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8. 27. 07:11
한창 대학생활의 재미를 붙여가며 제깐에는 이제 뭘좀 안다고 까불대는 1학년때의 9월,
햇볕좋은 어느 토요일 낮.

지금은 삼미에 재직중인 죽이 맞는 친구와 둘이 뭔가를 하고 싶은데 둘다 주머니에 돈이 없다.
그냥 헤어지긴 싫고...

해서..  둘이 학생회관앞 잔디에 앉아 서로 아는 사람만 지나가면,
'전화를 걸려하는데 동전이 없어서...'  등등의 갖은 핑계로 동전을 모았는데
세시간여를 그렇게 앵벌이 구걸하듯 하여 2800원정도를 모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커피 한잔이 50원이었는데,
그날 우리 둘이는 그 돈으로 당구치고, 저녁먹고, 생맥주까지 한잔 하고 헤어졌다.

이런 경우에도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썼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린 분명히 정승같이 썼다.
세시간을 벌어 그 이상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없는 사람이 즐기기 위해서는 뭔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우린 당시 [체면]을 포기했다.

젊었을 때는 체면을  포기할수록 낭만이 찾아오는 법이다.
젊음의 특권은 어지간한 것은 허물을 잡히지 않는다는 거다.

왠만하면 장난이고, 경우에 따라 재치로 미화될 수 있는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