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2년만에 만난 아들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6. 18. 00:45
미국에서 공부하는 큰놈이 군 입대를 위하여 휴학을 하고 들어왔다.

아들녀석의 공항 도착 예정시각은 아침 6시 10분.
그렇다면 입국수속을 하고, 짐이 많을테니 짐을 찾아 낑낑대고 나오려면 빨라야 6시반은 되겠다 싶어,
그렇게 시간을 맞추고 가고 있는데, 6시 10분에 전화가 온다. 벌써 밖으로 나왔단다.
뭐가 그리 빨라... ...

천천히 차를 몰며 기다리라고 한 입국 게이트를 찾고 있는데,  누가 차의 트렁크를 두드린다.
미국에서 출발 전, 버스 타고 들어갈테니 나오실 필요 없다더니,
왠 짐이 그리 크고 많은지...
제일 큰 백은 트렁크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버스를 타고 들어오려 했냐고 물으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빠 나오기도 힘들테고...  또 하면 다 된다나...
녀석이... 어리버리하게 생긴 놈이 말은...

2 년만에 보는 아들은 크게 변한게 없다.
그간 미국에 있을 때 사진을 보면, 머리도 기르고, 또 노랗게 염색도 한 모습이었는데,
귀국해서 할아버지를 뵐 준비를 나름대로는 다 한거 같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언뜻언뜻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염색도 뺐다.
이발을 언제 했느냐 물으니, 출발하기 전날 했단다.

그런데, 귀에 작은 귀고리는 달려 있다.
그걸 보실 할아버지의 반응도 궁금하고 해서 아무 말 안하고 놔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서 바로 할아버지 댁으로 직행.
주차를 하고 내리면서 녀석이 귀고리를 떼어내는걸 보고 한마디 했다.

나 : 왜~~ 그냥 달고 들어가지...
아들 : 괜히 그럴 필요 뭐 있어...

이 녀석은 재작년 방학 때 들어와서도 머리에 젤을 바르고 다니다가
할아버지 집에 갈 때는 근처 지하철역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간다.
딸아이도 몇년 전 일본을 다녀올 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들어와서는,
할아버지 댁으로 바로 간다니까,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공항 화장실에서 다른 바지로
갈아 입곤 했었다.

이런 행동들이 어찌보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어른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자기들 나름대로는 어른들의 가치관을 머리 속에 담고 다닌다고 좋게 생각하는 것도,
고슴도치式 자식 사랑이 아닐까 싶으니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