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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와 함께 한 2007 여름여행 5 - 밤새 모기에 뜯긴 부산에서의 하룻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30. 11:23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사전예약을 한 뉴송정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8시반이 조금 넘었는데,
예약한 방에 들어가보니 상당히 실망스럽다.

방에 있으면 뭐하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야 하는데.
20여년 전, 집사람과 함께 부산에 들렀을 때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해운대의 달맞이고개를 찾아 나섰다.

고교때 외웠던 고려의 문장가 길재의 시조가 생각난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20년전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자동차로 돌아드니
바다와 고개는 의구한데 옛 정취는 간데없네. 
이런이런... 추억속의 정감은 망상인가 하노라.

옛 기억을 무색케하는 널린 카페들에게 얄미운 시선을 보내며 광안리로 향했다.

복층으로 설계된 광안대교를 건너며 바라보이는 광안리의 야경은 홍콩의 야경을 무색케 한다.
광안리에 언제 이렇게 고층빌딩이 들어섰나...  엄밀하게 표현하면 고층 아파트 같은데,
여하튼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스카이라인의 야경이 멋지게 느껴진다. 

아파트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멋지다.
이렇게 멋진 아파트 값이 서울 대치동의 오래되고 허름한 아파트보다 싸다 그거지...
참...  알 수 없는 나라  오묘한 대한민국이다.  




아직 피서철로는 조금 이르기 때문인지 광안리 해수욕장의 밤바다는 생각보다 한적한데,
군데군데 앉아있는 아베크족을 보니 문득 재원이를 바라보게 된다.
남들은 저렇게 끼리끼리 앉아 있는데...



우리 아들은 지금 이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광안리에서 본 또 하나의 진풍경.



세어보니 모두 10층 건물.
1층부터 10층까지가 모두 횟집이니 횟집만 30개.
저게... 그래도 장사가 되니까 모두 존재하는거 아니겠는가. 
대단하다.

궁금해지는거. 
어차피 주인을 알고 오는게 아닌 사람들의 선택기준은 무얼까 ? 
층일까?   아님, 이름일까?
층이라면 사람들은 몇층을 가장 선호할까? 


광안리 해수욕장과 어떻게 다른가 궁금하여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막연한 내 생각으로는 해운대가 광안리보다 더 붐빌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광안리가 더 화려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거 같았다.
상대적으로 해운대는 광안리에 비해 연령층이 높은거 같다. 
적어도 우리가 찾은 그날만큼은 그랬다. 


당초 부산의 숙소를 예약할 때 2박을 예약했는데,
숙소로 돌아오며 생각하니 부산에서 2박을 할 이유가 없다.
내일 아침에 태종대와 자갈치시장을 돌아본 후 바로 거제도로 이동하는게 좋겠다.

그럼 1박을 취소해야 하는데, 어쩐다...  하루 전에 취소가 되겠나...

숙소로 돌아가 주인을 찾아 읍소를 했다.
'아들이 군인인데, 갑자기 부대에서 복귀 명령이 내려와 부득불 내일 올라가야 하는데, 취소가 안되나요...??'

젊은 주인의 말.
'원래 안되지만, 부대에서 귀대 명령이 떨어졌는데 어쩌겠어요...  우리도 다 군대를 갔다왔는데, 이해를 해야죠..'

순수하게 답하는 주인장의 말을 들으니, 거짓말을 한게 찜찜하고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수 없지.

그날 밤.
밤새 모기에게 유린당하며, 거짓말을 하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