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아들이야기 - 전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0. 26. 17:47
미국으로 가기 위한 짐을 다 꾸리고나자, 아들놈이 이쪽저쪽 출국신고를 하느라 바쁘다.
아파트 같은 입구의 세대에 나이드셨지만 반상회 군기반장을 자임하시는 할머니가 한분 계시다.
도리가 아니다고 생각되는 일엔 온동네 다 지적을 하셔서 일부 주민들로부턴 기피인물이 되어버린
이 할머니가 아들놈에 대해선 상당히 관대하신 편이다. 인사성이 밝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어제도 아들을 보더니 많이 컸다며 이제 장가가도 되겠다고 하셔 아들을 황당하게 만드셨다.)
'재원아, 15층 할머니께 가서 떠난다고 인사드리고 와야지. 여기선 제일 어른이시고,
널 얼마나 귀여워하시는데... 너 안보이면 궁금해 하실걸.'
'그래야지.' 하고, 나간 녀석이 한참을 있다 들어오길래, 어딜 갔었냐고 물었더니
인사하는 김에 그래도 평소에 인사하고 다니던 집을 다 돌았다는거다.
그래서 생각 잘했다고 그랬더니 불쑥 2만원을 내민다.
무슨 돈이냐고 물으니, 경비아저씨가 주시더라나...
돈 받을 사람이 따로있지 어떻게 경비아저씨한테 돈을 받느냐고 빨리 돌려드리고 오랬더니,
'아~참.. 아빠는... 나도 아니라고 그랬지. 나 이제 한국돈 필요없다고.'
그랬더니 아저씨가 '재원이 가면 보고싶어서 어떻하니...'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주시는데,
안받을 수가 없더란다.
세상에... 유학간다고 아파트 경비아저씨한테 전별금 받은 놈은 너밖에 없을꺼라 그러며 웃고 말았다.
상가 만화가게 아줌마한테도 작별인사를 하러가니까, 만화가게 아줌마가 서운하다며
' 너 지난 번에 본거 2부 나오면 동생편에 보내줄까?' 하시더라는데, 이 정도면 완전 코메디 수준이다.
그러고나서는 전화통을 붙잡더니,
학교선생님, 학원선생님, 자기가 자주 다녔던 병원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는 평소 가까이 지내는 아빠 엄마 친구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한다.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녀석이 대견했지만, 와이프와 같이 쫑코를 매겼다.
'아이구~~~ 저러느라 공부를 못하지... 야 이녀석아.. 공부를 좀 그렇게 해보지.'
비행기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아침에 일어나더니, 가족끼리 영화를 보잔다.
왠또 난데없이 영화냐고 물으니, 앞으론 영화를 봐도 피곤할텐데, 마지막으로 편하게 자막있는 영화보고 싶다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유학가는 날 가족이 단체로 영화보는 경우도 흔친 않을거다.
영화보고 설렁탕 한그릇 먹고 공항으로 가는데, 길은 왜그리 막히는지.
그 지루한 시간동안 네식구가 서로 한마디도 말이 없었다.
서로 하고픈 말은 많았을텐데, 뒷감당이 자신이 없었던거다.
운전을 하며 슬쩍 옆에 아들놈을 쳐다보니 눈을 꼭감고 자는건지.. 자는 척 하는건지...
뒤를 보니 집사람도 마찬가지.
막내는 한강만 내다보고 있고.
하긴, 가는 놈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머리속엔 걱정만 한보따린데
차라리 잊자고 자는게 속 편한 일 일지도 모른다. 잠이 안 오겠지만...
겨우겨우 시간에 빡빡하게 도착을 해서 미처 아쉬움을 나누지도 못하고
녀석이 보안검색대로 들어가는데, 집사람이 안보인다.
아들도 엄마가 왜 안보이는지 알았는지 엄마를 찾지 않는다.
'갈께요' 하고, 씨익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 아들놈의 미소가 일그러짐을 느끼면서,
그동안 아들에게 느껴왔던 많은 감정중에서 가장 시린 정을 맛보았다.
물품투시기에 짐을 벗어놓고 검색대 속으로 멀어지는 오빠를 보며,
'오빠는 어떻게 뒤도 한번 안돌아보고 그냥 가냐?' 며, 딸아이는 야속해 했지만,
검색대를 지나며 안경속으로 눈물을 훔치며 크게 심호흡을 하던
오빠의 모습을 미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는 제 방으로 들어간 딸아이가 갑자기 엉엉 운다.
놀래서 가보니 오빠가 책상위에 편지를 써놓고 갔더란다.
편지의 내용은 말을 끝내 안하는데, 나중에 집사람이 책상서랍을 정리하다 알게된 녀석의 편지에는,
집사람과 내가 보아도 코끝이 찡할 여러가지 당부가 적혀 있었다.
엄마 아빠 속 썩이지 말라는 얘기와,
오빠로서 제대로 못해 줘 미안하다는 얘기,
그리고, 자기는 얼떨결에 밀려가는듯 가지만, 너는 네 의지대로 게획을 세워 떠나라는...
2001년 1월13일.
그날 밤, 나는 주인을 떠나보낸 아들의 빈 침대에 누워 두가지 생각에 밤을 꼬박 새웠다.
왜 이것저것 따뜻하게 말도 못해주고, 바보같이 손만 한번 흔들었을까...
저게 이제 당장 의사소통이 안될텐데 어떻게 할래나...
