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지중해의 보석 Capri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5. 11:02
유스호스텔에서 한국 청년을 만나 같이 카프리로향했다.
광고회사를 3년쯤 다니다 그만두고, 이태리 12일, 터키 38일 일정으로 왔단다.
그 나이에 남들은 조금이라도 생존하기 위해 앞뒤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사무실에 처박혀있기가 대부분인데,
참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젊은 나이에 자기의 기호만 생각하는 철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러지 못했기에 부럽기도 했다. 

나중에 이 친구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갈까...
만나볼 수만 있다면, 10년 후 이 청년의 모습을 보고싶다.
어쩌면 여행전문가가 되어 각종 매체에 기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뒤늦은 나이에 자신보다 어린 사람 밑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이 청년은 이 여행의 추억을 죽을 때 까지 즐거웠던 낭만으로 곰씹으며 살아갈 것이다.


CAPRI

지중해의 보석으로 불리며, 로마 황제의 휴양지였다는 그 곳.
나에게는 중학생이었던 시절 어느 경음악단이 연주하는 [카프리 폴카]라는 경음악으로 기억에 자리잡은 곳이다.

나폴리에서 카프리로 가는 배는 고속페리가 20000 리라지만, 시간만 잘 맞추면 일반 배로 8000 리라면 갈 수 있다.  
속도가 한 30분 차이가 나지만, 그래봐야 1시간 15분이다.  오히려 실내는 일반 배가 더 넓으니 반값으로 가야지.

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려 주의를 둘러보는데, 덩치 큰 친구가 다가온다.  설마 이태리 마피아는 아니겠지...
보트로 섬 주위 경치 좋은 곳을 한시간 남짓 관광시켜 주는데 셋이 12만 리라 내란다.

아..  이런 흥정은 또 내가 잘하지...   게다가 짧은 영어는 짧은 영어끼리 더 잘 통하는 법이다.
9만 리라로 하자고 하니, 10만 리라 내란다. 그러면서, 그 이하로는 절대 안된다누만...
그런게 어딨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 생각이지...  그래서,
'우리 셋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10만 리라로 하면 셋이서 나누기가 어렵다. 
 그러니 우리가 나누기 쉽게 9만 리라에 하자.'

결국 O.K.   이사람아... 대한민국 남대문시장에서 갈고닦은 실력일세...




섬 주변은 정말 절경이다.

흔히 고도(孤島)의 섬에서 볼 수 있는 기암절벽과 곳곳의 동굴은 물론, 산허리에 펼쳐지는 풍광이 그림 같다.
사진에서 보이는 갈라진 바위 사이는 단순한 바위와 초림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주택가가 보이는데, 바닷가 절벽의 바위산 사이 암반에 저렇게 주택가가 형성된게 놀랍다.


   

왼쪽 사진의 동굴 부분을 줌업한 것이 오른쪽 사진.

마치 마리아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리아 동굴이라고 한다는데,
대체 이런건 누가 찾아내는거야...

하기사, 우리나라 고씨동굴이나 환선굴에 가봐도 이런게 많긴 하다. 




우리가 카프리에 도착한 날, 바람이 무척 심했다.
때문에 보트를 탈 때도 많이 망설이다, 덩치 큰 어부가 이 정도면 괜찮다며 자기를 믿으라길래 탔는데,
바람이 불 때 마다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럴 때 마다 보트가 요동을 치는데, 겁도 났지만, 스릴은 만점이다.
겉옷이 카프리섬 바다의 짠물을 다 뒤집어 썼다.

바람이 잔잔하면 저 사이를 관통을 하는데,
이렇게 바람이 불어 파도가 심하면 배가 지나다 바위에 부딪혀 파손될 우려가 있단다.
할 수 없이 이렇게 근처에서만 깔짝깔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