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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애정과 지켜드리고 싶은 자존심.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4. 11:07

지난 일요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를 하시던 어머니가 방석을 밟고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손목을 짚으며 쓰러져 방바닥에 엉덩이와 머리까지 부딪히는 바람에 병원에 가  X-ray를 찍으니
바닥을 짚을 때의 충격으로 손목의 뼈가 으스러졌단다.

단순골절 같으면 기브스를 하고 끝나겠지만,
뼈가 조각나는 바람에 지난 화요일 조각난 뼈를 이어붙이는 수술을 했다.
나이가 드시니 뼈의 경도도 많이 약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머리와 골반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골반 뼈에 금이라도 갔다면, 이 더위에 움직이시지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을 하시겠나.
의사도 천만다행이란다.


뼈에 철심을 박은 어머니 손의 모습이 마치 용가리 같다.

'어머니 손이 완전히 고슴도치가 되셨네...' 하자,
순간의 실수로 160만원이란 거금을 쓰게 됐다고 아쉬워 하신다.

'아이고... 어머니, 골반이나 머리 크게 다치실거 160만원으로 막았으면 무지 싸게 먹힌거죠...'


중요한건 입원비를 포함한 치료비 일체를 아버님이 부담하셨다는거.

어머니 치료비를 자식들이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리의 간청을,
아버님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어이 당신이 지불하셨다.

' 너희들에게는 어머니지만, 나에게는 내 아내다.  
  남편이 버젓이 있는 내 아내 치료비를 왜 너희들이 지불하냐?
  더구나 어쩌면 이게 내가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내가 한다.
  너희들은 나중에 내가 못 할 때 해라.'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나,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으려는 그 성품을 아직은 말릴 재간이 없다.
또 굳이 그 뜻을 꺾고 싶지도 않다. 
이제 여든 중반이 되시는 아버님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식들이 돈 쓰는게 안스럽게 느끼시는 자식사랑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른팔을 못 쓰셔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많으실텐데,
아마 아버님이 어머님의 오른팔 역할을 성실히 하실거다.  늘 그래오셨으니까.

이 여름에는 두분 모두 더욱 더운 여름을 나실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