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un한!!/산다는건...

눈 뜨고 책 두권을 강탈당한 해탈의 넉넉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7. 18. 09:19
해탈이는 책을 많이 읽는 친구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그저 실없는 농담이나 잘 하는줄 알지만
그는 책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는 친구다.
[퀴즈 대한민국]에서 최종라운드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평소 습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엊그제 해탈과 재벌 그리고 친구 형수와 자리를 함께 했다.
해탈이의 쾌거(?)를 축하하고 영웅이 되지 못한 아쉬움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날 있었던 해프닝 한토막. 

영등포 나눔사무실에서 출발을 하는데 걸려온 해탈이의 전화.
'형... 내가 좀 일찍 나왔는데 교보서점에서 책보고 있을께...'

약속장소에서 만난 해탈이 옆에는 두권의 책이 있었다.
- 뭔 책이야?
> 으~응...  머리좀 식히려고 샀어요.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생맥주를 한잔하기 위해 들른 호프집.
자리를 잡고 주문한 생맥주로 한잔 목넘김을 하고나자, 재벌이가 에어컨 옆으로 자리를 옮기잔다.
그래서 각자 자기 잔 들고 이동.

자리를 옮기고 잠시 후, 종업원 아가씨가 해탈이 책을 들고온다. 해탈이 깜빡 잊고 두고온 모양.
'책을 두고 오셨는데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간 한마디.
- (만면에 웃음을 띄며)  아~~ 그거요...  그 책, 오늘 우리 서빙하는 아가씨 주려고 갖고온건데...

- 어머~~~  정말요??  너무 고맙습니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얼굴 하나가득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며 책을 들고 돌아가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해탈이의 표정은
말 그대로 어이상실이었다.  어~어~~~ @>@... 

ㅋㅋㅋ... 
상상을 초월한 아가씨의 반응과 순간적인 해탈이의 뻘쭘한 표정...
창졸간의 기가 막힌 시츄에이션에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며 형수가 한마디한다.

- 순진한거야?  여우짓을 하는거야?? ^^
> 아냐.. 여우짓은 아닌거 같아.  애가 얼굴이 아주 순수하던데 뭘...
   순간적으로 너무 좋아하잖아.  그리고 잰 정말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책 좋아하지 않으면 그렇게 순식간에 반응을 보이지 않지. *^^*

근데, 당혹스럽기는 얼떨결의 한마디로 해탈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나도 마찬가지다.
웃자고 던진 말에 진지하고 겸허하게 순응(?)한 철없는 아가씨.
참... 덤앤더머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잠시 후 안주를 가지고 다시온 아가씨에게 슬쩍 물었다.

- 아가씨 책 좋아해요?
> 네.. 좋아해요.

이 한마디로 상황 끝.

재벌 : (웃으며) 농담이라고 돌려달라그래...
해탈 : 아~참~~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래...형..  더구나 조카같은 애한테...  장난치는게 되잖아.

나    : 아~ 그럼 그럼... 그럼 장난노는게 되지...  ㅋㅋㅋ~~~   야.. 그 책 내가 사줄께...
해탈 : 아~ 됐어~~ 형...  다음부턴 강하형 입을 막고 다니던가 해야지 원...
          에이씨...  이럴줄 알았으면 화장실가서 몇 페이지라도 보고 나올걸.
          다음부턴 반 이상 본 책 들고다닐거야.
          

이게 해탈이다.
그가 남들에게 가까이 하고싶은 사람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런 그만의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