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변화를 느끼며 기분좋았던 재원이의 입영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2. 14. 22:50
재원이가 입영을 할 논산 연무의 육군훈련소를 가족들이 함께 갔었다.
나는 장교로 임관을 했기 때문에 논산훈련소는 처음이다.
군부대 자체를 정말 오랜만에 가보았다.

그런데, 입영부대 정문을 들어서면서 군의 변화된 모습에 깜짝 놀랐다.


[Panasonic] DMC-FX9 (1/769)s iso80 F5.6


입구에 세워놓은 입간판에서부터 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가급적 딱딱한 느낌을 배제하고, 군에도 감성적인 면이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하는거 같았다.  



[Panasonic] DMC-FX9 (1/1000)s iso80 F5.6


입영을 앞둔 입영대상자와 가족 등 환송객간의 어색함과 조금은 애닯은 감정을 풀어주기 위한
연주회와 노래자랑 프로그램 안내.


 
[Panasonic] DMC-FX9 (1/200)s iso80 F5.6


군악대의 연주가 30여분 정도 흥겹게 이어진 뒤, 입영대상자와 가족들의 노래지랑이 열렸다.
생각보다 많은 가족들이 나와 스스럼없이 노래솜씨를 뽐내는 것을 보고 약간은 놀랬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입영대상자의 긴장감을 풀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 같다.

사진을 찍을 때는 연주회 시작 직후였는데, 나중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젊은 군인들의 연주솜씨도 좋았고, 역시 현역군인인 사회자들의 진행솜씨도 매끄러웠다.
한가지 좀 아쉬웠던건 어쩔 수 없는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사회자와 군악대의 열정적인 연주에 비해
박수등 호응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점.
우리도 이런 분위기를 축제처럼 즐길줄 아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데, 욕심일까... 

예전에는 [충성], [효도]라는 구호가 붙었던 자리에, [존중]과 [배려]라는 구호가 붙어있는 것 만으로도
군이 변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Panasonic] DMC-FX9 (1/400)s iso80 F5.6


재원이와 미국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고 같은 대학을 다니다 먼저 입대한 친구 현모를 만났다.
현모는 육군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중인데, 공교롭게도 현모가 재원이네 훈련병들을 담당하게 됐단다. 
참... 세상이 좁다.  재원이로서는 그것도 복이라면 복이랄까...

재원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 아리조나에서 현모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제 고참 상병인 현모의 의젓하고 늠름한 모습에서 예전의 어려보이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재원이도 저렇게 되겠지... 생각하니,  기대가 크다.




[Panasonic] DMC-FX9 (1/158)s iso80 F5.6


집합 직전 가족들과 기념사진.
나중에 짐꾸리기 불편하다고 파카도 벗어놓고 갔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많이 서운하겠다고 위로들을 해주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서운하거나 안스러운 기분이 별로 들지 않는다.
우리는 오히려 빨리 군에 가기를 기다려(?)왔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또, 일찌기 한번 이별을 경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집사람은 카투사로 가는게 조금은 불만이다.
군대가 나약함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너무 편해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재원이의 군입대를 조금 아쉬워하는 이유는 더 엉뚱하다. 
여지껏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저 녀석이 군대를 가야하니 어쩔 수 없이 한번은 한국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군복무를 마치면 의무적으로 들어와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그게 서운하다.




[Panasonic] DMC-FX9 (1/322)s iso80 F5.6


생각했던 것 보다는 당사자와 가족들이 많이 담담하고 의연한 모습들을 보이는거 같아 보기가 좋았다.
눈물을 흘리고 그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재원이에게 입대 전날  두가지 말씀을 해 주셨다.

군에서 참는 것을 배워라. 
참는다는 것이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감정을 자제하는 법과,
먹고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자고싶은 것도 참아야 하고, 그런 욕구를 참는 것을 배워라.

그리고, 군에서는 주어진 일에 충실하는게 효도하는 것이다.



나도 재원이에게 두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앞으로 2년간 너의 시간은 국가가 관리한다.  주어진 시간에는 그 시간에 주어진 일에 집중해라.
식사시간에는 아무리 먹기 싫어도 밥을 먹고, 자야할 시간에는 무조간 자라.  
훈련을 받을 때는 훈련에만 집중해라.

또 하나는, 집단생활을 하다보면 나 혼자만 잘한다고 편한게 아니라,
내가 아무리 잘해도 구성원의 잘못으로 같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무슨 일을 하던 쳐지거나 적응을 못하는, 소위 고문관이라는 동료들이 생기게 마련인데,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뺀질거리는 놈들에겐 무슨 행동을 해도 좋지만,

본인은 하고자 하는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적응을 못해 뒤쳐지는 동료에게는
눈총을 준다든지, 짜증을 낸다든지 하는, 비난하는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
그런 친구들은 본인이 더 당황하고 허둥대기 마련이니, 오히려 네가 더 감싸안고 짐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해라.
그런 포용력을 베풀면 반드시 사람들이 네게 돌아온다.

성격이 비교적 좋은 편 임에도, 어떨 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재원이가
군 생활을 통해 그런 부분이 많이 원만해 졌으면 좋겠다. 



어제 저녁부터 재원이가 나랏밥을 먹기 시작했으니,
이제 내가 내는 세금이 우리 가족에 의해 일부가 직접적인 환수가 되는 것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