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이 돌아가셨다.

작년 김수한 추기경님의 선종과 함께 법정 스님의 입적은
종교의 유무와 종파를 떠나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한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인정하시는 모습을 보여온 두 분의 공통점은 상당히 많지만,
핵심은 허례와 소유에 대해 무심하신 진솔한 평상심이 아닐까.
두 분은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혼탁한 시대 정신의 길잡이셨다. 


법정 스님을 대표하는 단어 [무소유].
스님께서는 이렇게 어렵지않은 잔잔한 말로 잔잔한 감동을 건네주신 분이다.

법정 스님께서는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저서를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다비식 후 사리를 별도로 추리지 말고 유골과 함께 파쇄하라는 말씀과 더불어 음미해보면,
사바에 당신이 다녀가신 흔적을 남기고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흔적을 남기는 것 조차 소유라고 생각하신건지...


꼭 상업적인 의도가 아니더라도, 추모의 의미를 갖는 법정 스님 저서 기획전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지난 주말 강남교보문고를 들렀다.

그 분의 저서가 몇 권 있긴 하지만, [아름다은 마무리]라는 저서를 구입하기 위함이었는데,
예상 외로 서점에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음을 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의 모든 책이 이미 남아있지가 않다.
각 저서마다 타 영업점 재고 확인를 해도 마찬가지다.

스님의 저서를 출간한 출판사들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분의 향기로운 삶과 생각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이유에서라도 출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출판이 안된다면 희귀성 때문이라도 해적판이 나돌텐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판을 하여
그 수익은 좋은 의도로 쓰이면 되지않겠는가.

이렇게 조기에 그 분의 저서가 품절되는 현상이 희귀성을 의식한 사재기라고 생각치 않는다.
그만큼 존경받는 삶을 사셨기 때문에 그 분의 정신을 간직하고픈 마음 때문이리라.  

   
서른하나의 나이에 요절한 여류시인 전혜린의 詩句가 생각난다.
"떠나는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싶다."

참되고 진솔한 삶은 아름다운 뒷 모습을 남긴다는걸 다시금 깨닫는다.
:

2007년 가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일어났다.
검사출신으로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도움을 받아 양심고백이라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의 비리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정권말기에 삼성특검이 도입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던 이 사건은,
그러나, 외형상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완패(?)로 정리가 됐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나 삼성에 대한 그 많던 말들도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잠잠해졌다.
한국 사회와 그 구성원을 이루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그 결과에 이의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세인의 관심에서 잊혀지며 세월 속에 묻혀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광고나 소문도 없이 한 권의 책이 서점 진열대에 놓여졌다.





양심고백을 했던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가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책을 낸 것이다.

안그래도 그 이후의 일이 궁금했다.
삼성의 모습이야 비록 겉핥기지만 언론을 통해 비춰지고 있지만,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그 후 어떤 생각을 갖고있었는지...

책은 생각보다 두툼했고, 책 값도 평균적인 가격보다 비싼 편이다.
두께만큼 원가가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아님, 이 정도 가격이라도
구매욕구를 자극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그것까진 알 길이 없다.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제목 바로 밑의 [변호사 김용철 씀]이라는 문구.
표지의 저자명은 이름만 표기하고 내지에 저자 약력에 대해 언급하는게 대개의 경우인데,
굳이 [변호사 김용철] 이라고 표지에 밝힌 속 뜻이 있을 법 하다.
그만큼 책의 내용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 아닐런지.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해 자신있으니 내 말을 믿어달라는...


몇 차례에 걸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라는 기자회견이 이어지던 당시
세간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여론의 흐름은 "김용철은 배신자" 였다.
세인들은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양심고백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옳다고 치더라도,
온갖 호사를 누리며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을 배신하고 과거의 동료를 헐뜯는 행위는 
파렴치한 것으로 낙인 찍어가고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제기한 삼성과 일부 검찰의 비리에 대한  
삼성특검의 조사 결과와, 이어진 사법부의 판결은 그런 세인들의 생각을 대의로 만들어 주었고,
"이 시대 법과 정의는 재벌권력 앞에 실종됐다" 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외침은,
있을 수 있는 옥의 티를 침소봉대하여 남을 과하게 무고하다 실패한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정말인가?' 할 정도의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20년간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으며 삼성에서 생활을 했던 나이기에 그 충격이 더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의 진위여부를 논할 생각은 없다.
진위를 판가름할 그 어떤 근거도 나에게 있지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배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김용철 변호사에게 배신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책 말미에 배신이라고 일컬어진 본인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배신의 대상이 된 집단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처한 여건에 따라 배신의 의미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변론과 같았다. 

그 부분은 김용철 변호사의 자기 주장이라고 치더라도, 그렇다면 그 외 집단의 배신은 없었는가?
언론과 법과, 지성인이라 일컫는 많은 사람들을 포함한 여론은 정의를 배신하지 않았는지 묻고싶다.
정의라는게 너무 추상적이라면, 혼미한 시대에 언론과 법에 의해 사회질서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국민들을 배신한 일은 없는지 묻고싶다.


