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내 동생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9. 02:12
동생은 묘하게도 나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다.
사회생활도 나는 삼성생명, 동생은 삼성화재에서 했다.
하지만, 동생과 나는 닮은 것 보다는 다른 점이 많다.
183cm의 키에 나보다 월등히 체격이 크다.
그리고 다방면의 취향이 많이 다르다.
내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데 비해, 동생은 스포츠에는 젬병이다.
대신 컴퓨터를 비롯한 IT 방면에 엄청 강하다. 확실한 전문가 이상의 수준이다.
내가 즐기기위해 야구장이나 농구장을 찾는다면, 동생은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테스트를 위해 그곳을 찾는다.
때문에 우리 집안의 컴퓨터, 노트북, 카메라와 광학기기, 휴대폰 같은 것들의 구매와 A/S는 모두 동생의 자문이 절대적이다.
술을 많이 못하는 것은 나와 같지만, 술자리를 즐기는 방법은 나와 많이 다르다.
운전습관도 내가 좀 터프한데 비해, 동생은 오히려 차분하다.
평소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내가 섬세하고 동생이 다소 무덤덤한 편이지만,
위에 얘기한 자기의 관심부분에서는 엄청스리 꼼꼼하다.
우리가 볼때는 전혀 아닌거 같은데, 남들은 우리를 보고 꼭 닮았다고 한다.
착각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다보니 에피소드가 많다.
내가 74학번, 동생은 82학번이니 작은 차이는 아닌데, 동생의 학창시절, 하루는 (나도 배웠던) 교수님이 그러시더란다.
'이상범君, 형은 요새 뭐하나?? 잘 있나??' 그 말을 들은 내 동생,
@>@~~~ '교수님... 이상범이 제 형이고, 저는 이준범인대요.'
서로가 직장을 다닐 때, 하루는 퇴근무렵 동생이 찾아왔다.
- 형... 지금 로비에 있는데...
> 그럼 지하 구두매장에 좀 가있어. 글루 갈께.
내가 전날 봐둔 구두가 있어 거기서 만나자고 한 것인데, 구두매장을 나온 후 동생이 하는 말.
그냥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점원이 생글생글 웃으며 오더니
'오셨어요?? (이상하네... 이런 경우 보통 '어서오세요'가 아닌가...) 어제 이거 보셨죠??' 하면서
구두 한켤례를 들고 와서는 동생의 발을 보더니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란다.
'어~~ 사이즈가 이렇게 크셨나요?? 이상하네.. 이거 맞는데...' 동생이 거들었단다.
'그 구두사이즈 맞는 분, 조금있으면 나타날겁니다.'
한번은 반대로 내가 동생회사가 있는 빌딩을 찾은 적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층에서 문이 열리고 복도에 있던 젊은 사원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며 정중히 인사를 한다.
'누구지??? 기억에 없는 사람인데... 얘도 또 헷갈렸구만...' 몇번 경험이 생기다보니 이제 그런 사람들 모습을 보면 안다.
그런데, 내게 인사를 한 사람도 뭔가가 헷갈린다는듯 혼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게 묻는다.
- 저.. 혹시 이준범과장님 형님되시나요?
> (그럴줄 알았다는듯, 웃으며) 네... 어떻게 아세요?
- 네~~ 이준범과장님하고 너무 닮으신거 같아서요...
까사미오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내가,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동생이 가게를 지키고 있으면서 생기는 이야기.
주말에 온 손님이 동생에게,
- 지난 번 그거 좋던데, 그거 주세요.
> 뭐였죠?
- 지난 번에 사장님이 추천해주셨는데...
> @>@... ... 저... 저희 집에 주로 주중에 오셨었죠?
이번엔 어떤 분이 내게 말한다.
- 사장님, 저희 기억을 못하시나봐요... 우리 여기 자주 오는데...
> 아... 그러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 지난 번에도 저기 앉았었잖아요. 사장님이 직접 와인도 따라주시고... 기억 안나세요??
> @<@... 주말에만 오시고 주중에는 처음이시죠???
동생과 함께 다니면 동생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나이 차이를 그렇게 많이 보지않는데, 한번은 은행사람들과 함께 단란주점을 갔었다.
술도 깰겸 내가 노래를 몇곡 부르고 들어오자, 동생이 하는 말.
- 나.. 정말 미치겠네..
> 뭐가??
- 마담이 뭐라 그러는줄 아세요?
> 뭐라는데??
- 나는 환장하지만 형한텐 환상적인 말...
마담이 한 말은 이랬다. '확실히 동생분이 젊으셔서 그런지 잘 노시네요....' ^^
학창시절에 동생과 집사람은 1학년, 4학년으로 같은 써클활동을 했다.
서로의 호칭은 당연히 '누나..'와 '준범아..' 였는데, 그런 연유로 내가 결혼한 처음부터 두사람은 허물이 없다.
동생이 입대하던 날 누구보다 슬피 운 사람도 집사람이었다.
지금도 가끔 집사람이 그런다. '참 내... 왜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시동생이 군대가는데 나처럼 운 사람도 없을거야.'
나보다 일찍 직장을 접고 자기사업을 하는 동생은 지금 기러기아빠다.
그래서인지 평소 무게를 좀 잡는 스타일임에도 형수와 조카들에게는 참 정겹게 대해준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놓으니 삼촌과 조카사이가 제법 친구같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서로 격의없이 자유스럽게 서로를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대표님이 사장님을 아주 어렵게 생각하시던대요.'
격의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만큼 형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로 보니 동생에게 고맙다.
언젠가 어머니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준범이가 저한테 잘하려는거 알아요. 그래도 형 말이라면 들으려고 하고...
또 형수나 애들 부탁이라면 잊지않고 신경 많이 써주고요.'
그때 어머니가 그러셨다.
'그러냐?? 준범이는 '형이 저 많이 신경써주고 있어요. 제 입장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도 많이 해주고..
또 형수가 신경 써주는게 좀 미안해.. 내가 입는 옷 중에서 괜찮은건 모두 철마다 형수가 사준건데...' 그러더라.'
형제간에 우의가 있어보이는 것도 효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