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배고픔에 또 당했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3. 02:31
Pompei 에서 돌아와 Napoli 중앙역에서 내려 플랫폼을 따라 개찰구로 나가면서
초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 아가씨가 우리 말로 '한국분이세요' 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이 아가씨도 우리를 일본인인줄 알았단다. 
이유는 역시 콧수염... 
이거야 원...  면도를 하던지 해야지, 내가 왜 나폴리까지 와서 일본인 소리를 들어야 하나...

  
중앙역 입구에서 해안으로 빠지는 중앙로는 한마디로 개판이다.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좌판이 거리에 널렸고, 하여간 실망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배가 무지 고프다.
그런데, 역 앞에서 해안까지 가는 일대를 어무리 뒤져도 식당이 안 보인다.
식당이 없는게 아니라,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오후 2시가 지나니 저녁 때 까지 문을 닫는 모양이다.
배는 고파 죽을 지경인데...

한시간 이상을 찾아 헤매던 초이의 입에서 드디어 원색적인 궁시렁이 나오기 시작한다.
' 이런~~ ㅆㅂ놈들은 밥도 안 처먹고 사나...  점심시간이 지났다고 식당 문을 다 닫아버리면 어쩌란 말이야...
  야 이 새끼들아~~  니들 우리나라 한번 와 봐라.. 우리나라 식당은 얼마나 먹기가 편한지...  ㅆㅂ놈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왜 갑자기 웃음이 튀어 나오는지...
나 역시 허기져 기력이 없음에도 미친 듯이 웃음이 나왔다.

한참을 웃고난 후, 겨우 웃음을 참으며 한마디 했다.
'야... 얘네들이 우리나라 오면 반대로 이러겠지...'이 새끼들은 허구헌날 밥만 처먹고 사나...' '

그렇게 두어시간을 헤매다 어느 조그만 골목으로 들어가니, 허름한 식당이 문을 열고 있다.
다짜고짜 들어가 피자와 스파게트를 시키니 에피타이저로 토스트 두 쪽을 내준다.

사실 리스본에서 에피타이저로 나온 토스트를 주문한 메뉴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먹고나서 바가지를 쓴 이후로는,
어딜가나 토스트가 나오면 공짜인지 아닌지를 꼭 물어보고 먹었다.  
그런데, 포르투갈에서만 그럴 뿐 그 이후로는 토스트 값을 따로 받는 곳은 없었다.

메인메뉴를 기다리기에도 너무 배가 고파 토스트를 흘깃 보니, 빵이 어째 좀 부실해 보인다. 새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한 쪽을 들고 입안에 넣으니, 그런 나를 바라보던 초이가 묻는다.

- 형... 그냥 먹는거야?
> 뭐가? 
    
- 이거 돈 받는거 아냐?
> 야.. 이걸 돈 받겠냐...??  봐라.. 빵이라고는 쥐가 뜯어먹다 만거 같은게...  배가 고파서 먹지, 딴 때 같으면 줘도 안 먹겠다.

-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더니) ...  그래도...  하긴 그렇기도 해...  어쨌든, 형이 먹었다 그거지.. 에라~ 그럼 나도 먹고보자.


식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벽에 걸린 TV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다.
나도 덩달아 그들의 시선을 쫒아 TV를 바라보는데,  얼래~~~ @<@...  
무슨 실황중계를 하는거 같은데, 무대 배경에 써있는 글자나 무대 위에 보이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렇구나...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한국의 부산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을 전혀 뜻하지 않던 나폴리에서 보게 되다니...

식당 종업원에게 우리가 저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러냐며 같이 반가워 한다.
그러면서 이태리는 결승까지 갈거라며 한국도 결승에서 만나잔다. 
(짜식들이 그때까지만 해도 립서비스 한다고 생색낸거겠지...  한국과 만나 질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을텐데...) 

그건 그런데...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는데...  토스트 값을 따로 받는다.  
이런 쓰파...  내둥내 안받길래 배가 고픈 김에 그냥 먹었더니만...  이걸 받어???
더군다나 그 먹다만거 같은 빵 부스러기를...

초이에게 한마디 들었다.  '거봐... 함부로 먹으면 안되잖아...'         
  

그렇게 실망스럽던 거리가 해안을 따라 산타루치아 해변으로 올라가니 이미지가 조금 좋아진다. 
Nuove城 주변에 오니 모양이 좀 나온다.

나폴리가 미항(美港)으로 소문이 난 것은 해안의 곡선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해안선의 곡선이 정말 너무 아름답다.




나폴리에서는 또 다른 느낌의 건축물을 보았다.

이 사진은 건물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 모습이다.
2층 3층의 모습이 마치 외부처럼 보이지만, 오른쪽 상단의 등이 달려있는 아치 부분이 이 건물의 천정이며,
오른쪽 끝이 건물 입구다.  대단해...

90년대 중반에 미국 라스베가스에 갔을 때 어느 호텔(시저스 호텔이던가???)의 지하를 이런 식으로 꾸며 놓은 것을 봤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은 것은 아닌지... 




옛 나폴리의 모습을 꾸며놓은 것이다.
저렇게 산꼭대기에 살았단 말이지...  우리나라에도 달동네는 있다.

저 뒷 건물이 위에 있는 사진 건물의 외관이다.


유스호스텔에 돌아와 식당에서 맥주를 한잔 하며 호주에서 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직장을 그만두고 1년동안 여행을 다닌단다.
초이가  ' We were expired last month.' 그랬더니, 축하한단다.

축하..  축하라...
그렇지.. 축하 받을만하지.  직장을 그만두고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게 축복받은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