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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가족여행 - 담양의 정자들에서 느끼는 흥미로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28. 06:52
아침식사를 마치고 향원당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담양 나들이에 나섰다.
오늘의 일정은 담양의 정자문화를 돌아보고 금성산성을 찾는 것이다.

향원당에서 나오며 가장 가까운 곳은 소쇄원이다.
조광조의 문하생으로 열일곱에 과거에 급제한 양산보는, 과거에 급제한 그해 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사약을 받자,
그 충격에 고향 담양으로 낙향하여 정자를 짓고 평생을 보내는데, 그 정자가 바로 소쇄원이다.
그러니까, 나이 열일곱에 과거에 급제하여 열일곱에 웅지를 접고 낙향을 한 것이다.




여기도 죽녹원??
소새원 입구에 들어서면 우측에 보이는 竹林.  대나무는 죽녹원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대나무숲을 지나 맑은 계곡물을 따라 오르면 광풍각이 보인다.
光風閣은 [비가 개인 후 해가 뜨며 부는 시원한 바람]이란 의미라고.

광풍각 뒤에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다.



광풍각의 뒤 언덕 위에 있는 제월당.
[비가 갠 후의 맑은 달]이란 의미의 霽月堂에서는 소쇄원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소쇄(瀟灑)란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인데, 이 소쇄원을 둘러보며 갖게된 양산보에 대한 의문.

먼저, 열일곱에 과거에 급제하여 장래가 보장될 수 있는 관직을 스승의 죽음으로 포기한 것이 대단하다.
설사 조광조 문하라는 이유만으로 정적으로 부터의 불이익을 예견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열일곱의 나이에 미련없이 미래를 포기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결단이다.

그리고,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정자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양산보는 꽤 부유한 집안으로, 어린 나이에 스승의 억울한 죽음에 충격을 받은 아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양산보의 부친이 이 정자를 지어준 것은 아닐까??
어쩌면, 조광조의 문하생인 아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하여 아들을 불러내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정은 표표한 선비의 꼿꼿한 기개를 폄하하는 억측이겠지만, 그냥 재미로 생각하자.


소쇄원을 조금 지나면 식영정을 볼 수 있다.



식영정의 전면에 관람객이 너무 많아 측면에서 사진을 담았는데,
식영정에서 내려다보면 울창한 송림너머 광주호가 보인다.
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 해서 息影亭이라 명명했단다.
그 모습을 담았어야 했는데, 도저히 각이 나오질 않는다.  아.. 이래서 광각이 필요해...




식영정 뒤에는 정철의 [星山別曲] 詩碑가 있다.
星山은 이 근처 일대 산의 옛 지명인 [별뫼]를 이르며, 
성산별곡은 정철이 스물다섯살에 이 지역의 4계절 모습과 식영정을 지은 김성원의 풍류에 대해 읊은 것이라 한다. 

스물다섯이라...  하긴, 열일곱에 급제했다가 바로 은퇴하고 낙향한 사람도 있으니...
확실히 옛 사람들의 정신연령이 지금보다 엄청 높았나보다.
그런걸보면 정신연령은 수명에 반비례 하나봐. 
예전 사람들은 수명이 짧았으니 짧은 生에 뭔가를 이루려면 빨리 의식이 깨어야 했고, 
요즘은 평균수명이 길어져 생각할 날이 많아지니 천천히 정신차려도 되기 때문에...




식영정 옆의 가사문학관으로 내려가는 길목의 나무.
참 절묘하게 이리저리 굽은 가지의 형태가 마치 오랜 질곡의 세월을 의미하는듯 하다.




식영정 아래에 있는 부용당.


담양의 정자들을 돌아보며 흥미롭게 생각한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유적지의 [출입금지]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위 사진들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모든 정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을 한다.
누구나 마음대로 올라가 앉아서 쉬기도 하고 모든 부분을 만져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문화재는 보존을 위해 출입금지는 물론 손대지 말라는 문구가 있는게 당연시 되는데,
거 참.. 별일이네...  

대부분이 道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으며, 식영정 같은 경우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다는데,
참 맘도 좋다. 나 같으면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가문의 유적을 관람까지는 몰라도 들어가지는 못하게 할텐데...
이것도 시골 인심인가??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보통 정자라 하면 그저 넓은 마루에 사방이 트인 누각 형태로만 알았었는데,
담양에서 본 정자들은 마루와 작은 방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낮에 풍류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기거도 했다는 얘기같은데,
정식 거주를 하는 집이라 하긴 그렇고, 이를테면, 요즘의 오피스텔 정도의 개념쯤 될라나...
원룸오피스 맞네.  작품활동 하면서 쉬기도 하고. ㅋ~~




이렇게 아궁이에 불까지 때는걸 보면 활용을 하고 있다는 얘기??
근데, 부엌도 아닌데 한여름 아궁이에 불이라니...   그럼, 여긴 찜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