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국내여행

재원이와 함께 한 2007 여름여행 3 - 창녕 우포늪, 루믹스를 응징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09:40
도담삼봉을 돌아나와 창녕 우포늪으로 향하는 도중 재원이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전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곤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재원이에게 이번 여행이
그저 부모를 딸랑딸랑 따라다니는 종속체가 아니라, 여행의 한 축 임을 인지시켜주기 위함이었다.

재원이에게 핸들을 맡기니, 이번엔 집사람이 뒷자석으로 가려한다. 
집사람에게 그랬다. 이번 여행에서 당신의 자리는 항상 앞자리라고.
가족여행을 다니다보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엄마는 항상 가족들의 뒤치닥거리에 바쁘다.
그러면서 자칫 여행의 중심에서 소외당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와서까지 그런 위치에 있게되는건 어쩐지 미안하고 안스럽다.
더구나 재원이와의 대화를 즐겁게 생각하는 집사람으로 하여금 여행 중에 가급적 많은 대화의 시간을 주고싶기도 했다.


창녕 우포늪 주차장에 도착하니, 평일임에도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다.



별 버스가 다 왔네...
인터넷 한글주소가 입영/군입대버스 라고 되어있는걸 보면, 군입영 전문버스인가 본데,
이 시간에 왜 여기 왔있나...   요즘 입영기피자가 많아서 손님이 없는겐지...

늪으로 향하는 입구에 귀여운 조각상이 있다.



늪지대의 조형물답게 세워진 개구리가 귀엽다.


늪.

나의 짧은 지식은 사실 늪에 대해 그다지 밝은 느낌을 갖고있지 못하다.
어딘지 음습하고 어두운 느낌.
그저 파충류나 양서류와 같은 별로 분위기 안좋은 동물들이 살고있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수초 사이로 악어가 뛰어나오는...  하여간 정서적으로 나와는 맞지않는 곳이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바꿔놓은 곳이 우포늪이다. 



늪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 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마련된 우포늪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곳에는 350여종의 동물들이 서식을 한다고 한다.
거기에는 나의 우매한 지식과는 달리, 백로와 같은 우아한(?) 조류도 많고, 아주 진귀한 어류들도 많았다.

국제보존습지로도 지정된 이곳에는 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뿐 아니라, 곤충류 55종, 패각류 5종, 포유류 12종,
파충류 7종, 양서류 5종에 168종의 식물들이 서식한다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질긴 종류들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그러니까 어류도 이상하게 생긴 애들만 있는 줄 알았던 나의 무지함이라니...
이게 다 이상한 공포영화 때문이다. 




재원이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을 찍은 후, 사고를 쳤다.

떠나오는 도중 동호회 후배인 재벌의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형님, 꿈자리가 무척 안좋았는데, 조심해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경사진 곳에서 이 사진을 찍고난 직후 돌아서다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는데, 
카메라가 바닥에 비스듬히 닿으며 경통이 옆으로 찌그러진 것이다.
20개월간 내 몸과 함께 움직이며 이 블로그를 채워주던 LUMIX  FX-9 이 작동이 안된다.
전원을 꺼도 경통이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이런 젠장...  그 사나운 꿈자리가 여기서 적용될 중이야...
재벌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야~~ 네 꿈 때문에 카메라 박살났으니, 네가 책임져야 하는거 아냐??  50% 보상해...'


첫날 이런 일을 당하다니.. 무척 아쉬운 생각도 들었지만,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
이제 앞으로의 사진은 보조로 가져간 CANON 20D 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 늪의 편견에 대한 응징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