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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통했던 대학입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8. 19. 23:54
고등학교 시절, 난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대학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안쓰고 지내다 예비고사를 보고나니
대학입시가 어느덧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디를 가지...???  
선택을 해야할 시기에 머리속에 떠오른 학교가 연대다.
평준화가 되기 전,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분위기상 연고대중 하나는 가야
어느정도 체면치레는 할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고대체질은 아닌거 같았다.
그래... 난 연대 체질이야...

그때부터 청계천 서적방을 뒤져 그 당시의 유일한 입시정보 월간지인 [진학]에서
해마다 입시철에 부록으로 발간한 각 대학 입시문제중 최근 7년동안의
연대 입시문제만 모아들고는 소위 연대 입시문제 성향분석에 들어갔다.

예를들어,  화학시험에는 매년 실험기구 그리는게 하나씩은 나오는데,
작년엔 이거 나오고, 재작년엔 저게, 삼년전엔 요게 나왔으니
그럼 금년엔 요거 요거 요거 셋중에 하나가 나올 차례다.
그리곤 그거 외에는 아예 검정 색연필로 다 지워버렸다.  자꾸  한눈 팔게 되니까...
모든 과목을 그런식으로 아니다... 라고 판단된 곳은 아예 없애버렸다.
그러니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입시를 한 셈이다.

원서를 쓸 때 담임선생님이 고대를 가라고 권하시길래,
난 연대위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고대가면 바로 떨어진다고 하니,  담임선생님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과정을 거쳐 대학을 선택했다.
  
당시 문과수학과 이과수학의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 삼각함수와 벡타였는데  
명색이 이과라는 놈이 ' 삼각함수는 한 문제 아예 접어두고 한다.' 고 할 정도로 기초가 부족했다.
작전(?)대로 수학에서 삼각함수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그해 이과 수학문제중 그게 제일 쉬웠다나... ㅠ.ㅠ..

그러고도 대학을, 그것도 연대를 들어갔으니 지금 같았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다.

지금에 비하면 옛날이 참 살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옛날이 지금보다 만만한 것도 있었던거 같다.


정말 빛바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