삼성의 창업자이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기 기념행사에서 호암의 경영철학 중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건희 회장은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며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고 답했다고 한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고 언급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 가장 영향력있는 리더로서,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닮고싶은 기업인 중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지않은 허언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울러, 자부심과 함께 젊음을 삼성에서 보냈던 사람으로서,
삼성에서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이 부끄럽지않은 삼성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삼성인들에게 부끄럽지않은 삼성이었으면 좋겠다.   
: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예상을 뛰어넘어 3개의 금메달을 거머지고
전 세계에 코리아 돌풍을 일으킨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김관규 감독.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지도법이 다른 지도자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요즘 신세대 선수들의 특성을 살려 가급적 질타보다는 도닥거려가며
스스로 하고자 하게끔 기를 살려주려 노력했을 뿐이다.
같은 훈련이라도 지루함을 느끼지않게 다양한 방법을 추구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스파르타식 지옥훈련으로 정평이 나있는 지도자다. 
그는 강한 담금질을 통해 팀을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의 정상에 우뚝 세워놓았다.

야구전문기자 박동희는 말한다. 
전력 누수가 큰 2010년 SK와이번스가 믿을 구석은 감독 밖에 없다고.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말한다.
계속되는 반복훈련을 통한 개인 기량과 조직력 향상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모두가 고사하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대한민국 구기사상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일궈낸 두산베어스의 김경문 감독.  
부임 초기 약체로 평가돼던 두산베어스를, 매년 예상치 못한 신인들을 발굴하고
기회를 주어 스타로 키워가며 젊고 강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감독이 부상당하지 않는 한 두산베어스는 끊임없이 상위권에 진출할거라는 찬사를 받는
그에게는 [뚝심과 믿음], 그리고, [똥고집과 대안부재]라는 상반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만약에,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좋지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김관규 감독은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에게 "선수들에게 휘둘리는 유약한 지도자" 라는
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혹독한 훈련의 대명사인 SK와이번스가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면,
사람들은 스파르타식으로 선수들을 조련하는 김성근 감독에게 이랬을거다.
"변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구습에만 얽매여 있는 지도자" 라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과 한기주는 초반부터 유난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에, 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등판 기회를 얻었던 한기주 투수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자기 역할을 해줬더라면 김경문 감독은 확실하게 [뚝심과 믿음]의 감독이 됐을 것이다.
반면에, 역시 계속되는 부진 속에서도 계속 4번타자로 기용된 이승엽 선수가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부진했다면, 그래서 게임을 놓쳤더라면 김경문 감독은 똥고집만 있고 대안이 없는 감독이 됐을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뚝심있게 지켜본 두 선수 중 한기주는 끝까지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본전과 쿠바전에서 연이어 터진 이승엽의 홈런 두방으로 김경문 감독은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김관규 감독, 김성근 감독, 김경문 감독, 단지 이 세 사람의 지도자 뿐만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은 대부분 자기나름의 지도철학이 있다.
그리고, 요즘의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세태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구태의연한 사고와 가치관으로는 지도자로 존립하기 어려운 시대다.

지도자들은 자기가 맡고있는 팀의 환경과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실천할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결과로 지도능력을 평가받는다.

김관규 감독은 어느 팀을 맡더라도 같은 가치관으로 비슷한 방법을 적용할 것이다.
김성근 감독도, 김경문 감독도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철학과 가치관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선수 능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지도자의 지도범위를 벗어난 여건의 차이일 수도 있다.


본질이 변하지 않음에도, 결과에 따라 본질이 규정되는게 현실이다.
결과보다 중요한게 과정이라는 말은 너무 순진한 패자의 변명으로 들리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

:

미국에 사는 매부가 새로 취업을 했다는 소식이 왔다.
취업한게 뭐 그리 특별한 일인가 싶을 수 있지만, 이게 우리나라 관점에선 좀 특별한 일이다.

- 매부가 들어간 회사는 [Google]이다.
- 매부의 나이는 59세다.
- 매부의 입사는 스카웃 개념이 아닌 지원 후 면접과정을 거쳤다.
- 매부는 대학교수로 재직 중 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의 관점에서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나이 육십이 다 된 사람을 채용하는 구글의 오픈된 인사시스템.
우리나라 같으면 최우선 정리대상일텐데, 구글은 그 나이의 사람도 자격이 된다 싶으면 직원으로 채용한다.

또 하나는, 대학교수가 육십이 다 되어서 기업체에 취업을 한다는 마인드.
스카웃이나 자문교수라면 몰라도 안정적인 신분의 교수직을 버리고
만년의 나이에 기업체에 취업을 한다는게 우리 사회의 통념으로는 미친 짓이다.

매부는 의사결정단계에서 동생과 상의를 했다는데, 여동생의 의견도 흥미롭다.
"내 생각에도 당신은 구글에서 일하는게 당신에게 더 좋을거 같다." 고 했다는 것.
이 역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아내들의 생각과는 다르지않나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아내들의 경우 대다수가
"왜 그 나이에 언제 그만두게될지 모르는 직장에 들어가려 하느냐.." 고 말리지 않을까..
특히,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신분이 보장되는 교수라는 타이틀을 버리는게 아쉬울 것이다.


예전에 TV에서 인생의 진로를 바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한 사람은, 변호사로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탭댄스에 필이 꽂혀
법률공부를 집어치우고 탭댄스를 배우게 됐고, 귀국하여 예술대학 무용과 교수가 됐지만,
부친은 그 힘든 사법시험까지 통과해 변호사가 된 아들이 춤쟁이가 됐다고 아들과 대화도 안한다는 이야기.

