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전하는 마음
지연아... 잘 지내고있지?
뉴욕으로 들어간지 이제 한달이 다 되어가는구나.
기대한만큼 만족스럽고, 생각한만큼 행동화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화를 통해 들은 너의 이야기로 유추해보면, 네가 당초 생각했던만큼 만족스럽진 못한거 같지만,
넌 늘 흔들릴만한 상황에서 그때마다 스스로 너의 방향을 잘 잡아나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해나가리라 믿는다.
그런 너의 모습이 아빠와 엄마에게는 늘 당차게 보여졌고,
그런 당참이 너에 대한 하나의 믿음으로 굳어져 가는거 같아.
어쩌면 그런 것들이 네 스스로를 더 힘들게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넌 항상 최고를 지향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가는 스타일이지.
남을 앞서가야겠다는 의욕을 갖기보다 너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만족스럽지 못할 때 늘 불만스러워했어.
그리고 항상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걸 추구했어.
너의 사고와 행동에는 네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선택과 집중이 배어있음을 아빠는 종종 느낀단다.
가끔 네가 이것저것 손을 대는 모습을 보며, 진득하지 못하고 일만 벌린다는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지나고보면 그것도 너의 방향성을 찾아나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너의 성장하는 모습을 큰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아빠가 너무 조급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본다.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 또 부모 자식간에 제일 민감한 것이 무얼까??
미래를 위한 사고와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간섭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아빠나 엄마는 분명 너를 위한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꺼내는 말이, 네게는 간섭으로 느껴질 수가 있으니까.
우리도 그런게 참 많았을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남들에 비해 서로가 유연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빠만의 생각일까??
자의식이 강해 표면적으로 아빠나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듯 강하게 네 주장을 펴면서도
뒤돌아서서 결론을 내릴 때는 아빠나 엄마의 의견을 비중있게 반영하는 너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알고난 다음부터
아빠도 네게 어떤 답을 요구하거나 아빠 생각을 주입시키려 하기보다 참고가 되는 의견을 던져주는 선을 지키려
노력하게 되더라. 엄마도 마찬가지고.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 집은 다른 집과 엄마 아빠 역할이 바뀐거 같아.
지나고보면 항상 너희들에 대한 큰 틀은 엄마가 잡고, 아빠는 엄마가 그리는 틀 속에서 너희를 보조하게 되더라.
가끔 엄마와 함께 너를 생각하며 이런 물음을 던진단다.
'저 머리 속에는 어떤 세계가 담겨있을까??'
엄마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잘난 것들은 참 좋겠다... 지멋대로 할 수 있어서...'
엄마의 이 말은, 엄마가 해보지 못한 것을 하고있는 너에 대한 엄마의 부러움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멋대로 꿈을 펼치는 딸에 대한 후회없는 지원을 해야겠다는 엄마의 다짐일거야.
지연이의 [지멋대로]는 당장은 엄마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지난 다음에는 늘 어떤 결과를 안겨줬으니까.
그래서인지, 사실 네가 떠난 후에도 너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네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면 이상하지만, 신경은 쓰이지 않거든.
헛된 시간을 보내고도 여유로울 정도로 네 머리가 한가하지는 않을테니까.
시간은 보내기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생각되겠지만, 이것저것 많이 겪어봤으면 좋겠다.
어학연수라 하여 어학에만 몰두하기보다, 다른 부분에도 많은 눈길을 줘보렴.
좁은 부분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좋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실패를 경험해도 좋을 나이가 네 나이가 아니겠니.
지연이가 2008년에 뉴욕에서 무엇을 지멋대로 하고 다녔는지,
그 이야기를 들을 기대감으로 금년 연말이 기다려진다.
건강 조심하고...
P.S : 꼬맹이 사진 보여달라고 했지...
꼬맹이가 요즘 점점 사회성이 없어지는거 같아 걱정이야.
식구들 외에 다른 사람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거 같아.
우리랑 있을 때는 저 정도로 편안하게 무방비상태인 녀석이 다른 사람만 오면 소파 밑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하니...
소파 속에 숨어 밥도 안먹고 화장실도 안간다. 엄마가 너무 잘해줘서 그런거 같애.
나... 너무 비대해지는거 아닌가...
스스로 몸무게 재며 심각해진 꼬맹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