경도 둘러볼겸 미국으로 갔다가 돌아오기 전날
재원이에게 물었다.

- 너 미국에서 대학다니는데 1년에 비용이 얼마나 들거 같으냐?
> ... ... 글쎄...

- 학비랑 교재비, 그리고 주거비용과 용돈을 비롯한 생활비까지 모두 합하면 아빠 생각에
   1년에 오천만원은 들어갈거 같은데...
 > ... ...

- 그럼 4년만에 졸업한다고 할때 2억이 든다.  
   너한테 물어보자.  네 스스로 생각할 때 네가 2억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 ... 아니...

아닐 때 아니더라도 배포있게 '그럼요...' 하는 말을 들었다면 내 기분이 어땠을까??
흐뭇할 수도 있고, 웃기는 소리 말라고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솔직한 것을 탓할순 없다.

그리고 재원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맞아.  너한테 미안하고, 네가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에 아빠가 투자가라면 네게 2억 투자 안한다.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할거다.
너한테 투자해서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건지기도 어렵다고 생각되거든.

그러면, 그걸 알면서도 아빠가 네게 지금부터 2억을 쓰겠다는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네 아빠이기 때문이야. 부모이기 때문에 투자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네게 비용을 들이는거다.
투자가라면 절대 안해.

그리고, 만약 네가 나중에 2억을 보상할 능력이 된다고 해도,
아빠 엄마는 네게 그돈을 보상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너도 아빠나 엄마에게 갚아야 한다거나 갚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
대신, 너는 그것을 우리한테 갚을게 아니라, 앞으로 네가 꾸밀 가정의 네 가족들에게 갚는다고 생각해야돼. 
특히 미래의 네 자식들에게...

또, 너 앞으로 학교 다니면서 성적이 안좋다거나, 졸업 후 취업이 안된다거나 하더라도
아빠 엄마에게 미안해할 필요없어.  물론 그럴경우 아빠 엄마도 속상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네가 아들인 것을 부정하거나 창피하게 숨기지는 않을거야.
왜???  아들이니까. 네가 어떤 경우라도 네가 아빠 아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부모는 결코 자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자식은 상황에 따라 부모를 창피하게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는 그럴경우 아빠나 엄마에게 미안하게 생각할게 아니라,
미래의 네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거야.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고등학교까지 보내주셨다. 대학은 할아버지가 자립하여 나중에 나오셨고...
할아버지는 아빠를 대학까지 보내주셨어.  그리고, 아빠는 너를 유학까지 보냈다.
그럼...  너는 네 자식에게 이제 무엇을 해줄 차례인지 생각해봐.

아빠가, 네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너한테 한편으론 고맙고, 
다른 한편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는게 있다.  그게 뭔줄 알아?

미국에 유학온 한국학생들 중엔 네 또래에서도 용돈 여유롭게 펑펑 쓰고,
자동차 몰고 다니는 애들도 있잖아. 그런 아이들 보면 왜 넌들 그러고싶지 않겠니...
너도 그런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그래보고 싶을 때도 있었을텐데,
한번도 아빠한테 그런 내색 안하고 참아준게 아빠로서 참 고맙게 생각해.  
물론 여유가 있어도 교육목적상 모른척 하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아빠가 먼저 그렇게 해주지 못한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까 얘기했지만,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고등학교까지 보내셨고,
할아버지는 아빠를 대학까지는 보내주셨고, 아빠는 너를 유학까지 보내줬으니,
이제 너는 네가 부러웠던 것들을 네 자식에게 해줄 수 있도록 해야지.
그게 아빠가 네게 투자한 것을 상환하는 방법이고, 우리 집안이 진화하는거야.

그러니까 그러기위해서 지금부터 너를 가꿔나가야 하는거야.
그게 안되면 너는 네가 아빠한테 받은 것 만큼도 네 자식들에게 못해주게 되잖아.  
네가 공부를 못하고 성적이 안좋은걸 아빠 엄마에게 미안해할게 아니라
너를 선택한 네 여자와 네 자식들에게 미안해해야하고, 부끄럽게 생각해야하는 이유를 알겠지??


아빠 엄마는 우리가 네게 해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네가 네 자식들에게 해주는게 
그 어떤 것 보다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성인이 되는 것이니,
앞으로 미래의 네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않도록 준비하기 바란다. 


몇년 전에 했던 이 말을 재원이가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지, 
그보다, 얼마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남은 대학생활은 불과 2년여.  군복무까지 마쳤으니 2년 후에는 뭔가 자기 일을 찾아야한다.
자신의 미래와 인생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할 시점인 것이다.
때문에 재원이가 다시한번 그때 내가 들려줬던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비단 재원이뿐만 아니라, 지연이에게도 같은 바램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시대 평균적인 부모의 기준으로 크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미래 자신의 배후자와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