또 한사람은, 의사가 역시 유학을 가서는 요리에 빠져 주방장이 된 이야긴데,
그때 함께 TV를 보던 집사람의 한마디에 함께 크게 웃은 기억이 난다.  집사람 왈,
"본인이야 자기가 좋아하는걸 한다 치더라도 저 사람 와이프는 정말 황당하겠다.
 자기는 결혼할 때는 분명 의사와 결혼했는데, 어느 날 주방장 부인이 돼버렸으니..."
그때 나도 맞장구를 치며 그랬다. "그렇겠네.. 처음부터 주방장이었으면 결혼 안했을지도 모르잖아."


일반적인 개념으로 선망받는 직종에 있는 사람이 사회적 통념을 깨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게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그런 독특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요즘 세대들의 가치관은 그런 부분에서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 역시 그런 삶의 모습이 좋고, 우리 아이들도 통념적인 길보다는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하다.

그런데...
개인의 가치관은 개인만 바꾸면 되지만, 집단의 관습이나 사회적 통념은 그리 쉽게 바뀌지않는다는게 문제다.

교수가 나이 육십에 기업체에 취업하는건 본인이 결정할 수 있지만,
나이 육십의 신입사원을 뽑아주는 기업체가 없다면 개인의 결정은 의미가 없어진다.

나이 등의 부수적인 조건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만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이런 오픈된 마인드가 구글을 [가장 일하고 싶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건 아닐까.



조건이 많을수록 변화가 어렵고,
변화에 뒤질수록 진화가 어렵고,
진화가 안되면 적응이 안되어 결국 멸종에 이른다는게 역사의 교훈이다.


특별한 일이 아닌거 같은 한 사람의 취업이 여러가지를 생각케 한다.

:



한우국밥 3900원에 삼합 1접시당 소주 100원.

식사할 시간도, 술 마실 시간도 아니라 보고만 지났는데,
한우국밥도 궁금하고 삼합도 먹고프고..

저길 언제 한번 가보나..


우습게도 와인 시음회를 마치고 나오며 본 집이다.


:

옴니아2 OS WM6.5 업그레이드가 개시됐다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토요일 밤 11시부터 PC앞에 진을 쳤다.
폭주하는 유저들 때문인지 삼성모바일닷컴의 업그레이드 서버 접속이 쉽지않다.
무려 두시간 반여의 사투(?) 속에 드디어 접속 성공.

설레임 속에 다운로드를 받고 다음 단계인 업그레이드 진행 중에 진척율 게이지가 멈춘다.
다운로드에 10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 메시지를 들여다보고 있은지 30분도 더 지나고...
이럴 때 조치를 어찌해야 하는지, 스마트폰 카페 선임자들의 고견을 뒤져보니 똥침을 한방 놓으란다.
그래.. 이럴 때 가끔 똥침이 유효하긴 하지..

케이블 단자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구멍에 힘들게 똥침을 한방 꽂고 나니 단말기의 화면이 이렇게 바뀐다.



그런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삼성모바일닷컴의 업그레이드 서버에서 단말기 인식을 전혀 못할 뿐 아니라,
옴이아2의 저 화면이 사라지질 않는다.

연거픈 똥침을 통한 거듭되는 리셋에도 꼼짝을 안할 뿐 더러,
소위 공장 초기화라고 일컫는 단말기 완전 초기화를 시켜도 처녀귀신처럼 떨어져나갈 생각을 안한다.
모든 버튼이 작동이 안되어 배터리를 분리시켰다가 전원을 켜면 지체없이 저 화면이 나오면서 다시 올스톱.

새벽 5시까지 씨름을 하다 포기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닌 모양이다.



스마트폰 카페에 나와 같은 증세로 고통을 받는 유저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이쯤에서 삼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선행적인 기업이라고 인정받는 삼성이다.
삼성의 서비스 마인드는 대한민국의 A/S 시스템을 선도한다는거 아닌가.
사람들이 비슷한 성능이라면 삼성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우월하다고 인식되는 A/S 때문이다.

삼성이 옴니아2 OS WM6.5의 업그레이드 방침을 발표한건 지난 22일 쯤이다.
그때 삼성은 2월말에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가 시작된게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인 27일.

연휴 첫날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삼성서비스센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각자 PC를 통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만 했다.
하루라도 빨리 개선된 성능을 즐기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늘 이런 일에는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시스템 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해가 부족한 유저 개인의 미스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그로인해 나나 저 위 많은 사람들의 경우와 같이 단말기에 문제가 생겨 휴대폰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경험상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예상치 못했다면 그건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삼성이 연휴 시작인 토요일에 업그레이드를 시작해서는 안되는거였다.
월말에 한다고 했으면 적어도 목요일 쯤 시작을 해서 문제가 생긴 유저들이 금요일엔 A/S를 받을 수 있게끔 하던가,
그게 여의치 못했으면 차라리 연휴가 끝난 3월 2일 부터 업그레이드 실시했어야 했다. 

삼성에서는 고객에게 발표했던 일정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얘기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상없이 업그레이드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안된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라며,
오히려 연휴기간 중 유저들이 충분히 이용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내세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대로 적어도 연휴 하루 이틀 전에는 했어야 했다.


이런 역설적인 가정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삼성은 그간의 경험상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본인들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을 경우, 오류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대응방안이 모색되기 전에 유저들이 A/S센터를 찾게 되면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연휴 시작과 동시에 업그레이드를 시작하면 얼리어댑터 기질이 강한 우리 유저들은
너도 나도 정신없이 자발적인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여러 스마트폰 카페에 오류에 대한 증상과 해결방안을 묻는 하소연들이 올라올테니, 
그걸 모니터링 하여 연휴기간 중 해결책을 찾아 3월 2일부터 A/S를 실시하면 된다는...

