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국내여행

재원이와 함께 한 2007 여름여행 1 - Prologue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3. 20:34
6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어제 밤 8시가 넘어 서울로 돌아왔다.
무척 즐겁고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처음 여행계획을 잡을 때만해도 조금 무리가 아닐까 우려한게 사실이었다.
일주일만에 그 많은 곳을 다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게다가 집사람이 오늘부터 연수가 있다 하여 일정을 하루 단축시켜야만 했기에 부담이 더욱 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을 정도로 완벽한 여행이 되었다.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한군데서 오랫동안 머물며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긴 것은 아니었지만,
재원이에게 우리나라의 많은 곳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당초 여행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여행은 기간에 비해 완벽한 여행이 된거 같아 만족스럽다. 

이번 여행중 들른 곳이다.

서울 - 원주 - 단양 도담삼봉 - 창녕 우포늪지대 - 칠암 붕장어 마을 - 부산 - 거제도 - 위도 해금강 - 통영 - 욕지도 
- 남해 독일마을 - 하동 최참판댁 - 화개장터 - 구례 쌍계사 -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 - 순천 낙안읍성 -보성 녹차밭
- 해남 땅끝마을 - 고창 선운사 - 변산반도 채석강 - 임실 옥정호 - 진안 마이산 - 서울.
(진한 부분은 예정에 없이 추가로 들른 곳)

짧은 일정임에도 이런 여정이 가능했던 것은 저녁과 밤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재원이도 술을 좋아하지 않고,
나 역시 술을 스스로 찾는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나면 특별히 할게 없다.
야경을 구경하며 차를 한잔 마시거나, 아님, 숙소에서 TV를 보는게 고작인데,
우리는 해가 있는 동안에 볼만큼 보고는, 밤 시간을 이용해 다음 날 돌아볼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그러면 아침에 이동하는 시간만큼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밤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참 효과적이다.
물론 밤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방법이겠지만.  


첫날 근 2년간 애지중지하며 함께 했던 루믹스 FX-9 이 창녕 우포늪에서 박살이 나는 액땜 덕으로
비도 안 맞고 잘 다녔다. 
재원이가 심심할거 같아 지연이의 사진기를 추가로 가져갔는데, 안그랬으면 이 멋진 여행의 추억 한장 못 건질뻔 했다.
20D DSLR 이 똑딱이의 보조역할을 하다니... ㅋㅋㅋ... 

때문에 이번 여행의 사진은 대부분 재원이가 찍게 되었는데, 어제 밤 늦게까지 촬영한 사진을 검색해보니,
재원이의 사진찍는 취향을 확실히 알게 된다.
재원이는 주로 세로그립을 좋아하는거 같다.  대부분의 사진이 세로그립이다.
가로로 찍는게 더 넓은 면적을 담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하는 구도에서도 유난히 세로 구도를 고집하는걸 보면,
나름대로 좁은 폭의 공간에서 무언가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다.  아님, 위로 뻗치고 싶은 잠재욕구가 있던가...

재원이가 찍은 사진 중 가로 구도는 내가 가로로 담으라고 시킨게 대부분일 정도다. 
재미난 것은 같은 세로 구도도 내가 찍은건 3시방향으로 누웠는데, 재원이가 찍은 것은 9시 방향으로 누웠다. 
사진 원본만 봐도 누가 촬영한 것인지가 확연하게 구별된다.

 
이번 여행의 특징이라면, 숙박비가 무척 저렴하게 들었다는 것.
5일6일간의 숙박비로 지출한 비용이 213,000원에 불과하다.
세사람의 하루 평균 숙박비가 42,000원 정도니 뭐 거의 공짜 수준 아닌가...???
그렇다고 시설이 후진 것도 아니고...

대신 먹는데는 후하게 썼다.
드라이빙 도중 길가의 삶은 옥수수를 많이 사먹었지만, 지역별 특징있는 음식을 먹어보려 애썼다.


전체 여정에 대해 집사람도 만족해 하고, 재원이도 만족스러운거같아 다행이다.
재원이는 어제 밤 늦게 친구와 만나 다시 짧은 여행길에 올랐다.

집사람과 재원이가 그런다.
'아빠 이제 여행기 정리해서 올리려면 또한참 씨름하게 생겼다.' 고...

밀린 일을 처리하면서 여행 정리를 하려면 아마 한참 걸릴거 같다.
지난번 일본 1주일 다녀온 것도 근 한달이 걸렸으니...
 
그나저나 사진이 1000장이 넘으니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하는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하다 우포늪에서 미끄러지며 경통이 옆으로 찌그러진 FX-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