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흥미로운 재원이의 행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3. 27. 03:51




재원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논산 육군훈련소를 마치고 의정부에 있는 카투사교육대로 왔다고.
그곳에서 3주간 교육을 받은 후 자대배치를 받게 된다.

그러더니 한다는 소리가, 훈련소 수료식에서 연대장표창을 받았다나...
표창장과 메달까지 받았단다.  부상으로 나중에 휴가를 나올 때 휴가기간에 1박이 보너스로 추가된다고.
왠일이야...  경사났네~~~  ㅋㅋㅋ...


그러고보니 재원이에게는 묘한 구석이 있다.

재원이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책상에서는 늘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생각은 늘 자유로운 아이였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지만, 창의적인 부분이 있었고, 마음이 편했다.
재원이를 미국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자유로움을 살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0년 10월에 미국유학을 처음 생각하고 2001년 1월 13일에 떠났으니, 정말 준비 안된 유학이었다.
학교선정도 직접 매일 밤 인터넷으로 학교를 찾았는데, 그 때 내가 생각했던 조건은 다섯가지였다.

첫째, 동부에 위치한 학교. 
둘째, 우려되는 불건전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방과  빠른 언어적응을 위하여  전교생이 기숙사생활을 하는 학교.
세째, 신경쓸 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
네째, 남녀공학이 아닌 학교.
다섯째, 한국학생이 가장 적은 학교.   

이런 조건을 걸어 검색을 하여 찾은 학교가  Valley Forge Military Academy 였다.
예비역 해군소장인 교장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교사 역시 예비역 장교인 학교.
아침 6시에 기상과 함께 일조행사를 하고, 밤 10시에 일석행사를 하는 등, 군조직과 비슷한 체계로
마치 우리나라의 사관학교를 연상케하는 시스템이 맘에 들었다.

재원이도 얼마 전 편지에서, 그때 Valley Forge의 경험이 지금 군생활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 재원이의 영어실력은 영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보잘 것이 없었다.
자기 말마따나 미국 입국심사를 받을 때 여권을 손에 쥔 채, 여권을 제시하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멍하니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니까. 

그런 녀석이 Valley Forge 에 가입학 한지 3주쯤이 지나 전화가 왔다.
자기가 학교에서 나눠준 책자를 제일 먼저 외웠다나...
'영어도 못 하는 놈이 무슨...' 싶어서, '무슨 내용인지 다 알아?' 하고 믈었더니,
'물론 80%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지...' 하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그냥 달달 외웠단다.  

나중에 학교생활 매뉴얼인 그 책자를 소포로 보내왔는데,  책 앞장에는 [Korean Pride] 라고 적혀 있고,
뒷장에는 한글로 [나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이 책을 제일 먼저 외울 것을 다짐합니다.] 라고 적혀 있어
집안 식구 모두가 크게 웃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16주간의 가입교과정을 3등으로 수료했다.
저도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당시 지역신문에 조그맣게 실린, 외국인으로 3등을 했다는 기사와 함께
수료식에서 상장을 받는 사진을 스크랩하여 집에 보낸 적이 있다.    

학교성적은 그리 우수한 편이 못 되었다.
하지만, 집사람이나 나는 학교성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영어도 못하던 녀석이 그나마 수업을 따라간 것 만으로도 의미를 찾았다.  이게 우리의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집사람이나 내가 재원이의 특성 중에 주목하는게 있다. 

재원이는 공부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 한다.
우선 본인이 강한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얘기를 해도 그다지 기대만큼의 동기부여를 받지도 못 하는거 같다. 

하지만, 몸으로 부대끼며 하는 것. 특히, 집단 속에서의 생활에는 묘한 경쟁심을 갖는거 같다.
때로 민감할 정도로 강한 자존심을 보일 때가 있는데, 아마 그런 자존심이 경쟁의식으로 나타나는거 같다.
그리고 조금은 치기어리게 보일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하다.
미국생활에서 한편으론 안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재원이의 특성이 어떤 행보를 보이며, 자신의 미래와 장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