삼성에서는 말도 안되는 가정이라고 하겠지만, 오죽이나 답답하면 이런 생각이 들까.

통신사인 SKT에게도 아쉬운건 마찬가지다. 진정 고객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삼성과 보다 밀도있게 협의를 하여 좀더 효율적인 방안을 촉구했어야 했다. 


그나저나 나는 그나마 휴대폰이 두 대니 답답함이 좀 덜 하지만, 
휴대폰 하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먹통이 된 휴대폰을 들고 연휴 기간 동안 어쩌냐... 
:

피트니스센터에서 함께 운동을 마친 지연이가, 엄마랑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가겠냔다.

-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 엄마랑 가보고싶던 떡볶이집이 있었거든...

떡볶이..?  어떤 집이길래...
그래서 지연이를 따라갔다.





그리고 다다른 곳.
강남역 6번출구로 나와 큰 골목으로 꺾어지면 있는 집.

이게 떡볶이집이야??  @.@~~
근데, 이름이 뭐 이래?  [Beggarback]...  직역하면 뭐냐.. 거지등??

겉모습만 보면 이태리식당 필이다.





실내도 우리가 생각하던 떡볶이집과는 거리가 멀다.
종업원들도 단정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메뉴는??

오만가지 떡볶이가 다 있다.
해물과 만난거, 파스타와 만난거, 밥과 감자와 만난거... 등등...

이것저것 메뉴의 종류가 무척이나 많은데, 메뉴를 다 담을 수가 없어 패스.


암튼...
퓨전이 됐든, 뭐가 됐든..  요즘은 아이디어인거 같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디어,
또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

그런데, 단순히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실력이 필요하다.
일단 떡볶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변형도 가능하지 않겠나..

그리고, 실행력.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百思가 不如一行.
백번 생각하는거 보다 한번 행동에 옮기는게 필요한데,
이게 사실 말처럼 쉽지않다.

무엇인가 하려면 필요한게 자본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돈이 웬수다..
아울러 죽기살기의 의지도 필수불가결.

나도 요즘 머리 속에 뱅뱅 돌리기만 하고 실행을 못하는게 많은데, 
죽기살기가 안되는게 가장 큰 문제다.

:

미국에 있는 재원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화다.
두 분이 인터넷을 하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원이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서로의 목소리만 들려줄 뿐
사진 등 지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뿐 더러 즉시적인 의사소통도 어렵다.

재원이와 나는 버스 안에서도 필요하다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내가 스마트폰이나 트위터 등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내가 사는 시대, 그리고, 다음 세대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변화와 진화에 조금만 관심을 놓쳐도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가고 이해하기가 힘든게 요즘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걸 따라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그나마 이슈가 되는 것 만이라도
따라갈 데 까지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런걸 모른다고 해서 생활하는데 지장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벌써부터 놓치고 다니면 10년,
그리고 그 후의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치 우리 부모 세대가 컴맹이라 우리와 소통이 안 되듯, 우리도 그리 될 것이다.
변화의 가속도를 감안하면 지금 우리 부모세대보다 더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는 점점 [다변화]된다.
가족들은 서울과 지방이 아닌 세계 곳곳으로 나뉘어 살게 될지도 모르고,
파발 - 편지 - 전화 - 메일 -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의사소통수단도 갈수록 진화될 것이다.
무엇이 어떤 방법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지 전혀 상상이 안된다.

내 손자 손녀들은 어떤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될까?
그 아이들이 다루는걸 내가 이해하고 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겁이 난다.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단절이다.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 구성원과도 단절된다.

의욕있는 한 시대를 보내셨던 우리 윗세대 분들이 경로당에 모여 그들만의 대화만으로 
사회에서 멀어지듯, 변화가 귀찮아지면 우리도 그리 된다.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동시대의 이슈를 같이 공유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자면 흐름을 같이 타야 한다.



누군가의 아이폰에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깔려있는걸 봤다.



급히 찍느라 초점이 안 맞았는데,
아이폰 화면 상단에 매일미사, 카톨릭성경, 카톨릭성가, 카톨릭성인 이라는 아이콘이 있다.




매일미사를 터치하면 왼쪽 화면이 나오는데, 친절하게 Today 라고 알려준다. 
터치를 하면 오른쪽 화면과 같이 오늘 미사 절차에 따른 기도문을 보여준다.




카톨릭성경 아이콘을 터치하여 볼 수 있는 화면들이다.




마찬가지로 카톨릭성가를 터치하면 원하는 성가의 가사와 악보는 물론 성가를 들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이 아이폰을 들고 미사를 본다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린 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것이다.
'미사시간에 휴대폰이나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마 신부님과 수녀님도 같은 생각을 하시고, 성격 급하신 신부님은 점잖게 한말씀 하실지 모른다.
"미사시간에 휴대폰은 집어 넣으세요. 피치못할 전화라면 밖에 나가서 하시죠." 

하지만, 이 사람은 열심히 미사를 드리는 중이다. 그것도 아주 효율적으로..  
무거운 성경책이나 성가집을 들고다니지 않으면서도 수시로 기도문을 외우고 성경을 필독하며,
성인에 대해 알아볼지도 모른다.


세상은 이렇게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바뀌고 있다.

너무 앞서나가도 튀는 행동으로 남의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 남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게 된다.