분명히 더 잘되라고 보냈는데, 왜그리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던지...
허~참... 당시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파트 같은 입구의 세대에 나이드셨지만 반상회 군기반장을 자임하시는 할머니가 한분 계시다.
도리가 아니다고 생각되는 일엔 온동네 다 지적을 하셔서 일부 주민들로부턴 기피인물이 되어버린
이 할머니가 아들놈에 대해선 상당히 관대하신 편이다. 인사성이 밝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어제도 아들을 보더니 많이 컸다며 이제 장가가도 되겠다고 하셔 아들을 황당하게 만드셨다.)
'재원아, 15층 할머니께 가서 떠난다고 인사드리고 와야지. 여기선 제일 어른이시고,
널 얼마나 귀여워하시는데... 너 안보이면 궁금해 하실걸.'
'그래야지.' 하고, 나간 녀석이 한참을 있다 들어오길래, 어딜 갔었냐고 물었더니
인사하는 김에 그래도 평소에 인사하고 다니던 집을 다 돌았다는거다.
그래서 생각 잘했다고 그랬더니 불쑥 2만원을 내민다.
무슨 돈이냐고 물으니, 경비아저씨가 주시더라나...
돈 받을 사람이 따로있지 어떻게 경비아저씨한테 돈을 받느냐고 빨리 돌려드리고 오랬더니,
'아~참.. 아빠는... 나도 아니라고 그랬지. 나 이제 한국돈 필요없다고.'
그랬더니 아저씨가 '재원이 가면 보고싶어서 어떻하니...'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주시는데,
안받을 수가 없더란다.
세상에... 유학간다고 아파트 경비아저씨한테 전별금 받은 놈은 너밖에 없을꺼라 그러며 웃고 말았다.
상가 만화가게 아줌마한테도 작별인사를 하러가니까, 만화가게 아줌마가 서운하다며
' 너 지난 번에 본거 2부 나오면 동생편에 보내줄까?' 하시더라는데, 이 정도면 완전 코메디 수준이다.
그러고나서는 전화통을 붙잡더니,
학교선생님, 학원선생님, 자기가 자주 다녔던 병원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는 평소 가까이 지내는 아빠 엄마 친구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한다.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녀석이 대견했지만, 와이프와 같이 쫑코를 매겼다.
'아이구~~~ 저러느라 공부를 못하지... 야 이녀석아.. 공부를 좀 그렇게 해보지.'
비행기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아침에 일어나더니, 가족끼리 영화를 보잔다.
왠또 난데없이 영화냐고 물으니, 앞으론 영화를 봐도 피곤할텐데, 마지막으로 편하게 자막있는 영화보고 싶다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유학가는 날 가족이 단체로 영화보는 경우도 흔친 않을거다.
영화보고 설렁탕 한그릇 먹고 공항으로 가는데, 길은 왜그리 막히는지.
그 지루한 시간동안 네식구가 서로 한마디도 말이 없었다.
서로 하고픈 말은 많았을텐데, 뒷감당이 자신이 없었던거다.
운전을 하며 슬쩍 옆에 아들놈을 쳐다보니 눈을 꼭감고 자는건지.. 자는 척 하는건지...
뒤를 보니 집사람도 마찬가지.
막내는 한강만 내다보고 있고.
하긴, 가는 놈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머리속엔 걱정만 한보따린데
차라리 잊자고 자는게 속 편한 일 일지도 모른다. 잠이 안 오겠지만...
겨우겨우 시간에 빡빡하게 도착을 해서 미처 아쉬움을 나누지도 못하고
녀석이 보안검색대로 들어가는데, 집사람이 안보인다.
아들도 엄마가 왜 안보이는지 알았는지 엄마를 찾지 않는다.
'갈께요' 하고, 씨익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 아들놈의 미소가 일그러짐을 느끼면서,
그동안 아들에게 느껴왔던 많은 감정중에서 가장 시린 정을 맛보았다.
물품투시기에 짐을 벗어놓고 검색대 속으로 멀어지는 오빠를 보며,
'오빠는 어떻게 뒤도 한번 안돌아보고 그냥 가냐?' 며, 딸아이는 야속해 했지만,
검색대를 지나며 안경속으로 눈물을 훔치며 크게 심호흡을 하던
오빠의 모습을 미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는 제 방으로 들어간 딸아이가 갑자기 엉엉 운다.
놀래서 가보니 오빠가 책상위에 편지를 써놓고 갔더란다.
편지의 내용은 말을 끝내 안하는데, 나중에 집사람이 책상서랍을 정리하다 알게된 녀석의 편지에는,
집사람과 내가 보아도 코끝이 찡할 여러가지 당부가 적혀 있었다.
엄마 아빠 속 썩이지 말라는 얘기와,
오빠로서 제대로 못해 줘 미안하다는 얘기,
그리고, 자기는 얼떨결에 밀려가는듯 가지만, 너는 네 의지대로 게획을 세워 떠나라는...
2001년 1월13일.
그날 밤, 나는 주인을 떠나보낸 아들의 빈 침대에 누워 두가지 생각에 밤을 꼬박 새웠다.
왜 이것저것 따뜻하게 말도 못해주고, 바보같이 손만 한번 흔들었을까...
저게 이제 당장 의사소통이 안될텐데 어떻게 할래나...
분명히 더 잘되라고 보냈는데, 왜그리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던지...
허~참... 당시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