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30. 03:34

엄마가 사용하던 차를 받아 
대학로, 압구정동 등 복잡하기로 소문난 동네를 정말 겁없이 몰고 다니던 딸아이가,

며칠 전, '사고가 났는데 사람을 살짝 받았다.' 고 전화가 왔다.

내용을 들어보니 크게 대수로운 것이 아닌거 같아

차량보험 가입 보험회사가 어딘지만 알려주고는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모른체 했다.

그랬더니, 정작 딸아이에게서는 하루종일 연락이 없는데,
오후에 보험회사 보상처리직원이 연락이 왔다.
사고내용과 피해자에 대한 사항, 그리고 사고처리 진행사항을 자세하게 알려주며,
'따님 일로 걱정하실거 같아 연락드렸다.' 며, 알아서 처리를 할테니 아무 염려말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동대문시장 복잡한 길에서 그 일대의 상인과 접촉이 되어, 피해자는 입원을 했는데,
자신들이 볼 때 크게 문제가 될만한 사고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딸아이가 어떻게 어떻게 나름대로 사고접수를 하긴 한 모양이다.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두가지를 일렀다.

'아무리 보험회사에서 뒷수습을 한다 하고, 또 경미한 사고라 할지라도
  가해자니만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게 예의다.
  입원해 있는 동안 이틀에 한번꼴로 세번 정도는 예의를 갖춰 안부를 물어라. 

  하지만, 혹시라도 네게 보상문제라든지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내용을 잘 모르니 보험회사에 말씀하시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라.
 
  네 실수에 대한 예의는 깍듯하게 갖추되, 사후처리에 대한 부분은 확실하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알았다며, 그 이후 그 件에 대해 아무 말도 없던 딸아이가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한마디 한다.

 

'아빠.. 이건 정말 말 안하고 지나려했는데...  나 사고 냈을 때,

 아빠가 한마디도 안하고 알아서 하라 그러니까, 정말 아빠한테 섭섭하더라...

 누구네 아버지 같았으면 딸래미가 처음 사고 쳤다면 괜찮냐고 무지 걱정도 하고 알아서 다 해줄텐데...'   

 

나의 대답.

'그때 니 얘길 들어보니, 일단 너는 안 다친게 확실하고, 그리 큰 사고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나중에 피해자에 대한 대응요령은 알려줬잖아.  그리고, 스스로 뒷처리할 능력이 안된다면 운전할 자격도 없지.
 그리고... 처음 사고친 사람 치고는 네 목소리도 담담하더만...'

듣고 있던 집사람의 한마디.  '누가 그 딸에 그 아버지 아니랄까봐...' 

사고를 당하신 분에게는 정말 죄송하고 만망한 말씀이지만,
딸아이에게는 경험을 쌓는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모든게 성장의 과정이라면, 부모가 할 일은
직접 개입하는 Action 이 아니라, 주위에서 관찰하며 Tip 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