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렌즈가 보는 세상

수능시험 격려 변천상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1. 18. 04:32



드디어 나붙었다.

11월 23일이라니 이제 6일이 남았다.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벌써부터 마음을 졸이며,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생각하니,
이제 일단락된 내가 또 답답해진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건지...

제과점에 나붙은 광고를 보니 1년전 생각이 난다.


아들녀석이 태평양을 건너는 바람에 수능 분위기를 모르다가, 딸래미 덕에 즐거운(?) 경험을 했었다.

수능시험을 앞둔 며칠새 딸래미에게 들어오는 격려품을 보니 별게 다 있다.
예전엔 떡, 엿..으로만 구분되는게 이제는 쵸콜렛은 기본이고,

잘 찍으라고 빨래집게,
대박 터트리라고 커다란 풍선,
끝나고 친구들과 머리를 식히며 잘 먹으라고 외식상품권,
만점받으라고 만원...

어떤 분은 다섯과목 오백점 만점 받으라고 오만원까지 봉투에 넣어 준다는 소리를 듣고는,
딸애가 웃으며 그런다.

- 어~~ 그런거야?? 그럼 ㅇㅇ아줌마는 왜 삼만원이야???
> 너 영어, 국어는 성적 잘 나오니까 그 두과목은 제 실력으로 하고,
   나머지 네 실력으로 안되는 세과목 만점받으라고 그러신 모양이다.
- 그런모양이네... ㅋㅋㅋ...

어떤건 포장도 재밌다.
엿을 옛날 한약재처럼 포장해서 새끼줄로 두세첩을 꼬아 매달아 놓은 것도 있다.

그외에도 만점 사과,  흔들흔들 쪽집게等 여러가지 재미난 아이디어 상품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그런 격려품의 다른 효능이 느껴진다.

그런 것들을 풀어보면서 기발난 아이디어와 재치에 깔깔 대다보니,  아이의 긴장도 자연스레 풀어지는거 같았다.


시험은 애가 보는데,  왜 내가 그리 많은 격려 전화를 받았는지...
마치 내가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다.

수능 전날  내가 주로 들은 이야기는,
'일찍 자고 아침엔 아이를 모셔다(?) 드려야지요.' 

그 당시 며칠동안 딸아이에게 쏟아지는 격려와 관심을 보며,  고3 이 완전 벼슬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래저래 참 재미난 세상이다.


시험 전날, 고맙게도 딸애의 중학교때 선생님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셔서
' 지연아.. 너무 긴장하지 말고 너 평소 하던대로만 하면 돼... 알았지??? ' 하고 덕담을 주시니,  딸아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 선생님... 평소 하던대로 하면 저 대학 못가요... 그건 악담이세요... ^&^..'


벌써 1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