내가 새로운 것에 억지로라도 관심을 가지려하는 이유다.

:




아파트 같은 동의 한 집에서 얼마 전부터 내부 수리가 있었다.

신경을 안쓰고 있어 몰랐는데, 공사가 끝난 모양이다.

그리고, 이렇게 떡을 돌렸다.

 

참 겪기 드문 모습.

도심에서 훈훈한 인정을 접하게 되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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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에게나 일정부분의 재능이 있다.

자기 재능을 알고 노력을 가미한 사람은 삶을 흥미롭게 산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재능을 모르고 있거나,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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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새로운 세계로 간다.

잠이란 나에게 의식의 공간에서 무의식의 공간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무의식의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할지, 그 속의 나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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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 중에 방금 삼성전자 부사장이 자살했다는 기사가 떴다.

명예.. 부.. 그보다 더 중요한건,

명예나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희희낙낙하는 작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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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접하는 일상들 속에서
의외의 발상을 볼 때마다 두뇌의 신선함을 느낀다.


부대찌개에서 전쟁터라는 상호를 만들고,
철모를 쓰고 군복입은 마스코트를 내새웠다.

유난히도 추웠던 날.
전쟁터에 내보내며 야전잠바라도 좀 입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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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해외 파병이야기나 군대를 소재로한 미국영화를 보다보면
미국의 최정예부대 얘기가 나올 때 빠지지않는 부대가 해병대다.
 
우리나라도 해병대는 군기의 상징이고, 최정예를 자부한다.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의 해병대 지원율이 4:1을 넘는다거나,
해병대를 가기위해 해병대 지원 삼수를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아직 이 나라의 젊음이 싱싱하다는 기쁜 만족감이 든다.


미 해병의 리더십 원칙에 관한 책
< Business Leadership the Marine Corps Way> 에 이런 내용이 있다.


---------------------------------------------------------------------


[해병은 절대로 'M Word'를 사용하지 않는가?]


해병이 언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라디오 통신 중에 "반복한다(repeat)" 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잘못하면 "퇴각한다(retreat)" 라는 말로 오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 (I say again)" 라고 한다.
좀 촌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애매하지는 않다.
 

해병이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또 다른 말이 있다,
그것은 "관리한다(manage)" 라는 말이다.
이 말은 입에 담으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M Word라고 통칭한다.
 
그 이유는?
해병은 리드(lead)하도록 훈련 받은 것이지,
관리(manage)하도록 훈련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병의 입장에서 본 관리와 리드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소위 경영자(manager)들은 이 차이를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들은 사람들을 압박하고 강요하지만,
리더들은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사람들을 이끈다.

관리자들은 부하들에게 일을 끝내라고 명령하지만,
리더들은 일을 끝내도록 격려한다.

관리자들은 엉덩이 밑에 불을 놓지만,
리더들은 배를 따스하게 해 준다.

직접 참견하는(Hands on) 관리자들은 복종심을 키우고,
간접적으로 돌보는(Hands off) 리더는 독립심과 능력을 키운다.

관리자는 자신이 특별한 클럽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리더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관리자는 부하 직원의 성공에 따른 공을 받지만,
리더는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고, 그 공을 받아야 할 사람을 빛내준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관리자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고 묻고
리더는 내가 책임을 진다.고 말한다.

관리자는 시간외 근무를 하고,
리더는 항상 일한다.
 
관리자는 항상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켜야 하지만,
리더는 멀리서도 감명을 준다. 심지어 무덤에서 조차.
 

이제 왜 해병은 M Word 를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하겠는가?
기업의 경영자들은 관리와 리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관리자가 아니라 리더가 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


 
수많은 매장의 쇼윈도우를 보다보면 궁금한게 참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장식용인지, 판매용인지 여부.


저 속옷을 입으면 겉옷의 허리부분이 불편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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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 ~~~" 

지난 연말 한 술집.
아마 직장의 송년 회식자리인듯 한데, 한 사람이 일
어나 선창을 하자,
함께 한 젊은 여성들까지 웃으며 큰 소리로
"성행위~~" 라고 복창을 한다. 

이건 또 뭔소리...???
슬그머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집단의 일원에게 의미를 물어보았다.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라는 해석이 돌아온다.  아하~~  그런 심오한 뜻이...

어디선가는 [시발조또]라는 건배구호를 본 적이 있다.
점잔빼는 사람이 하기에는 발음과 억양이 좀 어색한 이 구호의 의미는
[시대의 발전과 조국의 또다른 도약을 위하여].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는 양면성이란게 있는거 같다.
사회에서 규정하는 모든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나 인위적으로 억제된 본능을 마음대로 분출하고픈 원초적 욕망과,
남들에게 추앙받고 존경받는 도덕적으로 결함없는 인격체로 돋보이고 싶은 자아실현 욕구.

가끔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비도덕적 행위를 바라보면서,
'저럴 수가..' 하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론 '저도 사람인데...' 하면서,
그동안의 기대를 쉽게 접는 것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런 양면성 때문인지 모른다.

재밌는건, 자아실현 욕구와 본능에 대한 억제력은 비례하지만, 본능을 푸는 행위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자아실현 욕구가 낮은 사람은 원초적 본능에 대한 억제력이 낮고, 본능대로 행함에 있어 남의 눈치를 보지않는 반면,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본능의 억제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본능적 행위에 대해서는 비밀스럽다.

