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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세심하신 사랑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19. 18:55
아버지께서는 자식들의 생일날 용돈을 주신다.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직접 나가 선물을 고르기가 어려우시니 각자가 필요한 것을 구하라는 애정의 표시인 것이다.  
아들 딸과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손주들의 생일마다 챙기신다.


지난 번 집사람의 생일을 즈음해 내게 봉투를 하나 건네주신다.



며느리 생일 용돈이다.

그런데, 하나를 더 건네주신다.



- 이건 뭐예요?
> 니 생일날 내가 잊었더라...

- 네..???  그때 주셨을텐데요..
> 아니더라...

- 그래도 그렇지.. 반년이 지났는데요...
> 반년이 지났어도 할건 해야지.  내가 요즘 이렇게 정신이 없다.


아버지께서는 모든걸 기록을 해두신다.
그 세세함과 꼼꼼함에는 온 집안식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며느리의 생일 용돈을 주시면서 아마 식구들에 대한 기록을 되짚어 보셨으리라.
그러니 내가 아무리 지난 번에 받았다고 한들, 당신의 기록에 누락되어 있으면 소용이 없다.

만으로 여든둘이신 분이 이제 이렇게 정신이 없으시단다.
그러면서 [깜막]이라고 주석을 다신 저 센스.
생일 당시 깜빡 잊었다는 말씀이다. 
집사람과 함께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본 지연이가 묻는다.  '할아버지 글씨네..  근데, 깜막이 뭐야??'
엄마의 답변, '아빠 생일 깜빡 하셨다고...  할아버지 너무 재밌지 않니.??' 


저 세심하신 사랑이 나중에 더 크게 생각이 나겠지..
그때는 이런걸 회상하며 혼자 눈물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