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나, 그리고, 가족

내가 살아가는 방법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5. 26. 09:13




즐겁게 살자.
편하게 살자.

나는 정말 즐겁게 살고 싶다.
주식을 하다 큰 손실을 봤을 때도 나는 즐겁게 마음가지려 애썼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지 2년반동안도 나는 즐겁게 살았다.

같은 직장에 있던 후배가 나에게, 늘 웃고 다니는 게 여유가 넘쳐 보인단다.
그러면서 남들이 내가 벌어놓은 게 많은 거 같다고 그런단다.

그 후배에게 되묻는다.
' 대한민국에서 월급장이가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냐?
어차피 모든 사람이 남인데, 내가 죽는 시늉 한다고 돈 보태줄 사람 누가 있겠나??
인상쓰고 다녀봤자 오히려 피하기만 하지.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다니면
적어도 알던 사람들이 피하지는 않지...'

집사람도 그런다.  당신은 너무 행복하게 노는 걸 즐기는 거 같다고.

용을 써도 안되는 건 안된다.
용을 써서 모든 게 다 된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행위와 사고의 연속인데,
이 모든걸 인상쓰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하자는 거다.

얼마전 동호회 모임에서 한분이 내게 이런 표현을 하셨다.
삶을 참 밝게 사는 것 같다고.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편하게 살자]는 말은 안락하게 살자는게 아니라,  복잡하게 비비꼬면서 살지 말자는 얘기다.
복잡하게 비비꼬는거 - 그게 궁상이다.

나는 삶이란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삶은 늘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엉킨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늘 명료하고 명쾌하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아름답다.. 지적이다.. 섹시하다.. 우아하다.. 혹은 맑아보인다... 등등,
남성들이 표현하는 수사도 많고, 여성들이 남성에게 듣고싶은 찬사도 다양하겠지만,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대했을 때 나는 ' 참 느낌이 좋다.' 고 한다.
내게 와닿는 그 여자의 전체적인 느낌이 좋다는데, 그 이상의 무슨 수식어가 필요한가...
간단하게 feel 이 꽂혔다는데...

간단하고 단순한 게 생각이 부족한 게 아니다.
순리대로 생활하면 모든게 간단하고 단순해진다.
내가 글을 쓸 때 [江河]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것도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위해서다.

근데 사실, 간단명료 단순명쾌와 아무 생각 없는 것이 가끔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관과 좌우명은 다소 차이가 있는거 같으니 조금만 더 사족을 달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지키려 애쓰고, 후배들에게 강조하던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어디서든 내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자]
또 하나는,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어 한다. 그러니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자]다.

21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무수히도 많은 자리를 옮겨다니며,
그때마다 생각한 것은 내 전임자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던, 하던 방법을 바꾸던,  하여튼 내가 있었으므로 뭔가는 달라져야 했다.
그것은 내 존재의 의미였다.

직장에서 처음 관리자로 승진을 하던 날,
그날 나는 A4용지에다 내가 사원시절 상사에게서 받아 기분좋았던 상사의 말과 행동, 그리고,
반대로 상사로부터 기분나빴던 상사의 말과 행동을 아주 하찮은 것 까지 빼곡히 적었다.
이를테면, 내가 담배를 피고 있을 때 뒤에서 찾으면 막 피워문 담배를 꺼야되는 안타까움이 있다는 것 등등.
(그때는 사무실 흡연이 인정되던 시절이었고, 나도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빼곡히 적은 A4용지 두장을 일년동안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며 나를 세뇌시켰다.
내가 좋았던 거 남에게 그대로 해주고, 내가 싫었던 거 안 하면 된다.
그럼 만점짜리 상사가 된다는 게 내 단순한 논리였다.
사람은 누구나 느끼는게 비슷하니까.

직장생활을 하는동안 내가 부르려고 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고 있으면, 난 그가 담배를 다 피울 때 까지 기다렸다.
그 5분 정도를 못 기다릴 정도로 세상이 급박하진 않았다.

내가 하기 싫은 건 남도 하기 싫다.
易地思之.. 네글자를 너무 길게 풀었다.

모자란 것을 정당화 시키는데는 원래 많은 말이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