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완전한 성인이 되어 사회로 복귀한 재원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0. 08:55
2년전 군에 입대한 재원이가 군복무를 마치고 오늘 전역했다.

할아버지가 재원이의 제대를 축하해주시기 위하여 일요일 가족모임을 만드시고는 재원이에게
'일요일에 볼테니 토요일 제대하고 일부러 찾아올 생각하지 마라.' 고 말씀을 하셨음에도 자기 생각은 그렇지가 않았나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전역신고를 한다.



단결!!  신고합니다. 육군병장 이재원은 2008년 2월 9일부로 만기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단결!!!

손자의 신고에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옛날 당신의 군시절로 돌아가셨는지,
거수경례로 신고를 받는 아버님의 모습에는 비록 군복은 아니지만 예전의 기품이 여전히 배어있으시다.

전역신고를 주고받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흐뭇하다.
아버님의 꼿꼿하신 모습이 고맙고, 이제 완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그런데...  아버지 장군, 아들 장교, 그리고, 손자는 사병.
이거... 가문이 퇴보하고 있는건 아닌가...^^




군대식 전역신고를 마쳤으니, 이제 사회스타일로 제대인사를 올리고...




예쁜 짓 하는 사람에겐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
얼마 전 미국으로 돌아간 여동생이 어머니에게 부탁을 했단다.
'어머니 계좌로 송금했으니 재원이 제대 축하한다고 용돈좀 건네주세요.'

미국에 있는 고모에게서도 축하금을 받고...   이재원 신났네...




이건 제대한다고 다 주는게 아니라는 재원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메달까지 있는걸 보니 그런거 같다.
미국사회에서는 이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미군들이 그러더란다.
미국비자를 받을 때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구만...
조직에서의 명예를 중시여기는 미국사회의 가치관에 의하면 그럴거 같기도 하다.

어이구~~~  이재원 군대가서 미 육군성의 메달도 받고...  거저 놀다온건 아닌가보네... 


아버님께서, '외국 유학생들 중엔 군대 때문에 안들어오려고 하는 애들도 꽤 있다는데,
재원인 스스로 들어와 기꺼이 군대를 간게 참 장하다.' 며 만족스런 칭찬을 하셨지만,
재원이는 어려서부터 군대는 당연히 가는걸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장군출신이라는 점이 은연 중에 머리 속에 각인이 됐던 모양이다.

재원이가 그런다.
'미국에 있을 때 군대 안간 형들은 '왜 군대를 가냐?' 며 어떻게든 안가려고 하는데,
 군대 갔다온 형들은, 군대가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배우는게 있다고 그러더라구...'

재원이에게 물었다.

- 이제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 뭐.. 꼭 조국에 대한 애국심.. 이런건 아니더라도 배우는게 있는거 같아..

- 어떤 부분에서??
> 내가 맘에 안드는 사람한테도 고개를 숙여야할땐 숙일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맘에 안드는 일도 해야 하고,
   내가 마음에 안드는 애라도 조직에서는 내가 관리를 해서 별일 없도록 끌고 나가야 한다는거... 뭐 이런거...

집사람이 그런다. '가장 중요한거 배웠네..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거지.  너 군대간 보람이 있다 얘...'
내 생각도 그렇다.  그런걸 느꼈다면 정말 소중한걸 배운거 같다.
그 말을 듣고 재원이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로서 군복무를 마쳤다는 것은 단순히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군복무를 마쳤다는건 이제부터 무한질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네가 무슨 계획을 세우면서도 '중간에 군대를 가게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걸림돌이 없어진거 아니냐.  군복무를 마침으로서 대한민국 남자로서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이 없어진거야.
앞으로는 네가 무엇을 하든지 네가 꿈꾸는 것에 대해 거침없는 질주가 가능하잖아. 
이제 무엇이든 네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거야.


재원아~~  2년이란 기간동안 장애물을 제거하느라 수고했다.
아빠와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네 스스로 깨달으며 배운 것도 있으니, 이제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기 바란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네 꿈을 그려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