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흐뭇한 딸아이의 겁주는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25. 12:00
딸아이의 한달 용돈은 30만원이다.  원래는 40만원이었다.
며칠 늦게 들어오자 엄마가 용돈이 남아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모양이라며 10만원을 삭감했는데,
딸아이는 군소리 한마디없이 그 조치를 수용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대학 3학년의, 그것도 여대생의 한달 용돈이 30만원이라면, 자식 키우는 부모들은 다들 놀란다.

딸애는 그 돈으로 자기 옷까지 해결을 한다. 
그러다보니 집사람의 말을 빌어보면, 딸아이는 옷을 살 때 가격 앞자리가 1 이 아니면 옷을 못 산단다.
주로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옷을사는데, 보통 15000원정도 가격대에서 옷을 구한다고 한다.
얼마 전, 하도 안되보여 동대문 밀리오레 등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봄 바바리가 7만원이라고 비싸다며 옷을 못 사더란다.

귀걸이 등 악세사리도 1000~3000원 짜리를 하고 다닌다. 


지난 일요일 집사람과 신라면세점을 들를 일이 있었는데, 집사람이 딸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연극과 학생들이 대부분 나름대로 멋을 내고 다니는데,
싸구려(?)만 걸치고 다니는 딸이 한편으론 안되어 보였던지 뭔가를 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평소 갖고싶어 했다는 스왈로브스키 매장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랐다.
맘에 들면 하나 사라고 했더니, 가격을 물어보고는 그냥 돌아선다. 
왜 안사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다.

' 귀에다 13만원 이상을 달고 다니는건 의미가 없는거 같애....'

딸아이는 선글라스와 시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시계가 많지만, 대개가 5만원 이하 짜리다.
딸의 관심품목인 선글라스 매장에 들렀다.   이것저것 써보는데, 내가 봐도 잘 어울린다.
그 중 괜찮아보이는걸 사라고 했더니 19만5천원의 가격표를 보고는 선뜻 대답을 못한다.

나 : 브랜드 선글라스가 20만원이면 비싼건 아니야.  아빠가 하나 사줄테니 골라보라니까...

딸 : 아빠는 내가 앞으로 돈 쓸 일이 얼마나 많은줄 아세요?  어떻게 감당 하시려고... 
      내가 작품 무대에 올리려면 아빠가 돈 다 대야 할지도 모르는데...
      오늘 귀걸이 값 13만원으로 이번에 내가 연출 맡는 스탭들 회식이나 한번 시켜주세요.'    

나 : 그건 그거고...

딸 : 됐어요.


엄마가 뭔가 사준다니까 좋다고 따라 나섰던 아이는, 그날도 결국 빈 손으로 집에 돌어왔다. 
딸아이의 그런 건강한 생각이 무척 대견스럽다.

그런데... 한편으론 은근히 걱정도 되며 캥기는 구석도 있다.

정말, 앞으로 돈 쓸 일이 얼마나 되길래, 기집애가 저렇게 겁을 주냐...


 



천원단위의 악세사리만 하는 이 아이에게도 야무지고 다부진 목표가 하나 있다.
15년 안에 반드시 벤쯔를 타겠다는거.

딸래미 덕분에 우리도 벤쯔 한번 타볼라나...    기대된다. 
근데, 연극하는 사람 벤쯔타고 다니는거 못 봤는데...  
대부분 대중교통..  잘 해야 중고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