사실 그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일반인은 남에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하고싶은걸 할 수 있지만, 알려진 사람은 
하고싶은 많은 부분을 참아야하고, 참아야하는만큼 하더라도 최대한 노출을 꺼려야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일지 몰라도,
개인이나 사회나 평균수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분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인격의 완성도나 성숙도는 다르겠지만,  성인이 아닌 이상 완전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2001년 유럽배낭여행시 3주간 작심하고 욕을 마음껏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하고는 남을 의식하며 언행에 조심해온 20여년을 벗어나,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입에서 나오는대로 정제되지않은 원색적인 욕을 마음껏 하다보니,
오히려 정신을 세탁한 기분이 들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사람들이 다양한, 그러면서도 다소 묘한 늬앙스의 건배구호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런 양면성과 분출욕구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일상적인 자리에서 표현하기 객쩍은 구호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크게 외침으로써
흐트러지고픈 본능을 말로나마 미약하게라도 해소하면서, 그럴듯한 의미가 담긴
유머로 포장하여 체면은 지키고자 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술 한잔을 걸치고 크게 웃으며 "시발조또" 를 외친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


핑크색 비틀이 경품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세계에서 한 대 뿐이란다.  정말 그럴까?

뮤지컬을 관람하고 응모를 하면 된다는데,
경품이 관람객 증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뮤지컬을 보는 사람이 한번쯤 경품을 생각은 하겠지만,
경품 때문에 뮤지컬을 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나는 저런 경품은 아예 기대를 안하지만
저거 받아가는 사람은 정말 좋겠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관람객에게 주긴 주겠지?
고급 경품에 대한 뒷말이 많다보니 별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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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조명을 받아가며 아름다운 물줄기를 뿜어대야할 분수가
아무 기능도 못한 채 덩그라니 있는 모습이 썰렁하다.


목적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건 존재의 의미를 잃는거나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 사람에게 - 주어진 그나마 다행인 능력이 있다면,
나의 용처(用處)를 찾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써주지않는다고 탓하기보다, 내가 쓰일 곳을 찾아보자.
그런 노력을 보일 때 나의 쓰임새를 존중받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우리가,
움직일 수 없는 저 분수처럼 누가 물줄기를 틀어줄 때 까지
언제까지 기다린다는게 너무 안타깝지않은가.

존재의 의미는 스스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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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온 천지가 눈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광평대군 묘역이 하얗게 덮혔다.

광평대군 묘역은 사실상 묘지임에도 무덤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음습함이 없다.
문중에서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마치 정원같다.

거실에 앉아 커피 한잔과 함께 창 밖으로 눈을 돌리면
봄에는 빨간 꽃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의 청량감을 준다.
그리고, 겨울에는 이렇게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국의 도로망이 새벽부터 내린 많은 눈으로 엉망이 됐다고 한다.
특히 서울은 9년만의 폭설로 새해 첫 출근에 나선 직장인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을거 같다.
직장인 뿐 아니라, 버스나 택시 기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다.

나도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을 하면서 잠시 생각을 돌려서 해봤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니 관점을 달리해보자.
폭설이라는 부담스러운 용어대신 함박눈이라고 생각하자.


새해 첫 출근길 함박눈이 정말 소담스럽게 내렸다.
어렸을 적 동요 가사처럼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눈을 자꾸자꾸 뿌려주신다.

새해에는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모든 사회가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듯
하얀 눈이 정말 탐스럽게 내려주었다.

이렇게 많은 눈의 또 다른 의미는
새해 벽두만큼은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두드러짐 없이 서로 함께 어울려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하며 은연 중의 스킨쉽으로 좀더 서로에게 친밀해지라는...

눈길에서 미끄러움으로 고생하는 자가용을 보면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있는 티를 내지말라는 교훈을 생각했다면 내가 얄미운 생각을 한걸까..
:

작은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구매가 목적인 사람들인데 반해,
대형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 자료 조사나 가벼운 독서가 목적인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사무실이 교보문고 바로 앞이라 수시로 들러 화제가 되는 책들을 뒤적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요즘 대형 서점에서는 아예 독서공간을 마련해주는 넒은 아량을 베풀기도 한다.





신논현역 사거리에 있는 교보문고도 군데군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
얼마 전 진열대 공간을 개조해 고객들을 위한 넓은 독서공간을 만들었다.
그것도 구석이 아니라 서점 중앙부분에.  대기업다운 흐뭇한 모습이다.


성탄 전 주말 이곳을 찾았는데 어디선가 캐롤연주가 흘러나온다.
어~~ 이건 뭐지??  소리를 쫒아 저 안으로 들어가봤다.




아직 초등학생에서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의 소년소녀들.
산타모자를 쓴 저 어린아이들이 들려주는 연주였다.

근데.. 얘네들이 누구야??
입구에 있는 이날 연주에 대한 소개.

 


내 귀가 막귀라 아이들의 연주가 어느 수준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들려온 소리는 잔잔하고 평화롭게 내 마음으로 전해졌다.

네 곡 정도를 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있는걸 보면
그들에게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 전해졌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가미된 선율이라 더 정제되어 들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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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바닥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좀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기발한 착상.

남자들의 사격본능이랄까..
목표물을 맞추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사거리가 짧은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주지는 않을런지...^^ 

근데 왜 하필 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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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 들어가 옆에 있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이뻐
카메라에 담았다.




요 꼬마가 스타성이 있는지
이번엔 소품(?)을 들고 내 앞에 다가선다.



자꾸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는데
음식이 나와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저렇게 울상을...

