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함께 돌아본 두분의 안식처 예정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4. 23. 05:26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점심을 하면서, 동작동 국립묘지 이야기를 꺼내신다.
군인이셨던 아버님께서는 사후에 당연히 국립묘지 안장을 생각하신다.

벌써 오래 전  대전에 제2국립묘지가 생길 무렵, 웃으시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동작동 장군묘역에는 이제 자리가 별로 없단다. 거기 자리 차지하려면 빨리 죽어야 하는데...'    

그때 혼자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군대는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선착순이구나...'
다행히 선착순에 늦으신 연유로 두분은 대전 국립묘지를 당신들의 안식처로 생각을 하고 계시다.
전에 언젠가는 두분을 모시고 한번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 동작동의 국립묘지에 새로 납골당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단다.
두분의 관심이 크셔서 식사 후 함께 찾았다.


충혼당. 
새로 지었다는 납골당인데, 실내 봉안실과 실외봉안실로 구분된다.




실내 봉안실로 들어가니 한 가운데 바닥에 태극문양이 보인다.
국가가 운영 관리한다는 상징이라고 생각할 수도...



태극문양 위의 천정은 이렇게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다.



총 3개층으로 되어있는 실내는, 
신분과 계급에 따라 애국지사, 군무원, 사병, 하사관, 위관, 영관, 장군 실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室은 신분으로 구분하지 않고, 207호실 등 단지 숫자로만 구분한다.
그건 바람직한거 같다.



각 실에는 이렇게 유골함을 모시는데, 부부를 같이 모실 수 있도록 했다. 
약력에 사진을 함께 한 것이 자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거 같다.
하지만, 어딘지 뭔가 너무 가벼워 보인다. 획일적인 장식장 같은... 
각 공간의 분위기를 좀더 엄숙하게 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 좀 허한 느낌이랄까.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세로로 아홉단으로 나뉘어지는데, 맨 위에 모신 분은 올려보기에 거리감이 느껴진다.   
위치는 밑어서 부터 순서대로 모신다고 하니, 선택이 불가하다.
 
추석이나 한식과 같이 많은 성묘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실내가 너무 붐빌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같은 줄에 몰릴 때는 가족들이 줄을 서야하나... 생각을 하니, 어째 좀 그러네...  대략 난감.

나중에 보니 한가지 대비책이 있긴 하다.


 

요건 실외 납골당이다.
이곳은 그래도 실내보다는 무게감이 있어보인다.




여긴 1층에 있는 제례실이다.
삼오제를 지내거나, 제사를 지낼 일이 있으면 사전에 신청을 하여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모니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골함을 잡아주는 시설을 갖추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시설은 만든지가 얼마 안되는 모양인지, 아직 유골함을 설치하지 않은 채 비어있는 납골실이 많다.
들은 얘기로는 총 2만기의 유골을 모실 수 있다고 한다.

'여기도 얼마지나면 꽉 차겠네요.  좌우간 군대는 어쩔 수 없이 선착순인가 봐요.' 하니,
아버님도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머님의 한 마디, '빨리 이리 들어와야 니들이 편한데...  그러니... 빨리 죽는 것도 뜻대로 안되고...' 


시설을 돌아보고 난 후, 아버님은 약간은 허전함을 느끼시는듯 하다. 
하긴.. 나도 왠지 부족하고 민망한 생각이 드는데 당사자인 당신이야 더 하실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의 생각은 확고하시다.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이곳에 있어야 한단다.
국가적으로 생각해도 화장이 맞는 것이고, 자식들이 대전까지 다니는 것도 일인데,
죽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식들 편하게 해주는 것이란다. 
그리고, 가까이 있어야 자식들이 한번이라도 더 오게되는게 아니냐는...
아버님은 그러신다.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애들이 편한게 낫지.'
 
반듯한 자리와 비석을 갖추고싶은 생각이 드신다면 그건 아버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머님인들 왜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이곳이 좋다.' 고, 단호하게 아버님께 말씀하시는 것은, 
어찌보면 사후에라도 자식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하고싶은 모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