도저히 모른척 그냥 무시할 수가 없다.




"고맙습니다.. 인사해야지.."

엄마의 말에 허리숙여 예의를 표하는 꼬마..



천사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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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목하며 아쉬워하는 큰 죽음도 있고,
누구도 관심이 없는 작은 죽음도 있다.

누릴만큼 누리고 가는 삶도 있는 반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마감되는 삶도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밤.

나뒹구는 낙엽들 속 작은 잎이 갑자기 처연하게 느껴진다.
늦게 태어나 때를 못 만나 짧은 생을 마감한 녀석들.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든 만물에 [때]라는게 참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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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참 잘 만들어진 영화.

오랜만에 좋은 한국 스릴러를 보았다.
다른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영화다.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시나리오,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시킨 연출.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 한 배우들의 열연.

[시크릿]은 제목만큼 비밀이 많은 영화다.
범인이 빤히 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객의 섣부른 판단을 비웃는다.


조폭 두목의 동생이 살해되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모든 단서들은 어이없게도 형사의 아내를 진범으로 지목케 한다.

아내(송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를 교란시키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 형사 김성열(차승원).
김성열의 아내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갖고 수사망을 좁히는 최형사(박원상)는 동료인 김성열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
그리고, 동생을 죽인 범인을 집요하게 쫒는 조폭 두목 재칼(류승용).

여기에 경호와 석준이 끼어들면서 범행동기, 살해방법, 또, 범인을 쫒는 이유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모든 것들이 끝부분에 가서야 정리가  되는데,
하지만...

영화가 끝났다고 일어서는 성격 급한 사람들은 출입문을 빠져나가기 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스크린에 다시 시선을 돌려야한다.
그러니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되더라도 느긋하게 앉아있는게 좋겠다. 
[시크릿]은 그렇게 끝까지 관객의 예단을 불허한다. 



주연 못지않게 돋보인 조연들.

차승원의 영화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건,
모든 영화의 차승원이 대충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약간씩은 다른 차승원을 본다는거다. 
최근의 차승원을 보면 얼굴살이 많이 빠진건지 턱을 많이 깎은건지,
하여간 전에 비해 턱선이 왠지 부자연스럽다.

이 영화의 주연은 차승원, 송윤아, 류승용이지만, 송윤아는 생각보다 비중이 작다.

오히려 최형사 역의 박원상이 내게는 더 매력있게 다가왔다.
거친듯 하면서도 시니컬한 표정과 툭툭 내뱉는 말의 어투와 내용이 감칠 맛이 있다.
박원상은 송윤아보다 더 이 영화를 빛냈다고 생각한다.
박원상 뿐만 아니라 오정세(경호), 김인권(석준)도 영화를 돋보이게 만든 빛나는 조연들이다.

그런걸 보면 영화는 주연보다 조연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야행]을 먼저 보고 [시크릿]을 본 느낌은, 마치 맛있는걸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먹는 느낌이었다.

예매를 하지않고 영화관을 찾았더니, [백야행]은 바로 관람이 가능하고
[시크릿]은 1시간 후에 관람이 가능하다면,  차 한잔과 함께 한시간을 보내라고 권하고 싶다.

스릴러 애호가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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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제목에서 끌림을 받은 영화.
현재 같이 상영되고 있는 [시크릿]을 볼까.. 하다, 먼저 올린 [백야행]을 먼저 보기로 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집사람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일본소설답네.." 였다.
그렇다.  일본작품은 뭔가 우리와 느낌이 다르다.
그림의 선과 획만으로도 일본만화를 어느 정도는 식별할 수 있듯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대하물이야 역사와 풍습이 다르니 그렇다치더라도, 현대 멜로와 스릴러에서도 다르지않다.
일본풍이라는게 분명이 존재한다.


범죄추리물과 같은 스릴러의 구성방식에는 대략 네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감춘 채 끝까지 호기심을 집중시키는 방식.
그리고, 처음부터 범인을 노출시켜놓고 쫒는 자와 쫒기는 자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
또 하나는, 초중반에 범인을 노출시키지만 결말부분에서 대반전을 노리는 방식.
마지막은, 자주 사용하는 기법은 아니지만, 끝까지 범인의 윤곽만 그려놓은 채 끝을 맺어 
줄거리를 가지고 추리를 하여 독자나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말 그대로 미스테리 방식이다.

또한, 이런 스릴러물는 범죄동기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하여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독자나 관객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일찌감치 모든게 드러나면 이야기가 시시하고 재미가 없어지고,
너무 복잡해도 뭐가 뭔지 이해가 안가 짜증이 나는게 스릴러다.
역사성과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時空을 잇는 치밀한 구성과 함께 그만큼 고도의 두뇌가 요구되는 쟝르다.
때문에 잘 짜여진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그 작가가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백야행]은 14년이라는 시차를 둔 두 건의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두 살인사건에서 하나는 범인이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지만, 하나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스릴러 구성방식의 여러 유형이 혼재되어 있고,
두 살인사건을 연계시킨 범죄동기의 구성이나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은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뻔하지도 않다.


안타까운 주연들.

한석규 - 개인적으로 한석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이미지가 내게 너무 강하게 각인된 편견이나 고장관념 때문인지, 
이상하게 내게 한석규의 터프한 모습은 영 어색하다.  그동안 한석규가 여러 편의 영화에서
형사 역을 소화했음에도 여전히 남의 옷을 걸친 듯한 느낌이 드는건 아마 내 인식에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손예진의 연기는 너무 실망스럽다.
평소 네티즌들 사이에 손예진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백야행]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한번도 자연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다. 전편에 걸쳐 보여주는 잔잔한 미소는 너무 어색하여
보는 입장에서 편안하지가 않고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뭐.. 그게 배역의 컨셉이라면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한 나의 무지 때문이라 할 말이 없지만.
 
그나마 열연한건 고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오히려 후선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더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형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범죄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게 있다.
바로 경찰, 그중에서도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형사의 이미지.

언제부터였는지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한민국 형사의 모습은 거의 건달 수준이다.
폭언에 비아냥을 곁들인 막말에, 툭하면 주먹을 먼저 내뻗는 폭력성 짙은 언행.
마치 동네 양아치를 연상시키는 건들거리는 행동. 

물론 강력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직무특성상 상황에 따라 일부러라도 그런 모습이 필요하기도 하고,
혹은, 오랜 습성이나 성격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하는 형사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요즘 영화들이 경찰의 모습을 너무 희화화하는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반인에게 은연 중에 부각되는 경찰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백야행]은 괜찮은 영화다.

배우를 보러가는게 아니라면 [백야행]은 관람료가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스릴러로서의 구성도 괜찮고, 적절한 눈요기꺼리(?)도 있다.

[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白夜行]의 의미를 풀어 표현한 제목이다.
두 주인공 김요한과 유미호는 어렸을 적 입은 마음 속 깊은 상처로 인해 어둠 속을 걷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둠 속을 걸어갈 수 있는 한줄기 하얀 빛이지만,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그 빛은 그저 한줄기일 뿐, 그들이 걷는 길은 여전히 어둠 속이다.

어둠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하얀 어둠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영화의 메시지다..
  

영화 선택의 기준을 재미있느냐..  재미없느냐.. 로 삼고,
재미의 개념을 지루한지 아닌지로 구분한다면, 두시간이 넘는 [백야행]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12월 19일에 보는 것도 재밌겠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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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만해도 12월이 시작되면 정신이 없었다.

쏟아져나오는 캐롤.
이쪽저쪽에서 번쩍이는 트리.. 

왠만한 업소나 대형건물에서는 경쟁적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를 띄우기에 바빴다.
그게 매출증진을 위한 최상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어느순간 조용해졌다.

IMF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비억제 심리가 가장 큰 요인이었겠지만,
좀 차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사회적 공감대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12월이 돼도 캐롤을 좀체 들을 수가 없으며, 20일이 지나야 약간씩 흘러나올 정도가 되었다.
성탄이나 새해를 맞는 내용의 간판이나 네온사인도 대형건물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간소한 내용으로.



 



그런데,

금년엔 첫 캐롤을 11월 하순에 들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대한 인테리어가 예년에 비해 일찌기 그리고 곳곳에서 눈에 띄는거 같다.

10여년 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몇년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늘었다는 느낌이다.


점차 경기가 좋아지는 것일까??  
아쉽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너무 경기가 좋지않으니, 인위적으로나마 분위기를 띄워 소비심리를 활성화시키고픈
각계 업소들의 자구책이자 고육책이다.



캐롤이 언제부터 나오든 아기예수님은 늘 때맞춰 우리 곁에 계시고,
어떤 문구가 어떤 모습으로 걸리든 새해는 그 시간에 맞춰 다가오는데,

큰 흐름을 바꿔보려는 우리의 작은 마음이
삶의 어려움을 너무 드러내는거 같아 씁쓸하다.


맨 위의 사진에서 [ppy]가 뭔가..?? 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의미를 알았는데,
결코 Happy 하지가 않기에 [Ha]는 점등이 안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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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보면서 다양하게 생각하는게 창의이고,

다양하게 보면서 단순하게 정의하는게 진리가 아닐까.





직경 5mm의 안대를 한 채 좁은 시야로 한정된 공간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넓게 많이 보느냐가 아닌,
어떻게 생각하며 보느냐가 더 중요함을 깨우친 것이다.

보이는 것 보다 보이는걸 해석하는 마음...

생각지도 않았던 신체의 결함이 내게 준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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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먹으면 갈비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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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얼마예요?" 물으니,
      콩껍질 까던 손을 멈추시고 그때까지 까놓은 콩을 들어보이며 "삼천원" 이라신다.

      "이 쪽파는 얼마예요?" 라고 물으면, 그냥 한웅큼 쥐시고는 얼마라고 답하실거 같다.

      정량의 개념이 없는 시골장터에서는 마음이 곧 저울이 된다.


      앉아 계신 할머니의 얼굴과 손마디에 핀 검버섯, 그리고,
      옆에 허리를 굽힌 채 콩다발을 추스리시는 할머니의 깊게 패인 주름이 눈에 들어온다. 

      두 분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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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는 이랬다.

"결국 원래 서울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빠지면 이렇게 된다는 얘기구나...
 다들 자기 고향에서 살면 안되나..."

그 때 집사람과 지연이와  셋이서 웃으며 그랬다.


하지만, 사실 그 경우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담당하던 몫은 누가 채우나...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 각자가 저마다 맡고 있는 역할이 있을텐데,
결국 그들이 수행하던 기능이 정지된 만큼 불편이 생기지 않겠는가.

어쩔 수 없이 사회는 서로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을 서로가 메꿔가며 공존할 수 밖에 없다.


교통체증이 유난히 심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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